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직격>의 한 장면

<시사직격>의 한 장면ⓒ KBS

 
KBS의 시사 프로그램 개편에 따라 새로 만들어진 <시사직격>이 지난 4일 첫 방송을 했다. 강제동원과 양심적 병역 거부 등의 변호를 했던 임재성 변호사가 MC를 맡은 <시사직격>은 KBS 간판 시사프로그램이었던 <추적 60분>에 <KBS스페셜>의 시사다큐 부분을 접목시킨 듯한 형식을 띠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선 이번 개편을 두고 'KBS 시사 프로그램 퇴보 아니냐'는 지적도 한다.  이에 대한 생각과 프로그램 제작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박용석 KBS <시사직격> 팀장을 만났다. 다음은 박 팀장과 나눈 일문일답.

- <시사직격>이란 프로그램이 4일 첫선을 보이고 두 번째 방송했는데 반응은 어떤가요.
"첫 회가 검찰개혁이었는데 휘발성 있는 아이템이잖아요. 사람들이 관심 많이 가지는 거라 처음에는 시청률이 굉장히 높았어요. 2회 강제동원도 중요하고 관심을 많이 받는 아이템이었는데요, (시청률은) 타사와 연동돼요. 타사는 드라마나 예능 시간이고 청소년 축구했거든요. 시청률은 오락가락하지만 반응은 좋아요."

- 시청자들 외에 주변 반응은 어떤가요. 
"통상적으로 주변은 아는 사람들이잖아요. PD들이 비판적으로 이야기를 해주기는 하는 데 전반적으로 좋다는 평가가 많고요. '열심히 해야겠다'는 질책도 있고요. 이것저것 섞여 있는 것 같아요."

- 프로그램 제작 준비는 얼마나 했나요. 
"7월 중순 즈음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얘기 들었어요. 하지만 진행되려면 PD들이 꾸려져야 하잖아요. 그러기에는 시간이 꽤 걸렸어요. 그러나 1회 방송은 5일 준비해서 나간 겁니다."

- 1회 방송 준비 기간이 굉장히 짧은데, 통상적으로 그렇나요?
"아니오. 특이한 케이스인데요. 1회 아이템이 여러 번 바뀌었어요. 처음에는 지소미아나 한일관계와 관련된 강제동원으로 하려 했어요. 그러나 갑자기 북미회담이 급물살 타서 북미회담으로 바꾸려고 했죠. 하지만 서초동 집회가 시작됐고, (시의성에 맞게) 급하게 검찰개혁으로 바꾸었죠. 통상 2명의 PD가 투입하는 데 이건 5명 투입해서 빠르게 만들었죠. 우리 제작진들은 시사나 그쪽에 관심이 많고 일했던 사람들이라서 충분히 준비할 수 있었어요."

- 베테랑들이라고 해도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준비하는 게 힘들었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갑자기 아이템을 바꾸면 힘들어요. 후배들이 계속 이렇게 할 거냐고 물어봐요. 사실 힘들다는 거죠. 저도 시사 프로그램도 하고 <추적60분>도 했지만 그런 (긴급한) 경우가 꽤 생기거든요. 그래서 PD들이 이해하는 편이에요."

시의성과 심층성, 두 마리 토끼 잡는다

- <시사직격>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시사직격>은 두 가지 지향점이 있어요. 하나가 시의성이고 또 하나는 심층성인데요. 대척점에 서 있죠. 빠르게 준비하려면 심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심층성 강화하려면 시의성을 포기해야 하는데 저희는 두 부분을 다 가져가려고 하거든요. 그전에 KBS 다큐멘터리나 시사가 시의성 못 따라간다는 이야기가 많았고 그에 대한 반성으로 이걸 만들었거든요. 시의성과 심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시사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 제가 알기론 <추적60분>과 < KBS 스페셜 >이 합쳐진 거라고 들었어요. 즉 탐사보도와 다큐를 섞은 건데 이유가 있나요?
"보통 < KBS 스페셜 > 하면 다큐로만 생각하는데 시사다큐예요. 그동안 시사보다는 문화라든지 다른 아이템들이 < KBS 스페셜 >을 통해 많이 나갔죠. 어차피 <추적60분>은 심층 시사니까, 거기에 시사다큐를 합쳐 새로운 프로그램 만들면 저희가 그동안 놓쳤던 시의성이나 심층성 보강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 앞서 말씀하셨듯, 탐사보도는 긴 호흡을 가지고 심층적으로 만들잖아요.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지고 가겠다는 목표를 세우긴 했지만, 그걸 현실에서 구현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새 프로그램을 만들면) 처음에 PD와 작가가 혼란스럽잖아요. 그래서 처음엔 저를 비롯한 고참 PD들이 틀(프로그램 성격)을 만들었어요. 저희가 틀을 만들어도 (다른 제작진은 프로그램이) 어떻게 구성될지 상상은 하지만 정확히 몰라요. 시의성 있는 프로그램으로 일단 가고, 탐사도 안 할 수 없으니 따로 내부 기획팀과 탐사 팀을 꾸렸어요. 외주 쪽도 발주해놓고 저희도 계속 아이템을 발굴하고 있어요. 시스템이 어느 정도 갖춰지면 시의성 있는 팀은 그대로 가고 탐사 팀은 시간을 들여 하려고 준비하는 중입니다."

- 분야가 두 개로 나뉘는 건가요?
"저희는 꼭 두 분야라고 생각 안 해요. 심층성이나 시의성이나 모두 시사로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어 마약 문제가 터졌을 때 시의성 있게 할 수도 있지만, 실제 수사상황이라든지 전반적인 걸 취재해서 심층적으로 방송 할 수 있는 부분이잖아요."

- 이런 포맷을 생각하고 실천에 옮기게 된 계기가 따로 있나요. 
"방송 트렌드가 바뀌고 있잖아요. <추적60분>이나 < KBS 스페셜 >은 30여 년 비슷하게 왔기 때문에 이렇게 가는 게 맞냐는 내부 고민이 있었어요. 색다른 식으로 시사를 만들어봐야 하지 않겠냐는 거죠. 요즘은 유튜브처럼 (미디어환경이) 빠르게 변하잖아요. 그러나 방송은 늦을 수밖에 없는 게 취재해야 하고 편집해야 하고 글을 써야 하고 더빙해야 하는 등 굉장히 작업이 많아서 늦을 수밖에 없죠. 몸이 무거울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최대한 빠르게 대응하고 통상 PD도 2명을, 급할 때는 여러 명을 투입해 일주일에서 한 달 내에 한 아이템을 소화하자고 했죠."

"달라진 환경에 <추적60분> 바꿀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박용석 KBS <시사직격> 팀장

박용석 KBS <시사직격> 팀장ⓒ 이영광


- <추적60분>은 한 아이템 당 제작 기간이 얼마나 걸렸나요. 
"빨라도 두세 달 걸리죠. 사실 이게 저희가 할 수 있는 최대치예요. 더 이상 (준비기간을) 줄일 수는 없어요. 기획하고 전문가들 만나고 구성하고 편집하려면 그 정도 시간 투자해야지 아니면 힘들거든요. 방송사에 PD가 많이 필요한 이유기도 하죠."

- <추적60분>은 KBS 간판 프로그램이라서 폐지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저희가 이 프로그램 만들 때 내부 반발이 꽤 있었어요. 저 같은 경우도 <추적60분>을 했었거든요. <추적60분>을 하고 있던 내부 PD들도 굉장히 아쉬워했죠. 그러나 <추적60분> 타이틀이 (시청자에게) 익숙하고 중요한 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도 바뀌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서 고민했죠.

<추적60분> 폐지 이야기는 이전에도 여러 번 나왔지만 중요한 브랜드라서 이어온 거죠. 하지만 방송환경은 너무 많이 바뀌었거든요. 바뀌는 환경에 빨리 대응하기 위해 <추적60분>을 바꿀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국장이 고민 많이 한 것 같아요. CP와 저를 불러서 <추적60분> 같은 심층 아이템은 계속 다뤄달라고 부탁했거든요."

- 외부에서는 KBS가 퇴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퇴보로 생각하진 않고 전진을 위한 변화라고 생각해요. 실제 편성에서는 KBS 시사 프로그램 여러 개가 산재화되어 있어서 하나로 모으고 싶어 해요. 저희 생각도 마찬가지예요. 총량으로 봐도 <오늘밤 김제동> 폐지됐지만 그건 없었던 게 새로 생긴 거거든요. 시사가 보강된 거지 퇴보한 건 아니거든요. < KBS스페셜 >은 다큐 부분 떼어 <인사이트>로 남아있고 시사와 <추적60분>의 심층 시사를 가져와 <시사직격>을 만든 것이기 때문에 퇴보한 게 아니죠. 총량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난 거죠."

- <시사직격>이란 타이틀은 어떻게 결정된 건가요. 
"회사에 보고해야 하잖아요. 이름 몇 개를 뽑았거든요. 그중 지금 베이징 특파원으로 간 PD가 '시사직격'을 가져왔어요. 일단 가제를 이거(시사직격)로 보고했어요. 방송국에서 보통 가제를 던져 놓으면 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아서 가제 잘 정해야 한다는 말이 있어요. (보고) 이후 많은 타이틀을 냈는데 결국 '시사직격'이 된 거죠."

- MC를 임재성 변호사가 맡았어요.
"임 변호사가 자기는 강제동원 아니면 방송 안 한다고 <오늘밤 김제동> 나와 이야기한 적 있거든요. 그걸 PD들이 알고 있었어요. 지금 베이징 특파원으로 간 PD가 베이징 가기 전 (프로그램을 위해) 본인이 뭔가를 하겠다며 임 변호사에게 만나고 싶다고 문자 보냈나 봐요. 당연히 강제 동원 아니면 방송 안 한다고 답변이 왔죠. 저희는 다른 사람 알아보고 그 PD는 한 번 더 시도하려고 장문의 문자 보냈는데 그쪽에서 만나보자고 했대요. 이 PD가 어떻게 이야기했는지 모르지만 고민해보겠다고 했다는 거예요. 다만 본인 시간에 맞춰줄 수 있냐고 부탁했어요. (변호사 일을 해야 해) 주말만 촬영 가능하고 녹화도 퇴근 후 가능하다는 거죠. 그래서 녹화를 저녁 7시 정도에 시작해요."

- 임 변호사는 방송 진행 처음이잖아요. 고민은 없었나요. 
"임 변호사는 변호사지만 법만 한 게 아니고 법사회학도 전공했거든요. 사회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사회 전반의 작동 원리도 이해하고요. (방송이 처음이라는 단점은) 임 변호사가 (방송) 스킬을 익힐 수 있게 해주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멘트나 톤은 아나운서실에 부탁해서 2주간 교육을 했어요. 전담 아나운서가 붙어서 교육했거든요. 그런 식으로 보완했죠. 실제 첫 녹화 하는 날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잘하더라고요."

- 2회에는 임 변호사가 직접 현장에 나가고 내레이션까지 했던데.
"섭외 조건이 주말 중 하루는 촬영해 달라는 거였고요. 1회 검찰 개혁은 급하게 준비했기 때문에 임 변호사가 나갈 시간이 없었어요. 강제동원은 임 변호사가 소송대리인 중 한 명이었잖아요. 그래서 본인이 주인공처럼 더빙한 거고 4회는 임 변호사가 일본에 직접 가서 한국 주재 일본 기자와 일본 주재 한국 기자들과 토크를 진행했거든요. 5회도 준비중인데, 임 변호사가 촬영을 나가요."

- 임 변호사의 반응은 어떤가요. 
"처음이라 재밌어하는 것 같아요. 방송이 원래 힘들어요. 포스터 촬영이나 티저 촬영하면 새벽에 끝났거든요. 그래도 생각보다 힘들어하지 않더라고요."

- <시사직격>에서 중점 두는 부분은 뭔가요?
"시사를 시의성 있게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탐사 시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우리 사회 전반적인 환기라든지 환경감시에 필요한 것이 뭔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어쨌든 제일 중요한 건 대한민국이죠.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가 제대로 나아갈 방향을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저희가 결과나 해결책을 내놓을 수는 없지만 계속 시청자들에게 환기를 시키고 우리 사회에 이런 문제점이 있다고 얘기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 탐사 보도 프로가 많아서 차별화가 되어야 할 것 같은데요.
"시사라는 건 프로그램마다 대동소이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걸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죠. <그것이 알고 싶다>의 경우 연기자가 진행하고 사건 추리 같은 걸 많이 하잖아요, <스트레이트> 같은 경우 색깔을 내기 시작했고요. < PD수첩 >이야 정통 시사 프로그램이죠. 저희는 <추적60분>과 < KBS 스페셜 >을 물리적이 아니라 화학적으로 결합해야 하기 때문에 계속 고민중이에요. 저희와 다른 프로그램 차별점이 뭐냐고 물으면 아직은 답이 완전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어떻게 화학적 결합을 해야 하는지 실험하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굳이 차별성을 찾으라면 직관과 통찰을 합친 프로그램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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