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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맹은 용서해도 넷맹은 용서가 안된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인터넷 열기는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세간의 관심거리를 가장 발빠르게 포착해 내는 TV의 반사 신경이 이러한 인터넷 열기를 간과할 리 없고 결국 인터넷을 브라운관에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시도는 여러 번의 시행 착오를 거쳐 현재 KBS의 <웹 매거진>(KBS 2TV,매주 월요일 밤 12시 10분 방송), SBS의 <토커넷 쇼>(매주 일요일 밤 12시 30분 방송), MBC의 <웹투나잇>(매주 금요일 밤 12시 20분 방송) 등의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현재 이 프로그램들에서 담아내고 있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방송의 접목은 크게 두 가지 유형을 보이고 있다. 그 첫번째는 인터넷이 21세기의 핵심 담론인 '정보'의 보고라는 점에 착안, 인터넷에서 범람하고 있는 다양한 정보 중 양질의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올바른 인터넷 활용을 꾀하는 '인터넷 정보 프로그램'의 표방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공급자와 수용자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실시간으로 가능한 인터넷 고유의 환경을 차용, 네티즌들의 참여를 증대한 본격적인 쌍방향 프로그램의 시도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인터넷과 TV의 결합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주기에는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다. 정보 전달에 있어서는 인터넷상의 아이템을 TV 화면에 그대로 옮겨와 재확인하는 수준에 불과할 뿐이고, 네티즌의 참여는 기존 연예, 오락 프로그램의 틀에 단지 인터넷이라는 허울을 입히기 위한 보조적인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는 TV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한 듯한 느낌을 주고, 인터넷에 낯선 사람들에게는 '인터넷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인터넷 마인드를 확산하는 데 기여할 것이란 기대는 말 그대로 기대에 그치고 있다.

SBS <토커넷쇼>

SBS의 <토커넷쇼>는 프로그램의 제목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기존의 토크쇼에 네티즌들의 참여를 결합한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이 시작되면 네티즌들은 이 프로그램의 홈페이지 채팅방에 접속, 출연자인 연예인이 벌이는 토크쇼를 보면서 자신의 의견을 글로 올리고 이것이 TV화면에 자막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처럼 생방송 중 시청자와 출연자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져 적극적인 시청을 유도한다는 점은 긍정적인 시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에 의해 건져지는 이야기는 연예인 신변잡기 일색이다.

지난 10월 16일 초대 손님은 핑클인데, 이들의 새 음반 홍보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가운데 채팅창에 오르는 질문이라고는 '첫키스는 언제 했나요?' '남자를 제일 밝히는 멤버는 누군가요' 등이었다.

그 밖의 코너인 <결정 네티즌 인기 짱> 에서도 '책만 봐도 좋을 것 같은 연예인'을 선정하고 <사생 결단 OX퀴즈> 에서는 출연자인 송은이가 이성 교제를 한 적이 있는지, 캔의 멤버인 이종원에게 귀여운 딸이 있을 것 같으냐 등의 의미없는 질문으로 일관하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네티즌의 참여는 '인터넷'의 구색을 맞추기 위한 공허한 장치로만 머물고 있다.

또한, 화면 하단을 가득 채운 채팅창은 일반 시청자들에게는 오히려 시청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해 방송 내용의 전달력을 떨어뜨리고 토크쇼의 재미마저 반감시키고 있다. 결국 기존 연예 프로그램에 인터넷의 허울만 덧씌웠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MBC <웹투나잇>

MBC의 <웹투나잇>은 10여개에 달하는 코너가 잡다하게 들어찬 '인터넷 버라이어티 쇼'를 표방하고 있다. 이 중 인터넷 소식을 전하는 '웹투데이'와 인터넷 신기술을 소개하는 '테크 나우',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인물을 만나보는 '웹 피플' 등의 코너를 통해 인터넷 문화를 오프라인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제외하면 기존의 연예, 오락 프로그램을 통해 익히 보아왔던 관찰 카메라 형식이 대부분으로 이 프로그램이 시도하려는 인터넷과 TV의 결합은 과연 무엇인지 의아하기만 하다.

가수 이지훈이 프로게이머를 목표로 하는 '도전 프로게이머'와 스타 지망생이 헐리웃에서 연기수업을 받으며 좌충우돌하는 과정을 관찰하는 '헐리웃을 향해 쏴라'는 여타 프로그램에서 성행하고 있는 연예인 도전 시리즈의 답습에 불과하며 출연자들이 인터넷 게임을 하거나 이메일을 띄우는 장면 외에는 도무지 인터넷 프로그램의 면면을 찾아 볼 수 없다.

또한 이 프로그램은 인터넷 확산의 한 축을 이루며 서구에서 유행했던 리얼리티 쇼를 최초로 공중파 방송에 끌어들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10월 13일 시작된 '투웬티 아이즈'가 바로 그것으로 미혼남녀의 집단생활을 생중계 한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참가를 결정했다고 하지만 그 실체는 시청률을 위해 위조된 가상 현실일 뿐임을 알기에 그 안에서 '리얼리티'를 찾으려는 기대는 애초에 불가능하다.

더구나 지난 추석연휴에 방송된 비슷한 구성의 파일럿 프로그램 <백만송이 장미>가 이미 시청자들의 반대 여론에 부딪혀 좌초되었음에도 이를 또 다시 거대 이벤트로 포장해 살짝 끼워넣는 방송사의 위선적인 태도도 불쾌하다. '인간의 원초적 심리인 엿보기 심리를 충족한다' 운운하며 이미 그 해악이 검증된 엿보기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에는 황당할 뿐이다.

<웹 투나잇>은 인터넷의 저변을 확대하거나 인터넷 마인드를 기르는데 일조하기 보다는 오히려 인터넷의 해악을 오프라인 상에서까지 양산해내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셈이다.

KBS <웹 매거진>

KBS의 <웹 매거진>은 인터넷상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앞서의 두 프로그램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토커넷 쇼>와 <웹 투나잇>이 기존 연예, 오락 프로그램에 인터넷을 들러리 세우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반면 <웹 매거진>은 오로지 '인터넷' 관련 내용으로만 이루어지고 있어 정통 인터넷 정보 프로그램에 부합된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인터넷상의 정보를 TV로 옮겨오는 데 그치고 있어 인터넷 전문가들에게는 별다른 흡입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반면에 전문적인 내용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해설이 부족해 아직 인터넷에 익숙치 않은 시청자들에게는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지난 10월 2일 방송 내용을 보면 '한글 도메인 상용 시대가 온다', '디지털 시대, 전자책이 다가온다' 등의 아이템을 통해 인터넷과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 그러나 이는 이미 네티즌들에게는 익숙한 주제로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의 반복에 불과했다. 반면 계층적 방식, 키워드 방식 등 인터넷 전문용어가 해설과정 없이 그대로 쓰이고 있어 초보자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다가갔다.

또한 이러한 아이템들은 기존의 인터넷 관련 잡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인데 이처럼 인쇄매체에서 충분히 소화하고 있는 것들을 굳이 영상매체인 TV에서까지 반복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결국 명확한 대상층의 제시와 정보 제공에 있어 영상 매체의 특성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할 수 있다.

이제 인터넷은 단순한 정보제공의 역할을 뛰어넘어 여론을 선도하기도 하며, 새로운 문화의 전형을 창출하기도 한다. 또한 방송은 현재의 사회적 분위기를 놓치지 않고 발빠르게 대응해 나가며, 생성된 사회적 담론을 올바르게 선도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

현재 무제한으로 쏟아지고 있는 '인터넷' 정보의 범람에 대처할 판별 기준을 제시하고, 일명 '넷맹' 사이에 인터넷 마인드를 확산하는데 일조하기 위해 막강한 TV의 전파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인터넷을 브라운관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는 충분히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인터넷과 방송의 만남이 지금처럼 단순히 기존의 프로그램에 '넷'이니 '웹'이니 하는 단어를 끼워넣어 인터넷붐을 교묘히 이용하려는 상업적 목적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며 제작진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그릇에 담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매비우스 월요모니터팀에서 모니터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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