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하고 독하게 영화 속의 메시지를 읽고, 독자들에게 전달하려고 합니다. 청년의 통통 튀는 감성을 담아 표현하고 소통하겠습니다. [편집자말]
1950년대 쿨 재즈, 특히 웨스트 코스트 재즈를 대표하는 인물로 불리는 쳇 베이커의 삶은 평탄치 못했다. 넘치는 천재성을 감당하기 힘들었던걸까, 그는 마치 입맞춤하듯 부드러운 연주로 사랑받았지만 그의 삶에는 헤로인이 거의 항상 함께했다.

마약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천재 재즈 뮤지션인 쳇 베이커, 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본 투 비 블루>이다. <본 투 비 블루>는 전기영화로서 쳇 베이커의 암흑기라고 할 수 있는 1966년부터 다루고 있다. 영화는 쳇 베이커가 마약 판매상이 고용한 폭력배에게 구타를 당한 이후에 부상을 입고 재기하는 과정을 주로 다루고 있다.

재즈보다 관심이 갔던 쳇 베이커

 에단 호크가 연기하는 쳇 베이커는 표정이 정말 살아있었다.

에단 호크가 연기하는 쳇 베이커는 표정이 정말 살아있었다. ⓒ 그린나래미디어


<본 투 비 블루>는 쳇 베이커의 이야기를 다루는 전기영화이지만 많은 재즈음악들을 만날 수 있으므로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귀 호강을 할 수 있는 좋은 영화가 될 듯하다. 내가 재즈라는 음악 장르를 잘 몰라서일까. 나에게는 재즈 음악들도 좋았지만 쳇 베이커의 삶에 더욱 관심이 갔다.

영화는 쳇 베이커(에단 호크 분)가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특이하게도 누워있는 쳇 베이커의 눈 앞에는 트럼펫이 놓여있다. 쳇 베이커는 트럼펫을 잡기위해 손을 뻗어보지만 트럼펫은 손에 잡히지 않고 애꿎은 거미만 보일 뿐이다. 다음 장면에서 트럼펫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는 쳇 베이커의 트럼펫(재즈)에 대한 갈망이 만들어낸 허상이었음이 밝혀진다. 여기서 쳇 베이커가 얼마나 재즈에 미쳐있는지 짐작이 가능하다.

이후 쳇 베이커는 그의 영화를 찍으려는 영화사의 도움으로 석방되게 된다. 그렇게 그가 출연하는 전기영화가 제작되게 되는데 시작부터 우울한 장면들이 나온다. 그가 평생을 열등감을 가지고 살았다는 마일스 데이비스는 그의 연주를 듣고 고향으로 돌아가라며 비웃음 섞인 충고를 던진다. 그는 이내 짜증을 내며 한 여성이 권유하는 헤로인을 맞고 환각에 빠져든다.

그는 훌륭한 재즈 뮤지션이었지만 헤로인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다. 음악에 미칠수록 헤로인에도 빠져들었다. 결국 마약은 그를 파멸의 길로 이끈다. 마약 판매상이 고용한 폭력배들이 그를 구타했고 그로 인해서 앞니가 다 빠져버리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트럼펫을 연주하는 그에게 앞니가 빠져버린 부상은 복싱을 하는 선수에게 눈이나 한쪽팔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부상이다. 그의 이야기를 다루려던 영화도 무산되고 제대로 된 연주도 할 수 없게 되면서 그는 절망에 빠져든다.

그가 다시 연주를 할 수 있게되기까지의 과정은 정말 눈물겹다. 앞니가 없어 틀니를 끼고 트럼펫을 불기 위해 노력하지만 제대로 된 소리는 나지 않고 오히려 피가 잔뜩 나온다. 한때 엄청난 실력을 자랑했던 그가 허술한 자신의 연주를 들으며 얼마나 절망적인 기분을 느꼈을지 상상해보라. 재즈를 느끼고 완벽한 연주를 하기 위해 그가 헤로인을 끊지 못하고 해왔다면 이제는 환각속에서 자신의 연주를 듣기 위해서라도 그는 헤로인을 해야만 했다.

그렇게 고통의 시간이 지나고 그는 점점 본 실력을 찾아간다. 오히려 정밀함이 떨어지자 오히려 그만의 음색이 살아나게 되고 개성을 찾게 된다. 그렇게 그는 다시 버드랜드 무대에 오를 수 있게 되고 마일스 데이비스에게 한방 먹여주겠다며 연주를 한다.

에단 호크가 연기하는 쳇 베이커는 표정이 정말 살아있었다. 다시금 버드랜드 무대에 오를 수 있는지를 결정하게 될 무대에서 'My Funny Valentine'을 연주할때는 마치 사랑을 속삭이는 듯 달콤하기도 하면서 무대를 갈망하는 애절함이 엿보이기도 했다. 또한, 버드랜드 무대에 다시 올라 재기의 발판이 된 연주를 할때는 마치 환각에 빠진듯 재즈에 완벽히 녹아드는 표정을 완벽히 표현해냈다. 재즈에 빠져드는 건지, 쳇 베이커의 표정에 빠져드는건지 헷갈릴 정도였다.재즈에 푹 빠진 쳇 베이커의 표정은 마치 부드럽게 연주되는 그의 재즈처럼 환상적이었다.

많은 사람이 자신을 떠났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제인에 대한 집착과 사랑, 그리고 피 섞인 음색을 내뱉어가면서도 기어코 연주를 해내고야마는 음악에 대한 열정을 연기해내는 에단 호크는 정말 대단한 배우다. 훌륭한 재즈를 연주하기 위해 헤로인이 필요한건지, 아니면 헤로인에 빠져 더이상 벗어날 수 없었던 건지 의문이 들만큼 쳇 베이커의 헤로인에 대한 집착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불쌍한 마약 중독자로 보일 수 있었던 쳇 베이커이지만 에단 호크의 표정에서는 중독으로 인한 피폐함보다 음악에 대한 광적인 열정이 돋보인다. 그렇게 영화에서 흘러나오는 재즈는 에단 호크의 표정을 만나고 나서야 제대로 된 화합을 이루고 훌륭히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다.

아쉬운 서사, 음악도 오리지널이었다면...

 쳇 베이커가 구타를 당하는 일이 발생하고 많은 사람들이 쳇 베이커의 곁을 떠나지만 제인은 곁에 남아 쳇 베이커에게 힘이 되어준다.

쳇 베이커가 구타를 당하는 일이 발생하고 많은 사람들이 쳇 베이커의 곁을 떠나지만 제인은 곁에 남아 쳇 베이커에게 힘이 되어준다. ⓒ 그린나래미디어


사실, 매력적인 쳇 베이커의 표정과 재즈의 음색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아쉬운 점은 꽤 있다. 우선, 실제 쳇 베이커의 암흑 같았던 삶에 비해서 <본 투 비 블루>의 쳇 베이커는 많은 도움을 받으며 생각보다 괜찮은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다.

감독은 쳇 베이커에게 가상의 연인인 제인을 만나도록 만든다. 그녀는 헐리우드 영화사에서 쳇 베이커의 전기영화를 만들때 그의 부인역을 맡은 배우였다. 쳇 베이커는 제인에게 호감을 느끼고 제인 역시 쳇 베이커에게 빠져들게 된다. 이후 쳇 베이커가 구타를 당하는 일이 발생하고 많은 사람들이 쳇 베이커의 곁을 떠나지만 제인은 곁에 남아 쳇 베이커에게 힘이 되어준다. 제인은 보는 오디션마다 떨어지고 쳇 베이커는 제대로 연주하지 못하는 절망에 빠지지만 둘은 사랑을 나누고 의지하며 이를 극복해낸다.

실제의 쳇 베이커에게는 이 당시에 제인이 아니라 3번째 부인이 있었다고 한다. 인생의 암흑기를 맞이한 쳇 베이커에게 3번째 부인은 큰 힘이 되지 못했다고 한다. 그녀 역시 헤로인 중독자였으니 말이다. 실제의 쳇 베이커에게는 제인 같은 구원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실제의 쳇 베이커의 삶은 <본 투 비 블루>의 쳇 베이커보다 훨씬 절망적이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구원의 손길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쳇 베이커가 역경을 이겨내고 재기하는 과정은 다소 무난하게 그려진다. 그가 흔들릴때마다 제인은 훌륭히 그를 붙잡아주었고 떠났던 이들도 조금씩 노력하는 쳇 베이커의 모습을 보며 금새 다시 돌아온다. 영화의 특성상 간략하게 보여주었다고 해도 실제 쳇 베이커가 겪었을 고난의 시간보다 너무 가볍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재즈를 훌륭히 연주해냈을때도 격한 감동보다는 무난한 감동이 따라오게 된다.

음악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로버트 뷔드로 감독은 쳇 베이커의 오리지널 음악의 경우 즉흥연주가 영화에서 사용하기에는 길고 연주수준도 너무 좋다는 이유로 영화에서 직접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로 인해서 영화에서는 쳇 베이커의 음악을 직접 들을수가 없었다.

감독의 말대로 영화에 배치하기에는 즉흥연주가 너무 길어서 어려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쳇 베이커의 전기영화이며 그의 음악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라면 한번쯤은 직접적으로 쳇 베이커의 오리지널 녹음을 들을 수 있었다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든다. 쳇 베이커가 살아서 돌아온듯 완벽히 연기하는 에단 호크의 표정과 쳇 베이커의 오리지널 녹음이 합쳐졌다면 훨씬 아름다운 재즈를 만나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쳇 베이커 재즈 헤로인 본투비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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