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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1일과 22일 양일간 제 3차 ASEM(아시아 유럽 정상회담, 이하 아셈)이 서울에서 개최되었다. 아시아와 유럽 25개국 정상과 EU집행위원장을 비롯 3000여명의 수행인원이 동시에 한국을 찾은 이번 아셈은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과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이라는 겹경사에 연이어 개최됨으로써 그 성과에 대한 희망적인 예측이 분분했다.

그러나 언론에서 개최 이전부터 희망에 찬 어조로 아셈을 떠들어댄 것과는 달리 국민들은 국가적인 큰 행사라는 타이틀로만 아셈에 대해 인지했을 뿐이었다. 결국 이번 아셈은 건국 이래 최대의 외교 행사임이 분명했음에도 전 국민적인 공감대를 불러일으키지 못한 채 현 정부의 치적 중 하나로만 남게 되었다. 이는 국민의 여론 선도와 편중되지 않은 다양한 여론 반영이라는 언론의 역할이 불충분했음을 시사한다.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시뉴스의 아셈 관련 보도를 모니터한 결과 보도 기능의 최전선을 담당하는 공중파 방송 3사의 뉴스 역시 이러한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아셈 개최 이전인 지난 10월 12일부터 10월 22일 폐막 때까지 방송 3사의 뉴스를 보면 아셈의 탄생 배경과 개최 목적 등에 대한 포괄적인 해설 없이 그저 우리 나라 역사상 최대의 외교 행사라는 상징적인 의미 부여에만 치중하고 있었다. 또한 아셈을 통한 경제, 외교적인 성과에 대한 기대를 극대화하고 있었으나 이를 뒷받침 할 근거인 3차 아셈의 의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접근이 없었다.

이처럼 아셈의 본질적인 내용은 소홀히 한 반면 회의 장소의 준비 상황과 부대 행사 소개 등 주변부적인 사항의 보도에 큰 비중을 두어 주객이 전도되기까지 했다. 또한 아셈을 반대하는 세계 NGO들과 관련해서는 그들의 주장은 언급하지 않은 채 그저 통제 대상으로만 치부해버리고 있어 아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의 형성을 차단했다.

더불어 아셈 기간 중의 차량 2부제에 대한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는 있었으나 이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의 목소리는 적어 일방적으로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데 급급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1. ASEM 의제 내용보도 추상적, 상징적이다.

이번 아셈은 정부 수립 이후 최대 규모의 외교 행사라는 점에서 대부분의 보도가 행사에 대한 상징적인 의미부여에 치중하고 있었다. 또한 의장국으로서 우리 나라가 거두게될 성과를 예측함으로써 국민들에게 국가 차원의 대규모 행사에 대한 막연한 기대만을 부풀렸다.

의 경우 10월 16일 에서 "이번 ASEM회의는 우리 경제의 대외 신인도를 높이고 컨벤션 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월 17일 에서 "경제적 효과는 물론 한반도 평화를 진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등의 보도로 아셈에 대한 큰 기대를 보였다.

는 10월15일 <외교 축제 준비 끝>에서 "21세기 세계질서의 첫판이 짜여지는.." 것으로 아셈의 의미를 부여하고, 17일<3대 선언문 채택>에서 채택될 문서인 서울 선언과 아시아 유럽 협력체제 2000, ASEM 의장성명에 대해 소개하는 등 ASEM을 통한 외교적, 경제적 성과를 여러 면에서 열거하고 있었다.

이처럼 아셈 개막 이전부터 아셈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와 남북관계 진전 등에 주목했으나 정작 이러한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아셈의 의제나 관계부처의 준비 상황에 대한 접근은 없었다.

의 경우 10월 16일<유럽시장 넓힌다>에서 미·일·중에 치우친 무역구조에서 유럽 연합국가에 대한 시장 개척의 여지를 보도하고 외환위기 극복과정과 구조조정 노력을 평가받는 기회로 국가 신인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하는 등 타 방송사에 비해 ASEM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을 시도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추상적이고 표피적인 보도 태도로 인해 기획, 연속 보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 입장에서 아셈을 이해하고 판단할 기회는 부재했다.

2. '회담' 내용은 적고 이벤트성 보도만 많아

방송 3사의 ASEM 관련 보도의 또 다른 문제는 아셈의 실질적인 의미와 내용을 담보해내지 못한 채 개막식과 폐막식 준비 상황, 부대 문화행사 등 주변부적인 보도에 치중해 아셈을 하나의 거대한 이벤트로만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의 경우 개막 이전부터 개막일까지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는데, 각국 정상들이 도착하는 대로 동정보도를 하는 한편 회의장을 둘러싼 정보통신장비를 소개하거나(14일 <디지털 코리아 선보인다>), 정상들이 머물 호텔의 손님맞이 리허설을 상세히 보도했다.(17일 ).

또한 통역과 경호체제에 대한 소개(19일 <정상회의 통역잔치>, <사상 최대의 경호작전>), 전야제 등 문화 행사에 대한 소개(17일 <이사람, 아셈 지휘자>, 18일<서울은 아셈국 문화과학 경연장>, 21일 <정상부인들 아셈 갈라쇼 관람>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역시 15일부터<개최만 남았다>, 18일 <개막 준비 완료>, 19일 <사상 최대 경호>, 는 17일 <중국 총리의 방한> 보도를 시작으로, 18일 <미리 본 정상회의>, 19일 <세계 이목 집중>, 등을 통해 ASEM 회의의 표면적인 준비상황 보도에 치중하기는 마찬가지였다.

3. NGO는 외교축제의 훼방꾼인가.

아셈은 신자유주의를 전면적으로 표방하고 있는만큼 거대 자본의 집약과 강대국 중심의 세계질서 재편에 대한 우려를 불러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셈은 해당 국가의 국민들 생활에 깊은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3차 회의에 이르기까지 정작 민중의 현실은 배제된 채 진행되어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세계 NGO들은 아셈 진행 과정에 적극적인 개입과 참여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아셈에 대한 이해와 판단의 충분한 근거로서 전세계 NGO의 입장과 요구사항 역시 공정하게 보도했어야 했다. 그러나 모니터 기간중 방송 3사의 뉴스를 보면 NGO의 주장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없이 그저 행사를 방해하는 훼방꾼으로 묘사하고 있을 뿐이었다.

NGO에 관한 보도는 의 10월 18일 , 20일 <반아셈 대규모 집회>, 의 21일 <신자유주의 싫다>, 의 20일 <반대시위 격렬>등의 제목과 "각국 시민단체들 중 폭력 시위 경력이 있는 지도자의 입국 불허 방침"(SBS 17일), "초대받지 않은 손님"(KBS 18일) 등의 멘트로 NGO의 폭력 시위에 대한 우려만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1. 2차 ASEM 반대 집회 당시의 폭력시위 장면을 방영함으로써(KBS 18일) NGO 집회를 중요한 외교활동에 찬물을 끼얹는 행사로만 판단하도록 유도했다. 이처럼 편파적인 보도 태도로 인해 아셈에 대한 다양한 여론이 공론화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4. 승용차 2부제, 일방적인 정책 홍보로 시민 참여 강요

이번 아셈은 행사 기간 중 차량 2부제 실시가 일방적으로 통보되었고, 매일 밤 도심 주요 도로에서 덧씌우기 등 공사가 진행돼 극심한 교통 체증을 유발했는가 하면, 무차별적인 교통 단속이 실시되기도 해 이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아셈 준비기간 중 방송 3사의 보도를 보면 ASEM 회의장 주변의 원활한 교통소통을 위해 모든 서울 시민이 불편을 감수해야함이 당연하다는 전제하에 일방적인 참여만을 요구할 뿐이었다. 차량 2부제의 시행으로 불편을 감수해야하는 시민들의 여론은 일부에서 불만을 제기하는 수준으로만 보도했으며, 아셈 준비 과정에서 보여진 정부의 일방적 전시행정에 관한 점검과 비판의 목소리는 부재했다.

는 10월 18일 <자가용 2부제 참여 부족>에서 차량 2부제 계도기간 중 이를 어긴 시민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며 "차량 2부제 몰랐냐" 라고 위압적인 질문을 던지며 마치 중죄를 지은 사람 취급했다.

는 10월 19일 <내일 짝수 과태료>에서 "홀짝제를 매일 했으면 좋겠다, 적극 동참해야 우리나라 신용도가 좋아진다" 등 홀짝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듯한 시민들의 인터뷰만 방송했다.

반면 의 경우에는 차량 2부제 시행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몇차례 담아내 타 방송사의 보도와 차이를 보였으나 이 역시 단편적인 불만의 나열에 머물렀을 뿐이었다.

이처럼 방송 3사의 뉴스는 차량 2부제의 현실적인 타당성을 점검하는 과정을 통해 졸속적인 전시 행정에 대한 문제 제기와 비판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국민을 대신해 정부의 정책 수행 과정에 있어 견제와 감시의 역할을 담보해내야할 언론이 오히려 이를 무시한 채 일방적인 정책 홍보로 일관한 것이다.

지난 98년 제 2차 아셈 회의를 다룬 방송 3사의 보도에서는 대통령의 아셈 참가 성과에 대해 '실리 외교' '세일즈 외교'로 규정했으나 정작 '실질적인 이익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내용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1998년 매비우스 모니터 보고서 <'실리 외교'에 걸맞지 않는 '빈수레' 특집 방송> 참조)

이번 아셈 관련 보도 역시 이와 마찬가지로 아셈 성과에 대한 포장은 거창한 반면 그 결과가 불러올 의미와 파장을 국민의 입장에서 분석하고 해설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또한 정부의 발표만을 단순 나열하거나 피상적인 동정 보도에 치중하는 것 또한 여전했다. 이러한 보도 관행은 국민들의 미래에 직, 간접적 영향을 끼치게 될 국가적 현안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이해와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기여하지 못한다. 이는 결국 국가적 행사가 아닌 정부의 행사로만 남게 하는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했다.
첨부파일
chaos89_14259_9[1].hwp

덧붙이는 글 | 98년 열린 제2차 아셈보도와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98년 아셈보도 모니터 보고서와 비교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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