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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989년 6월 7일경으로 기억이 난다. 달콤한 신혼여행을 마치고 제주공항을 떠난 비행기 안에서 아내와 처음으로 부부싸움을 했다. 그때의 심정은 `아! 이것이 부부싸움이구나` 하는 호기심 어린 치기로 오히려 반갑기까지 했다. 왜냐하면 이제 우리는 부부임을 실감하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물론 부부싸움의 내용도 단순하거니와 첫 만남후 30일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된 결혼이기에 서로의 좋은 감정, 즉 한눈에 반하여 평생을 함께 도와주기로 맹세하며 결혼한 사연이 신혼 3일만에 `일`이 터진 것이라 생각한다.

그로부터 올해가 결혼 11주년이 되는 해로서 단란한가정을 꾸미고자
1남(7살)1녀(11살)인 아이들과 함께 삶의 `아리랑곡선`을 지혜롭게 극복한 아내에게 "사랑해 여보","고마워 여보" 소리 변변히 해보지 못하고 오히려 `부부싸움`을 하면 말을 끊고 침묵에 빠지는 옹졸한 남편(43살)이 되어 아내의 항복만을 고집스럽게 강요(?)했다.

그래도 아내는 늘 다정스럽게 항복을 하며 못난 남편을 위로하고 출근하는 남편의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지난 `오마이뉴스 축구단` 창단 축구평가전을 갔다온 남편이 피곤해
지쳐있을 때 피로회복에 좋다는 생강차, 꿀물 등을 타주면서 "모처럼
건강한 모임에 참석하고 왔네요" 하면서 격려를 해주는데 그 말한마디에 가슴이 뭉클해옴을 느꼈다.

게다가 `오마이뉴스`에 `아내를 자랑합시다` 코너가 신설되었다고 소개하였더니 그 의미를 일단 수긍을 하면서 "`왜 남편을 자랑합시다` 라는 코너는 없는 거죠"하며 뼈아픈 조언을 빼먹지 않는다. "요즘 남편들이 실직 등의 고통으로 얼마나 상심이 많은데.." 하며 코너 자체에 가부장적 요소가 숨어있다는 일침이었다.

그리고 며칠전 대학후배(여성)의 건으로 `부부싸움`을 하면서 술을 전혀 못하는 아내는 포도주 몇 잔을 마시고 심한 숙취로 고생하며 밤새 고생을 했는데 이때도 나는 침묵을 지키며 바라보기만 한 매정한 남편이었다. 그러나 아내는 또 다시 여유롭게 "당신 뜻대로 하세요" 하며 져주는 것이 아닌가!

1989년 6월 3일 명동성당에서 결혼 ⓒ 박철훈
여기서 나는 감히 팔불출이 되고자 한다.
고집센 남편을 만나 수많은 아리랑고개를 넘어오며 겪은 그 수많은 눈물을 이제 내가 거두어야 할 것 같다. 아내는 남다른 개성과 매력을 지니고 있다. 결혼전 인천지역의 한기업에서 노조활동을 했고, 시동인활동은 물론 남편이 노조문제로 해고되어 어려움을 겪을때 동지로서 함께 한 평생의 친구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지역에서, 학교현장에서, 성당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의 교육문제, 친인척관계의 조화에 힘쓰고 아직은 나보다는 훨씬 건강한 개혁의식으로 남편을 돌보고 있다.

다만 걱정이 되는 것은 아내도 나이(37살)가 들면서 여러 잔병치레를
하기에 `종합검진` 티켓을 예매하여 앞으로도 건강한 모습의 아내며 아이의 어머니로서 행복한 삶을 가꿀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굳게 다짐한다.

특히 아내는 4년전 내가 과로로 쓰러져 충격적인 병치레를 3년간 간호했기에 더욱 애닮고 가슴아픈 기억이 생생하게 기억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여보 고마워", "여보 사랑해" 그리고 "오빠라고 한번만 말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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