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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대반란'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던 MBC 사장 선임이 있은 지 한달, 언론개혁운동의 대부격인 김중배씨가 이끄는 MBC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일부에서 방송에 대해서는 실무경험이 없는 비전문인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언론운동에 종사해온 오랜 경험과 연륜은 '시청률 경쟁에 발가벗고 뛰어든' MBC를 개혁하는데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다면 기대를 보이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 기대가 흔들릴 조짐이 보인다.

MBC는 오는 4월 4일 시작될 수목드라마 '호텔리아'에 '가을동화'로 최고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송혜교를 비롯, 한동안 뜸했던 배용준, 김승우, 송윤아 등 호화 캐스팅을 앞세워 기대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해야겠다는 욕심에 눈이 멀어 있다.

이미 아침, 저녁 쉬지않고 토크 프로그램과 오락 프로그램을 '호텔리어' 홍보에 희생시켰는데 그것으로 성이 차지 않았는지, 아니면 시청자들에게 기대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는 판단 때문이었는지 유래없는 드라마 '전야제'를 특집방송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것도 수목드라마로 편성된 시간도 아닌 화요일 밤 11시 5분에.

화요일 밤 11시 5분은 MBC가 자랑하는 간판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이 방송되어야 할 시간이다. 예기치 못한 천재지변이 발생한 것도 아니고, 국가지대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특정집단의 방송국 점거로 방송이 불가능한 경우도 아닌데 'PD수첩'을 불방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는다.

지난해 11월 23일에도 수목드라마 '황금시대'가 촬영일정이 늦어져 방송되지 못하자 케케묵은 <007시리즈>를 긴급 편성하면서 '섹션TV 연예통신'은 시간을 앞당겨 방송했지만 '100분토론'은 불방했던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때와 달리 언론개혁의 대명사 김중배 사장이 있는 MBC이지 않은가.

최근의 MBC 보도 프로그램들을 보면 문제의식은 더욱 심각해진다. 방송3사를 통털어 대표적인 시사프로그램으로 꼽혔던 '시사매거진2580'은 이름값도 못하고 있고, 드라마 인기에 편승해 시청률이 상승한 것을 두고 우쭐해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공정한 뉴스'로 평가받던 'MBC뉴스'는 간데 없다. 그대신 온갖 가학과 엽기가 판을 치는 오락프로그램들로 상업방송에 버금가는 '오락방송'으로 이미지 메이킹하고 있을 뿐이다.

더 이상 MBC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고 돈벌이에만 골몰하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 아직은 상황파악에 미숙한(?) 김중배 사장 이하 MBC 종사자들에게 시청자들이 적색경보를 울려주어야 한다. [매비우스]의 성명서를 시작으로 시청자가 나서보자.

성명서

문화방송은 불방 결정을 철회하라!

문화방송은 스스로 공영방송임을 포기하겠다는 것인가?
4월 4일 새 수목드라마 <호텔리어> 시작을 앞두고 그 전날인 4월 3일 밤 11시 5분 50분짜리 '호텔리어 전야제'를 방송하기 위해 정규 프로그램인 을 불방하기로 한 문화방송의 결정은 신임 김중배 사장의 개혁 의지를 의심하게 한다.
방송사의 임의대로 '편성' 의 룰을 깨는 것은 시청자와의 약속을 무시하는 행위에 다름아니다.
또한 우리는 정규 편성에서 제외되는 프로그램이 다름아닌 문화방송의 대표적 시사고발 프로그램인 이라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10주년 특집 방송까지 대대적으로 내보내며 방송 저널리즘의 선두주자임을 자랑했던 것을 무색하게 하는 이번 의 불방 결정은 문화방송이 시사보도 분야를 얼마나 홀대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문화방송이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망각하고 시청률을 목적으로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홀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2000년 11월 23일에도 새 수목드라마 <황금시대> 의 준비 부족을 이유로 영화 <007 시리즈>를 긴급 편성하고, <유시민의 100분 토론>을 불방해 큰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문화방송이 이런 일련의 사례를 통해 전반적인 저널리즘 기능의 약화라는 따가운 비난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의 불방을 결정한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위이며, 이는 반드시 철회되어야한다.
을 불방하면서까지 특집방송되는 것이 드라마 <호텔리어> 의 '전야제' 라는 사실 역시 문제이다.
최근 각 방송사마다 시청률 경쟁이 극심해지면서 타 프로그램보다 시청률 확보가 용이한 드라마 편중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또한 연예정보 프로그램과 토크쇼, 심지어는 뉴스까지 이용해 자사 드라마의 홍보에 열을 올려 시청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호텔리어> 역시 이미 자사의 연예정보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충분히 홍보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한 술 더 떠 특집으로 '전야제'까지 만들며 노골적으로 드라마 홍보에 뛰어들겠다는 것은 문화방송이 '공영방송' 임을 포기하는 것이 아닌지 묻고싶다.


[매비우스] 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시청률에 우선한 문화방송의 불방 결정을 철회하라!
2. 시청자와의 약속인 정규 편성을 어기면서까지 감행하려는 노골적인 드라마 홍보를 자제하라!
3. 신임 김중배 사장은 문화방송이 공영방송으로 쇄신할 수 있는 보다 뚜렷한 조처를 취하라!


[매비우스] '시사모니터팀' 은 이후 문화방송의 시사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집중적인 모니터를 지속해 나갈 것이다.



2001년 3월 30일

매체비평우리스스로 매 / 비 / 우 / 스

덧붙이는 글 | * mbc 시청자의견 게시판과 mbc 편성국에 여러분의 의견을 전해주세요.
매비우스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주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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