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태안 화력 발전소에서 일하던 노동자 김용균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리고 3년이 지났다.

KBS는 고 김용균씨의 3주기를 맞아 지난 12일 특집 다큐멘터리 <다시는 일 하다 죽지 않게>를 통해 김용균씨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 재단 이사장과 산재로 자녀 혹은 형제를 잃은 가족들의 투쟁을 조명했다. 

제작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4일 다큐 <다시는 일 하다 죽지 않게>를 연출한 서지원 KBS PD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서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KBS 1TV 특집 다큐멘터리 <다시는 일 하다 죽지 않게>의 한장면

KBS 1TV 특집 다큐멘터리 <다시는 일 하다 죽지 않게>의 한장면 ⓒ KBS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떠세요.
"솔직히 말하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보통 방송을 끝내면 되게 기분이 홀가분하잖아요. 그런데 이번 다큐 끝내고는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다큐 제작과 취재를 하면서 계속 산재의 죽음들이 끊이지 않는 걸 알게 됐고 방송이 나간 후에도 여수에서 폭발 사고로 노동자분들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거든요. 우리 사회에서 산재가 사라지려면 너무 오래 걸릴 거 같아요. 당장 다큐가 나간다고 사회가 달라지지 않겠다는 걸 아니까 마음이 무겁고 책임감도 느낍니다."

- 다큐 <다시는 일 하다 죽지 않게>는 태안 화력 발전소에서 일하다 사망한 김용균 씨 3주기 특집으로 제작된 거잖아요.
"저희 부서에 정택수 책임 프로듀서가 계시고 조태욱 촬영 감독님이 계세요. 두 분이 작년에 전태일 50주기 다큐멘터리를 같이 제작을 하셨거든요. 그걸 하면서 김용균 어머니이자 김용균 재단 이사장님이신 김미숙 님을 촬영하게 됐는데 전태일 다큐 이후에도 이분의 산재 사고를 막기 위한 투쟁을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셨더라고요. 두분이 먼저 시작하셨고 저는 촬영이 조금 진행된 이후에 합류했어요. 제가 그때 합류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것도 '대체 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기에 이렇게 사고가 끊이지 않는지 보고싶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그렇게 다큐 제작에 박차를 가하게 됐습니다."

- 이전에도 산재 사고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뉴스에서 단신으로 많이 나오잖아요. 사람들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어가고 있다는 걸 제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실제로 유족분들을 만나면서 가본 현장은 피상적으로 단신뉴스에서 접한 내용 그 이상이더라고요. 제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다 아는 게 아니었다는 걸 다큐 제작하면서 알게 됐습니다."

- 산재 유가족들의 중대재해처벌법 투쟁을 다큐 초반에 담으신 이유가 있을까요?(기자주 :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약칭 중대제해처벌법)은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의 처벌 등을 규정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 시행은 2022년 1월 27일)
"다큐 촬영 시작할 때 마침 김미숙 님 포함해서 산재 유가족분들이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해야겠다고 단식 농성에 들어가셨거든요. 첫 촬영 현장이기도 했고요. 촬영도 제일 먼저 이루어졌거니와 또 이분들이 그 현장에 계셨거든요. 중대재해 처벌법 제정을 위해 이분들이 얼마나 고군분투하시는지 인상적인 장면이기도 해서 제일 먼저 배치를 하였습니다."

-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논란이 있잖아요. 너무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도 있는데 유가족들은 어떤 입장인가요?
"5인 미만 사업장 적용이 빠진 것에 대해서 아주 강력하게 비판하고 계시죠. 사실 법이 통과되기 전까지 정말 많은 엎치락뒤치락하는 과정들이 있었습니다. 처음에 유가족분들은 사람들이 일하는 모든 일터에 이 법이 적용되길 원했는데 이게 국회에서 논의되는 과정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은 빠지기도 하고, 몇몇 기업은 유예를 받는 등 누더기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이 안타까워하셨어요. 그래서 완전한 법을 위해 우리가 이 이 법을 통화시키지 못하게 해야하는 거 아닌가 고심하셨던 거 같아요. 중대재해처벌법이 누더기가 됐지만 일단 그래도 첫발을 떼자고 해서 법 통과되는 것까지 지켜보셨죠."

- 방송을 보면,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 대부분이 10·대20대던데요?
"10대 20대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에서 산재 사고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방송에서는 10대 20대의 산재가 주로 다뤄졌는데요. 일부러 10대, 20대 청년 노동자분들을 취재했다기 보단 저희가 산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분들을 따라다가 보니 주로 10대·20대 청년 노동자를 떠나보낸 어머님 아버님들이 활동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청년 노동자분들을 더 많이 다루게 된 것 같습니다."

- 올해 평택항에서 일하다 사망한 이선호군 이야기도 담으셨던데.
"1년 동안 계속 촬영하고 있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 와중에 4월에 갑자기 이선호 군 사건이 발생했다는 걸 듣게 됐고요. 그래서 유가족분들이 가실 때 함께 이선호군 장례식장을 방문했습니다. 처음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 가슴이 철렁했다고 해야 할까요. 정말 산재 사고가 계속 끊이질 않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또 이선호 군 아버님께 촬영을 요청드렸는데 허락해 주셔서 선호군의 빈소를 지키시는 모습부터 장례식을 치르고 사고가 있었던 평택을 떠나는 모습까지 담을 수 있었어요. 마음이 너무 무거웠어요."

"법 시행하면 사망자 줄지 지켜봐야"
 
 KBS 1TV 특집 다큐 <다시는 일 하다 죽지 않게>

KBS 1TV 특집 다큐 <다시는 일 하다 죽지 않게> ⓒ KBS1

 
- 중대재해처벌법 통과 이후 678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사망했다고 나와요. 따지고 보면, 거의 하루에 2명이 사망하는 건데요(출처 : 고용노동부 2021년 산업재채 발생 현황).
"엄청난 숫자고요. 이 통계를 조금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이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발생한 산재 사고 중에서도 질병으로 사망한 산재는 제외해서 사고로만 사망한 사람들의 숫자가 678명이거든요. 그런데 지금 12월이잖아요. 아마 현재 기준으로 하면 또 더 많은 사람이 분명히 죽었을 것이고 그럼, 하루에 2명 이상이 산재로 사망했을 거라고 추정합니다."

-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된 이후에도 사망자는 왜 줄지 않을까요. 법이 아직 시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만 보기도 어려울 것 같아요.  
"맞습니다. 법 시행은 내년(2020년 1월 22일)이긴 하지만 이제 통과가 됐으니 일터에서 '법이 곧 시행되니까 안전 한 번 더 챙기자'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는데 그런 변화들이 법의 속도만큼 빠르게 퍼지지 못한 것 때문이라고 추정은 하고 있어요. 내년에 법 시행이 된다면 사망자가 줄 수 있을지 기대를 해보는 데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 김미숙 이사장은 산재 유가족들을 많이 만나시더라고요.
"맞습니다. 어떤 산재 사망으로 이한 유족분들이 계시다고 하면 달려가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만 해도 촬영하면서 부산, 성주, 광주, 여수 등 전국을 따라다녔어요. 김미숙 이사장님은 자기가 가서 힘이 되고 유족분들에게 어떤 힘을 줄 수 있다면 본인은 힘들고 지치더라도 가야겠다는 마음이시더라고요."

- 그렇게 할 수 있는 힘은 뭘까요?
"먼저 유가족으로서 겪었던 것들을 알기에 가서 뭔가 더 알려주고 손잡아 주겠다는 책임감이 있으신거 같고요. 두 번째는 어머님이 말씀하시기를 어머님이 용균이 사고를 당했을 때 여러 사회 각계에서 많은 분이 와서 위로해주고 함께 대책을 마련해보자고 했던 게 힘이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그걸 다시 베풀어야겠다는 마음도 있으신 것 같습니다."

- 유가족들을 만나 인터뷰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거 같아요. 
"처음에 힘들기는 했습니다. 다른 유가족분들은 그래도 어느 정도 죽음을 받아들이고 다시 우리 가족과 같은 죽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활동도 하시는데요. 갓 사고를 당하신 분들을 인터뷰할 때 많이 조심스럽고 어려웠어요. 촬영에 응해주신 가족분들께서는 내 얘기를 꺼내는 게 힘들고 아프지만 내가 이야기해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계섰던 거 같아요. 인터뷰하시면서도 우시고 슬퍼하시는데 '못하겠다, 그만하자'라는 분이 거의 없으셨어요. 저도 힘들지만 계속 물었고 인터뷰에 응하는 가족분들도 힘들지만 계속 응해주셨어요.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끔 하자는 마음이 같았기 때문에 인터뷰가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중단되지 않고 끝까지 저도 유가족분들도 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취재하며 느끼신 점이 있다면.
"저희 제목 그대로입니다. 진짜 다시는 일하던 사람들이 안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마음이 더 간절해졌어요. 제 주위에 언론 노동자분들도 그렇고 제 개인적으로도 일하는 환경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된 것 같아요."

- 취재했는데 방송에 못 담은 장면이 있다면.
"김미숙님의 고향을 한번 갔어요. 고향에 부모님은 다 돌아가셨고 언니분이 계세요. 언니분과 보내는 1박 2일을 저희가 촬영을 했었는데 그 부분이 거의 담기지 못했어요. 투쟁 현장에서 늘 강인하신 분이신데 산이나 들에 가시면 또 전혀 다른 표정과 얼굴을 갖고 계세요. 주로 취미가 나물 뜯기와 밤 줍기거든요. 그날도 밤을 주우러 가셨는데 정말 밤을 열심히 잘 주우세요. 그걸 엄청 좋아하시고. 그렇게 활짝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데 밤을 주우실 때 웃으시더라고요. 의외의 모습이었습니다. 만약 용균씨 사고가 없었더라면 주운 밤과 뜯은 나물로 아들에게 맛있는 거 해주고 살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생각을 하니까 그 모습마저 너무 슬퍼 보였어요. 방송에는 시간상 그 부분을 담을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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