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오전 날씨가 전형적인 가을하늘이라 초등학교 가을운동회를 치르려는 아이의 표정이 매우 밝다.
운동회 한달전부터 아빠, 엄마가 학모형 달리기에 꼭 참석해야 한다고 미리미리 약속을 받아낸 준영이가 오늘만큼은 가족중 제일 의젓한 것 같다.
요즘들어 점점 나이를 느끼고 운동부족으로 달리기에 자신감이 없어져서 내심 걱정이 많았던 차였는데 부랴부랴 `아빠달리기` 순서 직전 학교운동장에 도착하여 대충 점심을 먹고 본부석 앞에 도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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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손주 잘 뛰나 우리 어르신들 오늘만큼은 답답한 아파트 거실에서 벗어나 손주들 재롱에 관심 짱입니다. |
ⓒ 박철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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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분 두분 아빠 선수들이 모여들고 가볍게 스트레칭하며 다들 상기되어 있는데 대부분 나처럼 아이들의 성화에 반 강제로 운동장에 내몰린 것 같다.
가벼운 준비운동을 마치고 릴레이로 진행되는 아빠달리기의 순서를 정하는데 하필 제1번으로 출발하게 되었다. 그 순간 운동회에 참여한 수많은 학생, 학부모의 시선을 받게되고 갑자기 심장이 뛰고 얼굴이 빨개지는 것이 좌불안석이 되어 다리가 풀린다. 운동부족에 팬(?)들의 시선이 겹쳐진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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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염둥이 막내들 빤듯이 줄서서 가을햇살이 너무 강렬해서 잠시 ..너무 귀엽네요. 각시와신랑으로 |
ⓒ 박철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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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히 지혜를 발휘하여 우리팀인 청팀의 다른 건장한 아빠에게 첫 달음박을 강권하고 후순위로 빠졌다. 드디어 '탕'소리와 함께 시작됐다. 아빠달리기는 운동회 최고의 인기종목답게 열광적인 박수를 받았다. 뒤뚱비실 넘어지는 아빠들의 망가진 모습에 웃음이 터지고 그렇케 운동회는 후반부로 향해갔다.
난 종종걸음식 달리기로 위기를 모면하고 무사히 참여의 성과를 달성했다.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 준영이와 함께 졸업하는 친구 아빠들도 함께달리며 모처럼 명예 동창들의 우정도 즉석에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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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이나 지금이나 푸짐한 상품들 본부석에 진열된 1등,2등,3등,격려상,참가상등 늘 본부석의 상석에 ㅎㅎㅎ |
ⓒ 박철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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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의 재담과 어울어져 아이들 덕분에 즉석 동창회도 만들어지고 기념촬영도 하면서 아쉬운 가을운동회는 저물어 갔다.
늘 강남 아파트에 살면서 심신이 답답했는데 가을운동회가 열린 오늘만큼은 확실히 숨통이 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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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둥근박 터트리기 풍성한 수확의 가을을 의미하며 50년역사를 자랑하는 박터트리기 먼저 터트린 백팀아이들의 표정이 재미있네요 |
ⓒ 박철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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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오마이독자여러분께 `아빠달리기`를 권하고 싶다. 엄마달리기 역시 마찬가지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준영 엄마는 결국 `엄마달리기`에서 살짝 빠졌단다. 난 그래도 치약상품을 받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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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학년의 졸업 추억만들기 등수보다는 6학년 답게 추억만들기가 재미있답니다 |
ⓒ 박철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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