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결산기자회견에서 올해의 성과를 밝히고 있는 이용관 이사장

13일 오전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결산기자회견에서 올해의 성과를 밝히고 있는 이용관 이사장 ⓒ 성하훈

 
관객 수는 20만을 못 넘겼으나 정상화 원년의 체면은 살렸다. 올해 새로 시작한 커뮤니티 BIFF는 뜻밖의 성과를 거뒀다. 뉴커런츠 상등 4개 부문을 수상한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저력은 올해도 확인됐고, <메기> 이옥섭 감독은 4관왕을 차지하며 일약 부산의 스타 감독으로 떠올랐다.
 
부산국제영화제가 13일 오전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3회 영화제를 결산했다. 지난 2년간의 영화단체 보이콧이 풀린 가운데 정상화를 선언했으나 태풍의 영향을 받은 것이 주말 관객 수에 영향을 미치면서 전체 관객도 3년째 20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영화제를 외면했던 영화인들이 대거 부산을 찾으면서 축제 분위기는 되살아났고, 커뮤니티 비프 등 남포동 원도심에서 진행된 행사들이 예상 밖의 호평을 받으며 전체적으로는 정치적 탄압을 받았던 지난 2년보다 훨씬 나은 모습을 보였다. 보이콧을 주도했던 한국영화감독조합은 10월 5일과 12일 두 차례에 걸쳐 행사를 열었고, 중단됐던 한국영화감독조합상도 재개하면서 부산영화제에 힘을 실어줬다.
 
CJ, 롯데, NEW, 쇼박스 등 대형 배급사들의 파티가 재개된 것도 분위기를 바꾸는 데 한몫 했다. 최근 3년간 영화제에 참여했던 한 언론 관계자는 "지난 3년 중에 가장 많은 영화인들이 모여들고 활력과 생기를 띤 영화제였다"며 "최근 2년 간의 행사와 크게 비교될 정도"라고 말했다.
 
태풍에 관객 수 1만 정도 영향
 
 13일 오전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23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기자회견

13일 오전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23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기자회견 ⓒ 성하훈

 
이용관 이사장은 "지난 9월 4일 기자회견 때 말씀드렸던 대부분의 것들에 대해 어느 정도는 기대에 부응하게끔 성공적으로 (영화제가) 치러지게 돼 감사한다"며 "프로그램 운영문제와 남포동의 커뮤니티 비프, 아시아필름마켓, 부산 클래식 등 새로운 섹션 등을 운영하게 됐는데 첫 시도임에도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또한 "올해 강조했던 세 개의 키워드가 화합, 정상화, 재도약이었는데, 화합과 정상화에서는 어느 정도 가능성을 발견했지만 다 완벽하지는 않았고 재도약의 가능성은 충분히 확인했다"며 "내년에 더 다듬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영화제가 시작되기 전에는 작년 수준을 뛰어넘을 것 예상했으나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주말 야외상영장 관객이 줄었다"라며 "19만 5081명이 찾았다. 내년에는 더 많은 분들이 찾아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관객이 가장 몰리는 첫 주말에 태풍이 오면서 대략 1만 명 정도 관객이 줄어드는 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또 아시아필름마켓에 대해서도 그는 "전반적으로 아시아 종합 콘텐츠 마켓의 가능성을 보였지만 여전이 더 많은 바이어들을 부산에 불러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독립영화인들의 네트워크 행사인 '플랫폼 부산'의 경우 "아시아의 독립영화 감독들을 만족시켰고 결과도 좋았다"며 "호응도 커서 비약적으로 성장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23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가장 큰 성과는 부산영화제가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이전으로 돌아간 것"이라며 "가장 많은 영화인들이 왔고, 축제 분위기가 완벽하게 회복됐다. 지역민 참여도 심도 있게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커뮤니티 비프 성공, 마켓은 더딘 성장
 
 남포동과 중앙동 등 원도심에서 뜨거운 호응 속에 올해 처음 시도된 커뮤니티 비프. 부산영화제가 도시재생에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남포동과 중앙동 등 원도심에서 뜨거운 호응 속에 올해 처음 시도된 커뮤니티 비프. 부산영화제가 도시재생에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 부산국제영화제

 
올해 눈에 띄는 점은 '커뮤니티 BIFF'의 성공이었다. 시민과 관객들이 참여해 직접 만들어가는 영화제를 표방한 '커뮤니티 비프'의 경우 높은 관심과 열기 속에 참석자들의 만족감이 상당히 컸다. 부산영화제가 원도심 도시재생 역할을 담당한 것도 의미가 있었다. 도시재생전문가인 커뮤니티 비프 프로그래머의 활약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모두 37회의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영화는 64편이 상영됐다. 참여한 관객 수는 6634명으로 집계됐다.
 
이용관 이사장은 "재도약 가능성에 대해 상당한 자신감과 용기를 얻게 됐다"며 "내년이나 내후년쯤까지 가 봐야 지속가능성 확대 가능성 드러낼 수 있을 것 같다. 준비기간이 부족했어도 잘 치르고 호응을 얻었다. (이후) 예산 뒷받침을 활발하게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남포동에 영화를 상영하는 부분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양준 집행위원장도 "커뮤니티 비프의 경우 예매율이 80% 이상인 것도 있었고, 서부산권에서 영화제 행사가 치러지길 바라는 지역민들의 염원도 읽을 수 있었다"며 "현재의 관점에서는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시아필름마켓은 전년대비 참가업체가 20% 이상 늘고 미팅이 100건 이상 증가해 역대 미팅 건수 기록을 경신했으나 더딘 성장은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이용관 이사장은 마켓이 진행 중인 7일(일요일) 오전에 전시장 주위에서 마라톤대회가 열린 것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밝혔다. 마라톤대회가 열리면 교통이 통제되기 때문에 일요일 오전 행사들이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아시아피름마켓을 포함한 전 세계 모든 마켓의 성패는 예산 및 노하우와 인력인데, 둘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예산 확보인데도 10년 전 출발한 이래로 꾸준히 감소했고, 출범 전과 비교해 현재는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한 예산 결정 과정에서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것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발전방향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기도 하다는 것이다.
 
다만 전 집행위원장은 "올해 영화제 시작 전부터 효율적인 부산영화제작 활성화를 위해 한국콘텐츠진흥원, 영화진흥위원회 등과 논의 중"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용관 이사장도 "조만간에 로드맵을 제시하겠다"면서 "중앙정부와 부산시 등 지자체 움직임도 활발해 토털마켓으로 전환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커런츠 수상작 외 8편 모두가 특별 언급
 
 13일 오전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결산 기자회견에 참석한 부산영화제 심사위원들과 이용관 이사장, 전양준 집행위원장

13일 오전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결산 기자회견에 참석한 부산영화제 심사위원들과 이용관 이사장, 전양준 집행위원장 ⓒ 성하훈

 
이날 결산 기자회견에선 올해 주요 수상작들도 발표됐다. 부산영화제를 대표하는 뉴커런츠 상은 중국 추이시웨이 감독의 <폭설>과 권만기 감독의 <호흡>이 각각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했다.

심사위원들은 <폭설>에 대해 "놀라운 완성도로 관객을 사로잡는 데뷔작으로 다차원적인 등장인물과 스릴 넘치는 액션 시퀀스를 통해 숙달된 장르영화 연출력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호흡>에 대해선 "디테일한 인물 설정과 완벽한 컨트롤, 능숙한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심사위원들은 독창적이고 놀라우며 심오한 정서를 표현한 이 작품에 깊이 빠져들 만큼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홍준 심사위원장은 10개 작품의 장단점을 이야기하고 "올해 부산영화제의 지향점과 완성도 및 예술성을 고려했다"면서 "부산영화제가 존중하는 역동성과 다양성이 대표적으로 드러나는 두 편의 영화"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특별언급이 없는 것에 대해서는 "다양성이란 측면에서 영화의 국적이나 성별에 있어서 차이, 그 나라 역사의 특수성을 마주하는 영화 및 장르영화의 공식이나 대중성과 작가주의에 충실한 전통적인 영화, 실험적인 추구 등이 보였다"며 "모든 영화들이 뉴커런츠 상을 수상할 자격이 있다고 봤다. 나머지 8편의 영화가 모두 특별언급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예년보다 경쟁이 치열했던 다큐멘터리 대상인 비프 메세나 상은 박경근 감독이 <군대>와 제임스 홍 감독의 <기억과 망각>에 돌아갔다. 심사위원들은 "군 문제와 관련된 다채로운 관점을 다루는데 있 사회에 뿌리 박힌 폭력을 본질을 드러내는 능력이 뛰어나며 동시에 유창하면서도 미묘함을 잃지 않은 편집으로 영화적인 효과를 더욱 극대화 했다"고 <군대>를 평가했다.
 
<기억과 망각>에 대해서는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역사적 소재에 집중하는 헌신을 높이 사고 싶다"면서 "역사라는 주제의 중요성을 볼 때 숨겨져 있던 이야기를 밝혀낸 깊은 통찰력과 인간이 처해 있는 어려운 상황을 드러내는 용기를 보여줬다"고 평했다. 이길보라 감독의 <기억의 전쟁>은 정치적 문제를 다룬 대담함과 동시에 우아한 접근법을 보여줬다며 특별언급했다.
 
이혁상 감독은 경쟁에 오른 한국 다큐 6편에 대해 "사회적 이슈에서부터 개인적 이슈까지 아울렀다며 각각의 장단점이 있으나 다른 심사위원들은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프메세나상 심사위원인 중국의 자오 리앙 감독은 "편수도 많았고 굉장히 많은 정치와 사회를 담아내 선정에 어려움이 있었다"라며 "심사를 통해 동남아의 영상수업을 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메기> 4관왕, 한국영화아카데미도 4개 부문 수상 
 
 뉴커런츠상과 KTH상을 수상한 <호흡> 권만기 감독(왼쪽)과 <메기>로 4관왕이 된 이옥섭 감독(오른쪽)이 12일 열린 비전의 밤에서 각각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커런츠상과 KTH상을 수상한 <호흡> 권만기 감독(왼쪽)과 <메기>로 4관왕이 된 이옥섭 감독(오른쪽)이 12일 열린 비전의 밤에서 각각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 부산영화제

  
올해 수상작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이옥섭 감독의 <메기>였다. <메기>는 올해의 배우상을 비롯해 시민평론가상, CGV아트하우스상, KBS 독립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했다. 영화 <메기>는 코믹하면서도 줄거리를 쉽게 요약할 수 없을 만큼 예상 가능한 이야기가 아닌, 감독의 독특한 상상력이 도드라지는 작품이다. 주연을 맡은 이주영, 구교환 배우 외에 문소리, 명계남, 권해효, 김꽃비 등 카메오 군단도 화려하다.
 
이옥섭 감독은 전날인 12일 비전의 밤을 통해 시민평론가상, CGV아트하우스상, KBS 독립영화상 등을 수상하면서 "부산영화제에서 상받을 것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며 출연배우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한국영화아카데미의 활약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올해 부산으로 이전한 아카데미는 권만기 감독이 <호흡>으로 뉴커런츠 상과 KTH상을 받아 2관왕이 됐고, 안주영 감독의 <보희와 녹양>도 KTH상을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한가람 감독의 <아워바디>는 최희서 배우가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했다. 이로써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출품작 5편 중 경쟁에 오른 3편이 모두 수상하는 쾌거를 안았다. 지금은 학교에서 물러난 유영식 전 원장과 김태균 전 교수 등 교수진들이 지도 능력이 평가받는 대목이다. 이옥섭 감독도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이다.
 
최희서 배우가 수상한 올해의 배우상은 남자 배우에게 돌아가야 하는 상이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올해의 배우상은 심사위원을 맡은 고현정 배우와 유준상 배우가 각각 남녀 배우를 선정해 주는 상인데, 고현정 심사위원이 <메기>의 이주영 배우를, 유준상 심사위원은 남자가 아닌 <아워바디> 최희서 배우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유준상 심사위원은 "여자배우의 활약이 돋보이는 올해 부산영화제의 선정 작품 경향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남자배우 대신 여자배우를 수상자로 결정했다"면서 "<아워바디>에서 최희서가 보여준 좋은 연기는 오랫동안 잔상을 남겼고, 인물의 변화를 몸과 마음과 표정 모든 면에서 자연스럽게 보여준 결과"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후보작 모두에서 좋은 연기를 봤다"면서 "모두에게 칭찬과 격려를 하고 싶다" 덧붙였다.
 
지난 4일 개막한 23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3일 폐막식에서 수상자들에 대한 시상식과 함께 폐막작 <엽문 외전> 상영을 끝으로 내년을 기약한다. 부산영화제 측은 2019년 영화제는 10월 3일 개막해 12일까지 진행된다고 밝혔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수상자(작) 명단

▲뉴커런츠 상
<폭설> 추이시웨이 감독(중국)
<호흡> 권만기 감독(한국)
 
▲지석상
<로나 아짐의 어머니> 잠쉬드 마흐무디 감독(아프가니스탄. 이란)
<아담의 갈비뼈> 장웨이 감독(중국)
 
▲비프메세나상
<기억과 망각> 제임스 홍 감독(중국)
<군대> 박경근 감독
*특별언급 / <기억의 전쟁> 이길보라 감독
 
▲선재상
<캣데이 애프터눈> 권성모 감독
<꼬마 누레> 아시시 판데이 감독(인도)
 
▲올해의 배우상
<메기> 이주영 배우
<아워바디> 최희서 배우
 
▲KNN관객상
<벌새> 김보라 감독
 
▲BNK 부산은행상
<나의 작은 동무> 무니카 시멧츠 감독
 
▲시민평론가상
<메기> 이옥섭 감독
 
▲한국영화감독조합상
<나는보리> 김진유 감독
<영하의 바람> 김유리 감독
 
▲CGV 아트하우스상
<메기> 이옥섭 감독
 
▲부산시네필상
<브루스 리와 무법자> 유스트 반데부르크 감독(영국, 네덜란드, 체코)
 
▲KTH상
<호흡> 권만기 감독
<보희와 녹양> 안주영 감독
 
▲KBS 독립영화상
<메기> 이옥섭 감독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
<벌새> 김보라 감독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
<붉은 남근> 타쉬 겔트켄 감독(부탄)
 
▲특별공로상
고 홍영철 한국영상자료연구원장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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