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도 사기꾼이 있었다. 닭장수에게 닭을 봉(봉황)이라고 속여 돈을 뜯어냈다는 이 인물의 이름은 김인홍이고 자호는 낭사(浪士)이다. 그는 닭을 봉으로 속여 팔았다 해서 '봉이 김선달'이라 불리게 되었다.

이는 설화에 나오는 봉이 김선달에 관한 간략한 소개이다. 설화를 통해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 그가 박대민 감독을 만나 영화 <봉이 김선달>로 재탄생했다. 그의 사기수법이 너무 구식이었던걸까. <봉이 김선달>은 호평보다는 혹평이 많다. 나 역시도 이 영화를 엄청 재밌게 보았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그래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꽤 있는 영화다.

설화와 영화가 다른점

 설화에서 등장한 그는 세상에 나와서 자신이 갈고 닦은 실력을 보여주려다 차별정책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한다. 그는 부패하고 불합리한 조선을 비판하며 부패한 양반, 돈 많은 상인 등을 상대로 사기를 치며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영화의 김선달은 우선 학문을 공부한 선비도 아니다. 그는 평양에서 살다가 강제로 청나라군의 화살받이로 싸우게 된다. 운 좋게 죽지 않은 그는 이미 죽을뻔한 인생 한바탕 즐겁게 살자며 사기를 치기 시작한다.

설화에서 등장한 그는 세상에 나와서 자신이 갈고 닦은 실력을 보여주려다 차별정책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한다. 그는 부패하고 불합리한 조선을 비판하며 부패한 양반, 돈 많은 상인 등을 상대로 사기를 치며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영화의 김선달은 우선 학문을 공부한 선비도 아니다. 그는 평양에서 살다가 강제로 청나라군의 화살받이로 싸우게 된다. 운 좋게 죽지 않은 그는 이미 죽을뻔한 인생 한바탕 즐겁게 살자며 사기를 치기 시작한다. ⓒ CJ엔터테인먼트


설화의 김선달은 박대민 감독을 만나 바뀌었다. 설화 속 김선달은 세상에 나와서 자신이 갈고 닦은 실력을 보여주려다 차별정책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한다. 그는 부패하고 불합리한 조선을 비판하며 부패한 양반, 돈 많은 상인 등을 상대로 사기를 치며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반면, 영화 속 김선달(유승호 분)은 학문을 공부한 선비인지 알 수 없다. 그는 평양에서 살다가 강제로 청나라군의 화살받이로 싸우게 된다. 운 좋게 죽지 않은 그는 이미 죽을 뻔한 인생 한바탕 즐겁게 살자며 사기를 치기 시작한다.

영화와 설화는 구성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설화가 다양한 일화들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분리시켜 진행하는 것과 달리 영화는 일화들을 관통하는 인물인 성대련(조재현 분)을 등장시킨다. 영화의 김선달이 사기를 치겠다고 결심하는 첫 사건도 성대련 때문이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김선달이 복수를 위해 사기를 치는 상대도 성대련이다. 성대련은 영화의 처음과 끝을 이어주는 존재이고 김선달이 넘어야하는 벽이다.

주인공이 넘어야할 존재가 있다는 점은 에피소드식 구성과 명확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하나의 일화가 끝나고 새로운 일화가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매 일화가 끝날 때마다 마지막 존재인 성대련에게 조금씩 다가가는 계단식 구성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일화가 성대련을 향하고 있지는 않지만 중요하다고 생각될 만한 일화들은 모두 성대련과 주인공이 서로의 존재에 가까워지는 계기가 된다.

설화와 다른 구성을 선택하면서 영화가 얻고자 했던 점은 무엇일까. 성대련이라는 인물로 대변되는 부패권력을 보여주기 쉽다는 점이다.

성대련이라는 인물이 대표하는 것 

 영화는 성대련을 마지막 악당으로 설정하지만 그의 악행을 일탈처럼 그리지 않는다. 왕은 성대련의 악행을 알게 되고 이를 막으려 한다. 그러나, 신하들의 반대로 왕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감독은 이 장면을 보여주면서 부패하고 탐욕적인 모습이 성대련만이 아닌 조선 전반적인 상황임을 전한다.

영화는 성대련을 마지막 악당으로 설정하지만 그의 악행을 일탈처럼 그리지 않는다. 왕은 성대련의 악행을 알게 되고 이를 막으려 한다. 그러나, 신하들의 반대로 왕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감독은 이 장면을 보여주면서 부패하고 탐욕적인 모습이 성대련만이 아닌 조선 전반적인 상황임을 전한다. ⓒ CJ엔터테인먼트


<봉이 김선달>에서 김선달만큼 중요한 인물인 성대련은 대담하고 냉혹하다. 그는 법을 바꾸면 된다는 말을 자주하는데, 이를 시행할만한 충분한 힘이 있는 인물이다. 또한, 그는 자신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이를 마음껏 이용한다.

영화는 성대련을 마지막 악당으로 설정하지만 그의 악행을 일탈처럼 그리지 않는다. 왕은 성대련의 악행을 알게 되고 이를 막으려 한다. 그러나, 신하들의 반대로 왕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감독은 이 장면을 보여주면서 부패하고 탐욕적인 모습이 성대련만이 아닌 조선 전반적인 상황임을 전한다.

안타깝게도, 김선달과 성대련은 조선시대 가상의 인물이지만, 민중을 개돼지로 여기며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성대련 같은 사람은 요즘에도 존재한다. 

요즘의 대한민국은 민주주의라는 말이 어색할만큼 일방적인 것이 많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경북 성주의 경우만 보아도 그렇다. 논란이 많은 사드가 성주에 배치되기로 결정되기까지 성주 군민들의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성주 군민들이 촛불집회를 이어오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배신 당했다고 외치는 이유다.

의견 수렴은 생략한 채 이제는 종북이라는 낙인까지 찍으려고 하는 정부의 모습은 박근혜 정부가 자신을 뽑아준 이들을 개돼지 정도로 여기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들게 한다. 백성이 어떻게 되든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하고 싶은대로 했던 성대련과 빼닮은 모습이다.

영화에서 성대련이 어떤 끝을 보게 됐는지 요즘 정치인들이 새겨보길 바란다. 

김선달 박근혜 사드 성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