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코로나19 팬데믹이 일어난 지 1년 6개월이 지났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하루 확진자가 적게 나와 방역 모범국이란 찬사까지 받았다. 국민들의 거리 두기 협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무엇보다 자영업자의 희생이 있었다. 그럼 자영업자들에 대한 보상은 지금 충분할까?

지난 8월 31일 MBC < PD수첩 >에서는 'K-방역의 그늘, 자영업자' 편이 방송되었다. 이날 방송에는 홍대, 신촌, 이대, 이태원, 명동 등 서울의 자영업들 상황을 살펴보고 대안을 제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방송에서 다 말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것 같아 방송 다음 날인 지난 1일 'K-방역의 그늘, 자영업자' 편을 취재한 소형준 PD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소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한 집 걸러 한 집이 폐업이나 임대 문의"
 
 MBC < PD수첩 > 'K-방역의 그늘, 자영업자' 편의 한 장면.

MBC < PD수첩 > 'K-방역의 그늘, 자영업자' 편의 한 장면. ⓒ MBC

   
- 지난 8월 31일 방송된 MBC < PD수첩 > 'K-방역의 그늘, 자영업자' 편을 취재·연출하셨잖아요. 취재하면서도 굉장히 마음 아프고 힘들었을 것 같아요. 방송 마쳤는데 소회가 어때요?
"이번에는 저희가 실생활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자영업자들의 얘기라서 체감적으로 좀 더 안타까웠어요. 이미 여러 언론들에서 자영업자에 대한 보도를 많이 했잖아요. 그래서 기시감이 들지 않을까 고민스럽긴 했지만 소상공인 대출만기와 이자상환유예조치가 만기되는 2021년 9월을 앞둔 이 시점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주제여서 진행하게 되었어요.

자영업자분들도 감사하다고 연락도 많이 주셔서 의미있는 일을 했단 생각에 보람차고요. 근데 댓글들에서 자영업자들에게 많이 공감을 못 해 주시는 분들도 일부 계셨어요. 자기 세금이 그들에게 간다라는 생각 때문에 지원이 꼭 필요하냐라고 얘기하신 분들이 있었는데 그런 분들까지는 끝까지 설득해내지 못한 것 같아서 조금 아쉽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습니다."

- 왜 그런 생각을 할까요?
"물론, 이건 일부의 얘기예요. 그런데 자영업자분들이 그만큼 사회적인 약자라는 것에 대한 반증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고위공직자, 정치인, 재벌같은 사회기득권도 아니고, 일상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분들이다 보니까 막 얘기해도 된다는 착각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개인적으로 들고요."

- 코로나로 인한 자영업자 문제는 이미 여타 프로그램에 했잖아요. 그럼에도 또다시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있을까요?
"일단 시기적으로는 그동안 했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대출만기라든가 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9월 말에 예정되어 있었어요. 코로나는 지금 상황이 나아진 게 하나도 없잖아요. 근데 갑자기 대출을 갚으라하면 엄청난 버블이 터지게 되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위험성을 꼭 경고하고 싶었고요. 정부에서는 한 번 더 연장해 주는 거로 지금 논의 중이라고 얘기를 하고 있어서 그런 것들이 시기적으로 맞다고 생각이 됐고요.

또 가장 큰 거는 7월 12일부터 시작됐던 4단계 거리 두기로 자영업자분들이 아주 큰 타격을 입은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자영업자들이 뭉쳐서 한목소리를 내는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어서 너무 많이 봐온 얘기긴 하지만 이것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얘기일 수 있겠고 다시 한번 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얘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 취재하기 전 자영업자 문제에 대해 PD님은 어떻게 생각하셨어요?
"사실 그냥 '장사가 안 되시는구나' 정도였죠. 저 같은 직장인들은 일 안 하면 통장에 찍히는 게 그냥 0원이에요. 근데 이분들은 일을 안 하면 마이너스가 되더라고요. 그리고 그 마이너스 정도가 임대료 항목 때문에 어마어마한 거죠. 그런 임대료나 고정비 등에 대해서 생각을 안 해봤는데 '좀 장사가 그냥 안 되네'라고 단순하게 치부하고 넘어갈 일이 아닌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더 심각한 거는 그분들이 고용하고 있는 아르바이트생이나 직원분들이 있는데 이분들을 결국은 자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서 결국에는 실업 쓰나미까지 연장되는 것이 아닌가하고 이건 되게 심각한 문제구나라고 생각이 되었습니다."
 
 MBC < PD수첩 > 'K-방역의 그늘, 자영업자' 편의 한 장면.

MBC < PD수첩 > 'K-방역의 그늘, 자영업자' 편의 한 장면. ⓒ MBC

 
- 지방과 수도권 상황에 차이가 있을까요?
"다 어려우신데, 저희 취재에 나왔던 명동, 이태원, 홍대, 신촌, 이대 이런 곳들이 더 어려운 거 같아요. 왜냐면 주요 도심에 우리가 안 가잖아요. 그리고 소비를 당연히 집 주변에서 하게 되죠. 저만 해도 약속이 없어지니까 홍대같은 곳에는 안 가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사실 거기가 그 정도로 폐허가 된 줄은 몰랐어요. 근데 가 보니 달랐던 거죠."

- 어느 정도예요?
"정말 망한 도시 같았어요. 한 집 걸러 한 집 다 폐업이나 임대 문의가 걸려있더라고요. 특히 개인적으로는 이대 같은 경우 굉장히 심각하게 느껴졌고요. 이태원도 만만치 않습니다."

- 코로나 때문인지 아님 임대료 때문인가요?
"당연히 일차적으로는 코로나 때문이죠. 그런데 그 이면에는 기존에 매출에서 차지하는 임대료 비중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결국엔 나가야 되는 상황이었던 것 같더라고요."

- 헬스클럽이나 볼링장도 나오던데 그런 덴 어떤 게 어렵다고 하나요?
"헬스클럽이나 볼링장 같은 경우는 다 기구로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 기구 비용을 초반에 지불하고 투자를 해서 만들었을 거예요. 볼링장 같은 경우는 시설 유지비가 많이 들고 헬스장 같은 경우도 그 기구들에 대한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손님들이 계속 꾸준히 있어줘야 되는데 그런 것들이 없었죠.

특히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여름이면 운동을 더 하려는 성향 때문에 여름에 1년의 절반 이상의 매출이 발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 여름이 두 번이나 그냥 지나갔죠. 지금 9월이잖아요. 12월까지도 특별히 회원 수가 증가할 것 같지 않기 때문에 올 연말 장사까지 사실은 거의 정리가 됐다는 식으로 표현할 수가 있는 거죠."

- 그럼 자영업자들 생활은 어떻게 한다고 해요?
"그래서 처음에 나왔던 호프를 운영하는 부부 같은 경우도 그랬고 헬스장을 운영하셨던 분도 그렇고 다들 낮에 다른 일들을 하고 계세요. 철물점에서 일하신다든가 회사를 다니신다든가 인테리어 공사를 하신다든가 해서 지금 겨우 그 생활을 하고 계시죠. 근데 개인의 생활을 위한 벌이보다도 사실은 자기 직원들이 있거든요. 결국 자기가 벌어서 그 돈을 자기가 쓰는 게 아니고 직원들 월급을 주고 있더라고요. 그런 게 참 안타까운 현실이죠."

"투잡 뛰어서 직원들 월급 주고 있어"
 
 MBC < PD수첩 > 'K-방역의 그늘, 자영업자' 편의 한 장면.

MBC < PD수첩 > 'K-방역의 그늘, 자영업자' 편의 한 장면. ⓒ MBC

 
- 자영업자에겐 임대료 문제가 큰 것 같은데 정부는 임대인이 자발적으로 낮춰주길 바라는 것 같아요.
"이게 그래서 문제라고 생각이 됩니다. 자영업자들한테 그동안 줬던 지원금, 대출 등이 자영업자들 주머니로 가느냐면 그게 아니에요. 결국에는 그거를 받자마자 임대료를 내야 되고 그리고 또 은행에 대출이자 내야되고요. 그 금액도 모자랐을뿐더러 결국에는 건물주의 재산은 보호가 된 거죠. 그래서 얘기하고자 하는 게 정부가 이렇게 생색내기 지원금 100만 원, 200만 원 줘봤자 자영업자들은 아무런 도움이 안 돼요. 차라리 임대료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해결해 줬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임대인들에게 전면적인 감세 혜택을 준다든가요. 이런 고통의 시기에 왜 임차인들만 그 고통을 분담해야 되느냐는 거죠.

그리고 어떤 브랜드가 입점해있느냐도 그 건물의 값어치를 좌우하죠. 예를 들어 1층에 스타벅스나 유명한 맛집이 있으면 그 건물의 가치도 같이 올라가지 않습니까. 그건 잘 나갔을 때의 과실이라고 본다면 지금은 어려우면 왜 임차인들만 고통을 분담해야 되는가죠. 그들의 영업은 제한하면서 건물주의 재산권은 그냥 보호되는 게 맞는가에 대한 부분에서는 형평성의 문제를 좀 다시 한번 철학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지 않겠느냐라는 겁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 자영업자분들이 많은 호소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임대료 문제를 좀 들여다봐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 재난 지원금이 자영업자에겐 크게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은데.
"볼링장의 케이스를 보면 임대료만 한 달에 3000만 원이래요. 근데 이분이 작년 2월부터 거의 장사를 못 하셨죠. 다달이 3000만 원 했을 때 1년이면 3억 6000만 원이잖아요. 임대료만 1년에 3억 6000만 원인데 그동안 받은 지원금이 이번에 받으신 것까지 포함해서 2500만 원밖에 안 된다는 거죠. 그러니깐 3억 6000만 원 중 2500만원밖에 보전 안 되는 거예요. 그러니 절대 금액이 너무 터무니없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거지요. 적어도 저희가 취재 현장에서 만났던 분들은 그거에 대해서 만족했다는 분들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 기재부는 자영업자에게 충분히 재정 지원했다는 입장인 것 같아요.
"그때 입법 청문회 때 중기부에서 냈던 자료를 보면 손실측정 금액이 3조 3000억 원인데 자기네들은 6조 원에 달하는 금액을 지원했다고 얘기를 하고 있어요. 그러면 피해보다 두 배를 지원했다는 얘긴데 현장에서는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그건 너무나 탁상행정이다. 너무 행정주의적인 데이터나 숫자를 가지고 얘기하는 것 같다. 현장의 목소리를 좀 들어보시라'라는 거죠.

예를 들어 지금 여행업은 엄밀히 얘기하면 코로나 제한 업종이 아니거든요. 근데 여행업은 시장에서 지금 사람들이 여행을 안 하니까 자연적으로 도태된 거죠. 이것을 코로나 피해 업종으로 볼 거냐 안 볼 거냐는 국가의 철학적인 질문이 들어가게 되는 거죠. 여행업은 코로나 피해 업종이 맞을 수도 있죠. 사실 맞죠. 그러나 정부에서 봤을 땐 집합 금지업종, 영업 제한업종만 자기네들이 보장해 주겠다는 건데 여행업은 왜 손실이 없겠어요. 그런 것들을 정부에서 좀 더 넓게 봐야 된다는 거예요.

그리고 저희가 취재하며 답답했던 건 매출데이터 등을 볼 수가 없었다는 점이에요. 유일한 통계는 정부만 갖고 정부만 아마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것들에 접근하는 데 있어서 너무 보수적으로 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탁상행정에서 좀 더 벗어나서 정말 국민들을 생각하는 정책을 좀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MBC < PD수첩 > 'K-방역의 그늘, 자영업자' 편의 한 장면.

MBC < PD수첩 > 'K-방역의 그늘, 자영업자' 편의 한 장면. ⓒ MBC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이게 지금의 문제도 문제지만 사실 저는 코로나가 언젠간 끝날 테니까 끝나고 나서가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요. 통계에서는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이 25% 정도 나온다고 얘기해요.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딸린 하청업체라든지 식료품을 조달하는 업체, 아르바이트생, 그 밑에 직원들까지 다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48%라고 보는 학자들도 있어요. 그 정도로 자영업과 연결된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는 건데 이게 코로나 끝나고 나서는 더 심각해질 것 같아요. 이 빈부격차나 양극화가 더 심각해질 것 같고 정부에서는 이런 불평등을 줄이는 데 있어서 좀 더 재정정책을 펼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기억에 남는 자영업자 사연이 있을까요?
"직원들을 자르는 게 가장 고통스럽다고 많이들 얘기하셨어요. 자기 가족은 내가 수입이 300에서 50으로 줄었다면 '이번 한 달은 그냥 라면 먹고 버티자'라는 게 되는데 자기 밑에 직원을 둔 사장님들은 이분들에게 월급을 줘야 된다는 굉장히 큰 책임감이 있으시더라고요. 근데 예를 들어서 지원금은 5인 미만만 소상공인 사업장이라서 준다고 하니 그럼 직원이 5명인 사장님은 고민하게 되는 거예요. '내가 한 사람을 잘라야 되나' 이런 생각까지 되는 거죠. 그 고민이 가슴 아프게 느껴졌습니다."

- 취재할 때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자영업자들 입장에서 말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들이잖아요. 매출, 임대료 같은 부분들은 그 사람들의 영업비밀이라고 할 수도 있고. 빚 대출 같은 부분들은 그들의 치부라고 할 수도 있고요. 이런 얘기를 누가 카메라 앞에서 하고 싶겠어요. 처음에 섭외하는 단계가 어려웠죠. 그렇지만 역설적으로 또 자기들이 이렇게 어렵고 힘들다는 거를 또 얘기하고 싶으셨나 봐요. 또 마지막에 나온 폐업하시는 분을 촬영할 때는 그의 꿈이 담긴 가게의 마지막 날을 저희가 찍는데 조금 죄송스럽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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