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MBC


올해 초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SKY 캐슬' 안에서 남편은 왕으로, 자식은 천하제일 왕자와 공주로 만들고 싶은 명문가 출신 집안들의 처절한 욕망을 샅샅이 들여다본 드라마 < SKY 캐슬 >이 인기를 끌었다. 당시 < SKY 캐슬 >은 부유층의 입시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실은 어떨까?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지난 21일 '"스펙 만들어드려요" '계급 대물림' 사교육 서비스 편'을 통해 대입 컨설팅 업체에서 벌어지는 일을 고발했다. 취재 뒷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 이번 아이템을 취재한 서유정 MBC 기자를 지난 22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만났다. 다음은 서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

-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부의 대물림' 사교육 서비스 편'을 취재했잖아요? 소회를 듣고 싶어요.
"조국 전 장관 자녀 문제로 학생부 종합 전형에 관심이 좀 더 많아졌지만 그건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세부적으로 좀 더 들여다 보자는 생각에 취재를 했어요. 학생부 종합 전형에 들어가는 스펙을 쌓으려고 컨설팅 업체가 성행한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쉽게 만들어질 수 있는 건가란 생각이 들어 아이들에게 부끄러워졌어요. 그리고 저희 취재에 협조해준 친구가 실제 벌어지는 일을 보고 되게 많이 안타까워했어요. 취재를 끝냈지만 아직도 뭔가 해야 하는 것 아닌가란 생각이 남아있죠."

- 방송에 대한 시청자 반응은 어떤가요. 
"일단 제가 취재했던 업체 자체가 경찰 수사를 받는 곳이에요. 그러나 수사 받는다는 게 공개되지 않았었고, 수사 받는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성황리에 영업하고 있거든요. 자기네들이 관리하는 학생이 너무 많다 보니 대치지점에서 커버가 안 되어 목동 지점을 열었고 내년엔 분당까지 오픈할 거라고 광고했어요. 이 업체는 경찰 조사를 받고 있어서 언제 문 닫을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그 상황에) 학부모들을 유혹한다는 게 당황스러웠어요. 그런 부분의 민낯을 드러내 주었기 때문에, 주변 학부모들이나 기사를 본 학생들은 '컨설팅이 있는 건 알았지만 저렇게까지 됐냐'라고 놀라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MBC <스트레이트> - "스펙 만들어드려요" ‘계급 대물림’ 사교육 서비스 편

MBC <스트레이트> - "스펙 만들어드려요" ‘계급 대물림’ 사교육 서비스 편ⓒ MBC


- 조국 전 장관 자녀들의 입시 관련 논란이 일고 있는 중이라 조금은 부담이 되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희도 그런 걱정 많이 했었는데, 취재를 하며 확인한 부분은 조 전 장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었어요. 쉽게 말씀드리면, 교수라는 직책 가진 사람들이나 아니면 소위 말해 정치인이나 이런 사람들은 그 당시 너 나 할 것 없이 부모의 지위를 이용해서 자식의 스펙을 쌓아줬던 게 아닐까 할 정도로, 이런 일들이 많이 있었다는 걸 취재를 하면서 확인할 수 있었죠. 그런 부분은 분명 잘못된 것이고 그게 누가됐든 지적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취재하게 된 거예요."

- 컨설팅이 있다는 걸 말로만 들었을 때랑, 직접 체감하는 건 다를 것 같은데, 어떤가요.
"그런 게(컨설팅) 있다는 건 사실 학부모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다 알려진 사실이었고 드라마에도 그런 이야기가 나왔었죠. 그런데 진짜 저렇게 할까라는 건 해보지 않았으니 몰랐던 거죠. 그런데 돈을 내고 직접 해본 뒤엔 진짜 그런 게 있다는 걸 몸으로 체감할 수 있게 된 거죠."

- 방송 초반에 나온 대입 컨설팅은 말이 좋아 컨설팅이지 스펙을 사는 것에 가까운 것 같던데요. 
"그렇죠. 돈 주고 컨설팅 회사 가서, 대회에 나가 발명품을 내고 실적을 올리죠. 독서감상문 같은 경우도 저희가 체험해봤지만 돈을 주니 다 만들어주잖아요. 그게 스펙이 되다 보니 결국 돈이 스펙이 되는 사회구나란 생각을 하게된 거죠."

- 컨설팅 회사가 많은가요? 
"제가 취재했던 컨설팅 회사만 해도 대치동에도 있고 목동에도 있고 내년엔 분당까지 확장한다고 하잖아요. 이런 대입 컨설팅 회사는 강남권에 많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강남에도 있지만, 일반지역에도 있어요. 이건 방송에 못 내보냈지만, 인터넷에 치면 나오는 대입 컨설팅 업체는 소위 말해 몇 백 만 원 주고 하는 업체예요. 하지만 정말 최상위권에 있는 전국 단위 자사고나 특목고, 영재고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수천 단위 돈을 내고 컨설팅 받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데 거긴 인터넷에 나오는 업체가 아니에요. 그건 다 입소문으로 이뤄져요. 정말 드라마에 나올법한 그런 게 실질적으로 있는 거죠."
 
 서유정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기자

서유정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기자ⓒ 이영광


- 방송에 나온 업체는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계속 영업을 하는 거죠?
"경찰이 수사를 시작했지만, 실질적인 관계자들인 강사진이나 컨설팅 받는 학부모들의 혐의를 입증해서 영업 중단을 시키기까지는 정말 많은 절차가 필요하거든요. 그리고 만약 A라는 작품이 만들어졌는데 그 작품이 정말 100% 대작이나 대필로 만들어진 건지 혐의 입증하는 과정이 굉장히 힘들어요. 또한 이 결과물이 실질적으로 이 아이 생활기록부에 기재되어 있는지도 봐야 하고... 수사 중간 과정에서 문을 닫으라고 할 수 없는 상화이다보니, 경찰도 지금 여러 가지 자료를 근러로 혐의를 입증하는 데 노력하고 있어요."

- 혹시 방송 후 그 업체쪽에서 연락이 왔나요?
"저에겐 연락 없었습니다. (그 업체는) 아직도 아무 문제 없이 인터넷상에 올라와 있어요. 광고도 하고 있고요. 제가 알기로는 20일까지도 강사채용도 했었고요."

- 고등학생 논문 공저자에 대해서도 다뤘잖아요? 대다수 학부모들이 '아이가 잘해서 한 건데 뭐가 문제냐'란 입장인 것 같은데...
"제가 취재하며 제일 화났던 부분인데, 교수들은 '내 딸 또는 아들이 뛰어나서 충분히 할 수 있다'라는 식으로 말하더라고요. 하지만 제가 취재하고 싶었던 건 그런 결과에 대한 게 아니었어요. 이 친구가 어떤 대학 연구실을 쓸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건 엄마나 아빠가 교수이기 때문이거든요. 전 그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평등, 공정하지 못한 상황 등을 다루고 싶었던 거죠."

- 논문 공저자는 얼마나 만연해 있나요?
"얼마 전에도 공저자 관련해서 800건가량 적발됐잖아요? 교수들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문제로 느끼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만연하게 퍼진 상태였어요. 탐사기획팀에서도 지난주에 뉴스로 내보냈고, 저도 의과학 분야 논문을 검색해봤는데, 고등학생이 올라가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거든요. (논문 쓴 교수와 공저자가) 성이 같아서 알아보면 아빠인 경우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고요. 가장 큰 문제는 분명 고등학생이 쓸 수 없는 것임에도, 자신의 아이가 뛰어나다는 이유로 그걸 덮어버린다는 점이에요."

- 취재하며 가장 분노한 지점은 어딘가요?
"결과를 말하기에 앞서 과정에 대한 기회가 공정했는지를 떠올려봤을 때, 그렇지 않았다는 점에 굉장히 분노했어요. 과정에 대한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데에 부모의 스펙이 작용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도움을 준 부모가 '그게 왜 잘못이냐'라고 나올 때 또 한 번 분노하게 되더라고요. 이건 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한데요. 어른들이 '이건 잘못된 거니 니가 열심히 해봐라'라며 아이들에게 길을 내주지 않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거죠. 제가 만난 한 선생님은 '우리나라는 아이들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물고기를 잡아 입에 넣어주는 사회가 된 게 너무 안타깝다'고 하셨거든요."

- 그런 과정을 겪으면 아이들에게도 교육적으로 굉장히 안 좋을 것 같아요. 한편으론 돈만 있으면 뭐든 다할 수 있다는 의식을 심어주는 것 아닌가도 싶고요. 
"맞아요. 저희 체험에 참여한 한 친구는 '너무 가슴 아프고 너무 억울하다. 만약 우리 엄마 아빠는 돈이 없거나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난 열심히 해도 안 되고 반면 열심히 하지도 않은 애가 돈을 주고 샀다고 하면 너무 억울할 것 같다'라고 하더라고요. 한 업체 강사도 '생태계 교란'이라고 표현했어요. 그분은 또 아이들이 너무 어린 나이부터 돈이면 다 된다는 걸 알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고 했거든요. 저 역시 취재하면서 같은 생각을 했어요."

- 학종이 중학교로 내려가면서 자유학기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떤가요?
"자유학기제 모르는 분이 훨씬 더 많으실 거예요. 자유학기제 자체는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 공약사항이었어요. 중학교 1학년 때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등 지필 평가 없이 그냥 직업 체험도 하고 스포츠 활동도 하면서 적성 찾아보라는 거였어요. 중학교 1학년 한 학기 혹은 1년을 시험 없이 지내는 걸 자유 학년제라고 하거든요. 그러나 이것에서 생기는 문제점이 뭐냐면, 우리나라는 초등학생이 시험을 안 보잖아요. 중학교 1학년 가서도 자유학기제로 시험 안 봐요. 그러다가 2학년 올라가면 바로 시험을 봐야 하고 그게 내신에 들어가요. 그렇게 되면 아이들이 너무 힘들어지는 거예요. 

자유학기제 수강 내용의 학교 편차가 되게 심해요. 국제중학교나 소위 말해 잘 사는 동네에 만들어진 중학교는 과목이 굉장히 다양하게 만들어져 있는데 일반 중학교나 지방에 있는 중학교 같은 경우 여력이 안 되다 보니 과목 수가 제한적이라든지 체험도 지엽적인 경우가 많죠."
 
 MBC <스트레이트> - "스펙 만들어드려요" ‘계급 대물림’ 사교육 서비스 편

MBC <스트레이트> - "스펙 만들어드려요" ‘계급 대물림’ 사교육 서비스 편ⓒ MBC


- 특목고나 자사고가 문제 되었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고등학교가 아니라 중학교까지 내려온 거네요?
"맞아요. 예전에는 고등학교가 인문계, 실업계, 과학고와 외고 정도 있었다면 지금은 자사고, 특성화고, 외고, 국제고, 과학고 등 엄청나게 많잖아요. 그래서 아이들은 일반고에 가는 걸 후기 고등학교 가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요. 그러다 보니 좋은 고등학교 가려면 중학교 때부터 내신과 생활기록부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거죠. 그래서  스펙 쌓기 연령이 점점 낮아지는 상황이 되어버린 거죠."

- 교육개혁에 대해서 생각해 보셨을 것 같아요.
"교육 정책 개편이나 교육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는 어느 정권 때나 나오잖아요. 그리고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우리나라 교육 정책을 항상 바뀌어 왔어요. 그러나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남아 있잖아요. 즉 정책이 어떻게 바뀌든지 우리나라는 계속해서 가진 자거나 권위 있는 부모의 자식들이 좋은 대학가는 시스템이거든요.

이건 제 개인적 생각인데, 교육 제도 개혁이 눈에 띄는 가시적 성과를 내려면 직업에 대한 귀천이 없어진다든지 아니면 복지제도에 대한 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봐요. 대학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정말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대우받고 돈 많이 벌고 하는 사회가 되지 않는 이상, 교육제도 내 시스템 개편으론 우리가 바라는 상황을 만들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이번 취재 중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나요?
"저는 학생부 종합 전형 이야기를 하며 피부에 와닿는 대안을 찾고 싶었어요. 그런데 취재를 하면 할수록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게(학종) 문제라고 해서 정시를 늘려야 하냐면, 그래서 해결될 문제도 아닌 거든요. 특히 학생부 종합 전형 내에서 어떻게 제도를 개선할 것인지 대안이 없다는 점이 제일 아쉬웠어요. 저희가 돈 내고 컨설팅을 받아 봤지만, 시간적 제약이 있어서 국어 수행평가나 과제 부탁하는 것에 그쳤어요. 시간을 갖고 더 큰 걸 부탁하면 그게 어떻게 이뤄질지... 그 과정을 못 담은 게 아쉽죠."

- 취재하며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과정에서의 기회가 누군가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내 자식이 출중하다면 교수 엄마가 아닌 그 누가 됐더라도 똑같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가 되면 이렇게까지 아이들이 힘들어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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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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