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산영화제 개폐막식과 행사장 등에서 펼처진 영화인들의 항의 행동

지난해 부산영화제 개폐막식과 행사장 등에서 펼처진 영화인들의 항의 행동ⓒ 부산국제영화제, 한독협

 
4일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에 올해도 영화인들의 퍼포먼스가 등장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영화인들은 지난 2년간 부산영화제 사태를 겪는 과정에서 보이콧을 선언했고, 부득이하게 참석할 수밖에 없는 감독과 배우들은 레드카펫과 영화제 행사 중 항의 문구를 적은 종이를 펼쳐 보이는 방식으로 주목을 받았다. 일부 해외 영화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개막식에서는 민병훈 감독이, 야외무대 행사에서는 방은진 감독이, 폐막식에서는 박배일 감독이 당시 서병수 시장의 사과와 이용관 현 이사장의 명예회복 등을 요구하는 항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영화계의 의지를 대외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관객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2016년에는 이번에 공로상을 받는 장 마르크 테루안느 브졸영화제 집행위원장과 프로그래머가 세월호 추모 리본을 달고, 부산영화제를 응원한다는 문구를 들고 레드카펫 포토월에 섰다.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났던 해에도 노란 리본과 세월호를 잊지 말자는 퍼포먼스가 나왔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2011년 부산 한진중공업 크레인 농성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투쟁이 있을 때도 영화인들의 지지와 응원 퍼포먼스 및 1인 시위 등이 진행되기도 했다.
 
블랙리스트 미온 처리에 영화인들 항의 가능성 
 
 지난 5월 8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조사 결과에 대해 발표하면서 관견자 징계를 요구하고 했다.

지난 5월 8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조사 결과에 대해 발표하면서 관견자 징계를 요구하고 했다.ⓒ 성하훈

 
올해는 부산영화제 정상화가 이뤄지면서 영화계가 보이콧을 풀고 적극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시도 오거돈 부산시장이 이용관 이사장, 영화인 대표와 함께 4일 개막식에서 '2018, 부산영화제 정상화 원년'을 선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블랙리스트 관련자들을 미온적으로 처리할 계획을 밝히면서 문화예술계가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는 것은 가볍게 볼 수 없는 부분이다. 부산영화제 역시 블랙리스트의 피해자였다.
 
문체부는 지난 13일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관여했던 공무원과 전직 공공기관장 7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고 12명에게 '주의' 처분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블랙리스트 조사위)는 지난 5월 활동을 마무리하며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공무원과 산하기관 임직원 131명에 대한 수사의뢰와 징계를 권고했다. 이중 문체부 소속 관련자는 수사의뢰 권고 24명, 징계권고 44명이었다.
 
그러나 문체부의 결정은 블랙리스트 조사위 요구와 거리가 먼 데다 인원도 대폭 줄었고, 법적 책임이 없는 형식적인 징계라는 점에서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개막을 1주일 앞둔 지난 27일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도종환 장관은 징계없는 징계계획 철회하고 제대로 된 징계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촉구했다. '조직적인 범법행위가 이어진 것인데도 징계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책임자에 대한 명확한 처벌을 요구했다.
 
한국독립영화협회도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명박·박근혜 정권 10년 동안 억압받고 배제되었던 예술인들의 열망을 조각냈다'고 비판했다. 또한 문체부의 징계는 어떤 원칙과 의지가 반영되었는지에 대해 설득력도 진정성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적폐청산은 '시끄럽고, 혼란스러우며, 성찰이 투영되어야할 고단한 작업'인 만큼 각오가 필요하고 결기가 필요하다고 문체부의 재고를 촉구했다. 
 
 부산영화제 레드카펫

부산영화제 레드카펫ⓒ 아티스트리

 
일부 영화인들 사이에서는 개막식에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참여가 예정된 만큼 블랙리스트 관련자 징계를 촉구하는 행동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도종환 장관이 문화예술계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영화인들도 적극적으로 나서 공개적인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입장문을 발표한 한국독립영화협회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것은 없지만 지난해 영화의 전당 앞에서 진행된 서병수 시장 규탄 시위 등도 회원들의 요청에 따라 현장에서 조직된 만큼, 회원들의 의견이 있을 경우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서병수 전 시장 초청 가능성에 비판 제기
 
 지난해 영화인들의 거센 비난 속에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레드카펫 대신 일반 출입구로 들어서고 있는 서병수 당시 부산시장

지난해 영화인들의 거센 비난 속에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레드카펫 대신 일반 출입구로 들어서고 있는 서병수 당시 부산시장ⓒ 부산영화제

 
부산영화제가 화합을 위해 올해 개막식에 서병수 전 시장의 초청을 고려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일부에서는 반발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영화제는 정상화 원년을 선포하면서 그간 영화제를 반대하거나 비판했던 인사들도 폭넓게 끌어안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부산지역 영화인들 사이에서는 이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지역의 한 영화인은 "심지어 전 시장 서병수까지 '화합의 상징으로 모시겠다'는 아이디어는 도대체 누구의 것이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아직도 비프가 입은 외상이 회복되지도 않았고, 비프를 그토록 오랫동안 갖은 방식으로 탄압했던 서병수는 블랙리스트 실행과 관련해 어떤 조사나 처벌도 받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나 적폐청산도 없는 화해나 포용이 가당키나 한 말이냐"며 "부산영화제 집행부의 이런 태도는 수 년 동안 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위해 치열하게 싸워온 영화계에 대한 무례이자 무책임이며, 과거에 대한 직시와 진정한 극복에 무감각한 역사인식의 부재를 보여줄 뿐"이라고 비판했다. "절대 동의할 수 없기에 영화제 집행부의 신중한 사고와 엄정한 재고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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