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선수

김연경 선수 ⓒ 에자즈바쉬 공식 SNS

 
19연승하다 1패를 했을 뿐인데, 그 여진이 심상치 않다. 김연경과 소속팀인 에자즈바쉬는 2018~2019시즌 터키 리그 정규리그에서 19연승을 달리다, 지난 23일 바크프방크와 라이벌전에서 세트 스코어 0-3으로 완패를 당했다.

이날 패배로 에자즈바쉬는 정규리그 우승을 위해서 남은 2경기를 다 이겨야 하는 상황으로 돌변했다. 그리고 3일 오후 8시(한국시간) 이스탄불 부르한 펠렉 체육관에서 갈라타사라이와 또다시 라이벌전을 갖는다.

2일까지 터키 리그 정규리그 순위는 1위 에자즈바쉬(승점 58.3점-19승1패), 2위 바크프방크(56.44점-19승1패), 3위 페네르바체(46.32점-15승5패), 4위 갈라타사라이(43.34점-13승7패) 순이다.

모든 팀이 정규리그 2경기씩을 남겨 놓고 있다. 에자즈바쉬와 바크프방크의 승점 차이는 1.86점에 불과하다. 에자즈바쉬가 1승 1패를 하고 바크프방크가 2승을 하면, 정규리그 우승은 바크프방크가 차지한다.

에자즈바쉬의 남은 경기 상대는 3일 갈라타사라이(4위), 10일 아이딘(10위)이다. 바크프방크는 3일 THY(5위), 6일 차낙칼레(11위)와 경기를 갖는다. 객관적인 전력상 바크프방크의 2전 전승은 어렵지 않게 예상된다. 사실상 에자즈바쉬가 남은 2경기를 다 이겨야 정규리그 우승이 가능한 상황이다.

갈라타사라이와 라이벌전이 관건이다. 갈라타사라이는 에자즈바쉬, 바크프방크, 페네르바체와 함께 터키 리그 전통의 강호인 '빅 4'다. 올 시즌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빅 4의 경기는 전력과 상관없이 박빙의 경기를 벌이기도 한다.

실제로 전반기 에자즈바쉬-갈라타사라이 경기에서도 에자즈바쉬가 5세트 패배 직전까지 몰렸다가 막판 대역전으로 힘겹게 승리했다. 당시 대역전극의 주인공은 김연경-에즈기의 '찰떡 호흡'이었다. 특히 김연경은 혼자서 수비를 절반 이상 해내고, 공격까지 팀 내 최다 득점(23득점)을 올렸다.

유럽 강팀 상대로 씨도 안 먹히는 '몰빵 토스'

갈라타사라이전을 앞두고 주목되는 부분이 있다. 에자즈바쉬 모타 감독의 전술 변화 여부다. 선수 기용과 경기력 면에서 배구 전문가와 팬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특히 토스와 경기 운용 능력에서 약점을 보인 감제(26세·179cm) 세터를 지나치게 고집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최근 감제의 토스는 '보스코비치 몰빵'으로 기울면서 팀 플레이를 더욱 단조롭게 만들고, 전력 약화를 자초하고 있다. 유럽 강팀들을 상대로 씨도 안 먹히는 몰빵 토스는 패배의 지름길이다.

김연경과 보스코비치를 세트 중간에 교체하는 전술도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김연경은 세계 최고의 완성형 레프트다.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력도 최정상급이다. 보스코비치는 세계 최고의 득점력과 결정력을 보유한 파워 히터다. 두 선수를 플레이 도중에 교체하는 건 여러모로 비효율적이다. 에자즈바쉬의 가장 큰 장점인 공격 삼각편대를 스스로 무력화시키기 때문이다.

주전 센터였던 베이자(24세·192cm)가 부상으로 이탈하고, 대신 미국 대표팀 선수인 기브마이어(31세·187cm)가 들어가면서 터키 리그에서 세계 최고의 공격 삼각편대를 가동할 수 없는 점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터키 리그의 외국인 선수 출전 제한(코트에 3인) 규정 때문이다.

기브마이어가 들어가면 김연경(대한민국·192cm), 보스코비치(세르비아·193cm), 라슨(미국·188cm) 중 한 명은 뺄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공격력이 약화되고, 조직력도 떨어졌다.

특히 상대 팀이 토털 배구를 바탕으로 빠르고 조직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스피드 배구'를 구사할 경우, 에자즈바쉬는 속수무책이었다. 우왕좌왕하다 허무하게 경기를 내줬다. 지난해 클럽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라바리니 감독의 미나스 팀에게 당한 패배와 최근 바프크방크전 완패가 딱 그런 모습이었다.

모타 감독은 올 시즌 대부분을 같은 패턴으로 경기를 운영해 왔지만, 시간이 갈수록 팀의 전체적인 짜임새와 조직력이 탄탄해지기보다 오히려 평범한 팀으로 전락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시즌 성패' 좌우할 대회들, 진짜 승부가 다가온다

올 시즌 가장 중요한 경기들이 코앞에 다가오면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막판 전력 약화로 1년 농사를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터키 리그 정규리그는 오는 10일 종료된다. 그리고 포스트시즌 8강 플레이오프(PO)가 시작된다. 8강 PO는 정규리그 1-8위, 2-7위, 3-6위, 4-5위가 맞붙는다. 

12~14일 중에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8강 플레이오프 경기가 열린다. 에자즈바쉬의 상대는 이탈리아 리그 1위 팀인 이모코 볼리다. 22일부터는 2019 터키 컵 대회가 열린다.

모두 우승컵이 걸린 대회로 올 시즌 가장 중요한 경기들이다. 특히 터키 리그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과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느냐에 따라 에자즈바쉬의 올 시즌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

그런 점에서 3일 갈라타사라이전은 중요하다. 정규리그 우승이 별 의미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에자즈바쉬는 그런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니다. 갈라타사라이전마저 패한다면 올 시즌 첫 연패로 선수단의 사기는 더욱 떨어질 수 있다. 19연승을 하다 막판에 정규리그 우승을 놓치는 것도 좋은 그림이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대회들을 코앞에 두고 팀 경기력이 무너지는 모습 자체가 최악이다. 승패 못지않게 경기력 업그레이드, 감독의 전술 변화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한편, 에자즈바쉬-갈라타사라이 라이벌전은 3일 오후 7시 50분부터 국내 스포츠 전문 채널인 SPOTV에서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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