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전 세계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지역예선으로 뜨거웠다. 아직 최종예선 중반기인 유럽과 다르게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아시아 예선은 더욱 치열했다. 이란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개최국 러시아와 남미의 브라질에 이어 세 번째로 본선 진출을 확정하는 기쁨을 맛봤다.

모두가 내년에 있을 러시아 월드컵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 성큼 다가온 대회가 있다. 바로 내년에 있을 월드컵을 대비해 펼쳐지는 '2017 FIFA 러시아 컨페더레이션스컵'이다. 미니 월드컵 혹은 프레 월드컵이란 별칭도 가진 대회다. 대회는 18일(일) 한국시각으로 자정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러시아와 뉴질랜드 경기로 개막을 알린다.

사우디아라비아가 1992년 창설한 '킹 파드컵 인터컨티넨털'이란 대회가 컨페더레이션스컵의 시초다. 사우디에서 시작한 대회는 1997년 FIFA의 FIFA 주관으로 열리기 시작하면서 권위를 가지게 된다. 대회 참가국 자격을 까다롭다. 다음 월드컵 개최국, 월드컵 디펜딩 챔피언, 각 대륙 챔피언들만 참가할 수 있다.

이번 대회에는 러시아를 비롯해 2014 브라질 월드컵 챔피언 독일을 필두로 포르투칼, 칠레, 카메룬, 뉴질랜드, 호주, 멕시코 총 8팀이 자웅을 겨룬다. 갈수록 대회의 중요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쉽지만 다양한 대륙의 팀이 한 대회에서 만난다는 점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내년에 있을 월드컵을 준비하는 대회인 만큼 우승보다는 각자의 목표 달성이 더 중요한 대회다.

러시아·독일, 본선을 위한 철저한 준비

 2014년 월드컵 우승팀 독일

월드컵 우승을 일궈낸 주역들의 모습은 이번 대회에서 찾아볼 수 없다. ⓒ EPA/연합뉴스


컨페더레이션스컵은 개최국 러시아에게 가장 중요한 대회다. 컨페더레이션스컵이 월드컵 개최국에서 열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대회 준비가 얼마나 됐는지를 점검하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열린 2001년 대회부터 시작된 '대회 준비 상태 점검' 명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월드컵은 세계적인 스포츠 메가 이벤트 중에서도 대회의 관심도가 으뜸인 대회이다. 수많은 눈이 지켜보고 많은 이들이 러시아를 찾는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수적이다. FIFA는 경기를 치를 경기장의 규모와 상태를 시작으로 안전과 교통, 심지어 화장실에 상태까지 꼼꼼히 규정하고 살펴본다. 러시아는 내년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메이저 축구 대회를 처음으로 개최하게 된 러시아 입장에서는 떨리는 모의고사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

대회 준비와는 별개로 러시아 축구 대표팀에게도 이번 대회는 본선을 대비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러시아는 개최국으로서 월드컵에 자동 진출하는 혜택을 받는다. 당연한 혜택 뒤에는 큰 단점도 존재한다. 지역 예선을 거치지 않는 러시아는 타 국가만큼 경쟁력 있는 A매치 경기를 경험할 수 없다.

보통의 국가들은 치열한 지역 예선틀 통해 단점을 발견 및 보완하면서 월드컵 본선을 대비한다. 반면 러시아가 맛볼 수 있는 것은 긴장감이 떨어지는 '친선 경기' 뿐이다. 친선 경기는 본선을 대비한 예방 주사로서는 약하다. 때문에 강팀과 우승 트로피를 놓고 경쟁하는 컨페더레이션스컵은 러시아에게 귀중한 기회다. 러시아가 족적을 남긴 메이저 대회가 유로 2008이 마지막일 정도로 최근 러시아는 국제대회에서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자국에서 망신을 피하기 위한 러시아의 몸부림을 이번 대회에서 기대해도 좋다.

독일도 이번 대회를 내년에 있을 본선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독일의 감독 뢰브의 "주축 선수들의 컨디션을 안배할 것이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독일 대표팀은 익숙치 않은 얼굴로 가득하다. 호펜하임의 카렘 드미르바이, RB 라이프치히에 디에고 뎀메 등 독일 분데스리가에 관심이 없으면 알기 어려운 선수가 대표팀 명단에 가득하다.

월드컵 우승의 주역이었던 마누엘 노이어나 토마스 뮐러와 같은 슈퍼스타들이 모두 불참했다. 그럼에도 전력은 탄탄하다. FC바르셀로나의 주전 골키퍼 테어 슈테켄과 파리 생제르망의 율리안 드락슬러, 리버풀의 엠레 찬 등 유럽 빅클럽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가 다수 포진되어 있다. 뢰브의 초점은 선수 발굴과 전술 실험에 있겠지만 무시할 수 있는 전력은 아니다. 뢰브 눈에 들기 위한 젊은 선수들의 '선의의 경쟁'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실험과 결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리는 독일이다.

포르투칼·멕시코·칠레, 목표는 우승

 포르투갈, 월드컵 지역예선서 라트비아에 3-0 승리(2017년 6월 9일)

대회 우승에 도전하는 호날두 ⓒ 연합뉴스


월드컵 챔피언이자 유력한 우승후보였던 독일이 힘을 빼고 대회에 참가함에 따라 많은 팀들이 우승을 노리게 됐다.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는 유로 2016 우승국 포르투칼이다. 팀 전력이 대회 참가국 중 가장 화려하면서도 안정적이다.

주장이자 에이스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공격을 이끌고 페페가 수비의 중심을 잡을 예정이다. 주세 폰테와 주앙 무티뉴 등 유로 2016 우승의 주축 선수들도 어김없이 대회 명단에 포함됐다. 최근 거액의 이적료를 통해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한 베르나르도 실바의 활약상도 눈여겨 볼 만하다.

한동안 국제대회에서 부진했던 모습을 떨쳐내고 절묘한 신구 조화를 이뤄낸 포르투칼의 목표는 우승일 것이다. 벌써부터 2017년 발롱도르 수상이 기정사실화 된 호날두의 무시무시한 득점력이 최대 무기다. 수많은 클럽에서의 성공과 별개로 호날두는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는 아직 배고픈 상황이다. 호날두의 뜨거운 열망이 포르투칼 경기력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여러가지를 고려해 봤을 때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다.

포르투칼의 존재감이 크지만 멕시코와 칠레의 깜짝 우승을 기대해도 좋다. 컨페더레이션컵 우승 경험을 지닌 북중미 챔피언 멕시코는 포르투칼 다음으로 가장 안정적인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도 2위 코스타리카에 6점 앞서 달리며 선두(승점 14점)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멕시코는 국제대회에서 항상 꾸준하게 성적을 냈지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기억은 드물다. 압도적인 전력을 보유한 팀이 적은 만큼 이번에는 욕심을 부릴 만 하다.

포르투칼 다음으로 멕시코의 전력이 안정적이라면 칠레는 포르투칼 다음으로 화려한 멤버를 보유하고 있다. 코파 아메리카 2연패의 주역이자 유럽 무대에서 오랜 기간 활약 중인 클라우디오 브라보, 게리 메델 등이 빠짐없이 대회에 참가한다. '월드클래스'로 평가받는 알렉시스 산체스와 아르투로 비달도 건재하다. 특히 소속팀 아스날의 부진 속에서도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산체스의 컨디션이 좋다. 칠레의 황금세대가 또 한번 트로피를 수집할 가능성이 있다.

멕시코와 칠레 모두 좋은 팀이지만 주축 선수의 연령이 높다는 것은 문제다. 멕시코는 노장 라파엘 마르케스와 오리베 페랄타에게 아직도 힘을 빌리고 있다. 칠레도 대부분의 주축 선수가 베테랑 반열에 올랐다. 체력적인 한계가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멕시코는 지속적으로 세대교체를 이뤄내고 있는 반면 칠레는 여전히 정체되어서 '황금세대'에게 기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주축들의 체력 안배를 위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두 국가다.

호주·카메룬·뉴질랜드, 값진 경험과 도전

대륙 간의 전력 차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지 않은 만큼 축구 약소국 대표들의 이번 대회 참가기는 험난할 예정이다. 먼저 자국에서 열린 2015 아시안컵 우승국 호주와 2016 OFC 네이션스컵 우승으로 이번 대회 티켓을 얻어낸 뉴질랜드의 최대 목적은 역시 '경험'이다.

두 국가 모두 세계 축구계에서 약소국이기에 평소에 강팀과 평가전을 가지기 어렵다. 강팀의 숫자는 소수인데 모든 팀들이 평가전 상대로 강팀을 원하고, 강팀 또한 다른 강팀과 경기를 원한다. 때문에 강팀과 반드시 만날 수 있는 컨페더레이션스컵은 호주와 뉴질랜드에게 훌륭한 경험의 장이다.

호주는 최근 브라질과 평가전을 가질 정도로 간혹 강팀과 평가전을 경험하지만, 뉴질랜드에게는 하늘에 별 따기다. 오세아니아는 6대륙 중에 가장 최약체로 평가받는 대륙이다. 최약체 대륙이란 이유로 오세아니아에 주어지는 월드컵 본선 티켓도 0.5장에 불과하다. 오세아니아 지역 예선 통과 국가는 남미 최종예선 5위 국가와 플레이오프 경기를 가져야 한다. 현재 남미 5위 국가가 아르헨티나다.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우루과이, 칠레 등의 5위 등극이 유력하다. 오세아니아 지역 예선을 통과할 국가로 유력한 뉴질랜드에게 혹독한 준비 과정으로서 컨페더레이션스컵은 안성맞춤이다.

2017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우승국 카메룬에게도 이번 대회는 중요하다. 훌륭한 경기력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지만, '깜짝 우승'이란 말에서 카메룬의 객관적 전력이 약하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 네이션스컵에서 대회 MVP를 수상한 중국 허난 젠예 소속의 신예 공격수 크리스티앙 바소고그가 있지만 '카메룬의 전설' 사무엘 에투를 대체하기에는 한참 모자라다. 이번 대회에서도 지난 네이션스컵과 마찬가지로 스타 선수들이 자국 축구 협회와 불화로 불참한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이러저래 아프리카 최강자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체면을 반드시 세워야 하는 카메룬이다. 카메룬은 지난 2010·2014 월드컵 본선에 참가해 치른 6경기에서 전패를 경험했다.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경기 도중 자국 선수끼리 싸우는 볼썽 사나운 모습도 연출했다. 국제대회에서 쌓인 부정적인 이미지를 떨쳐내야 할 카메룬이다.

대회가 거듭될수록 컨페더레이션스컵은 폐지 의견이 강하게 대두될 정도로 존폐 위기에 놓인 대회다. 선수들의 여름 휴가를 방해하는 불필요한 대회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다행인 점은 브라질에서 열린 전(前) 대회가 성공했다는 것이다. 축구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브라질 땅에서 대회는 흥행했다. 브라질의 우승은 대회 열기에 기름을 부었다. 1년 남은 월드컵 본선을 기대하게끔 만들었다. 첫 메이저 대회 개최를 앞둔 러시아 국민들이 어떤 열기로 맞이할 지가 중요해진 2017 FIFA 러시아 컨페더레이션스컵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컨페더레이션스컵 러시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