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하고 독하게 영화 속의 메시지를 읽고 독자들에게 전달하려고 합니다. 청년의 통통 튀는 감성을 담아 표현하고 소통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이경미 감독의 영화 <비밀은 없다>는 여당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에서 국회입성을 노리고 있는 정치인 종찬(김주혁 분)과 그의 아내 연홍(손예진)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경미 감독의 영화 <비밀은 없다>는 여당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에서 국회입성을 노리고 있는 정치인 종찬(김주혁 분)과 그의 아내 연홍(손예진)의 이야기를 담았다. ⓒ CJ엔터테인먼트


장르영화를 보는 재미는 무엇일까. 내가 장르영화를 선호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영화가 절정으로 갈수록 쌓여가는 단서와 복선들, 그리고 그것을 종합하여 만들어지는 사건의 본질. 이것이 나의 예상과 맞았을 때에는 큰 쾌감을 느끼기도 하고, 다를 때에는 반전의 스릴을 느끼며 즐거워지기 때문이다. 

둘중에서 어떤 것을 더 선호하냐고 묻는다면 후자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내가 예상할 수 있는 결과보다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선호한다. 혼란스럽고 어지러울 정도로 흐트러진 스토리 속에서 찾게된 길이야말로 진정으로 탐스럽기 때문이다.

혼란스러움의 연속, <비밀은 없다>

 연홍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망가져 간다. 단정하던 옷차림과 머리는 헝클어지고 엉망이 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눈빛에도 총명함 보다는 독기와 절박함만이 가득찬다. 이성을 잃은 연홍이 제대로 사건을 추적할 수 있는지 관객들은 의심할 수 밖에 없어진다.

연홍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망가져 간다. 단정하던 옷차림과 머리는 헝클어지고 엉망이 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눈빛에도 총명함 보다는 독기와 절박함만이 가득찬다. 이성을 잃은 연홍이 제대로 사건을 추적할 수 있는지 관객들은 의심할 수 밖에 없어진다. ⓒ CJ엔터테인먼트


이경미 감독의 영화 <비밀은 없다>는 여당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에서 국회입성을 노리고 있는 정치인 종찬(김주혁 분)과 그의 아내 연홍(손예진)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영화, 처음에는 평화로워 보인다. 연홍은 맛있어 보이는 김밥을 싸서 준비하고 상대 의원인 노재순을 비웃는 선거사무실의 분위기도 좋다. 딸인 민진(신지훈 분) 역시 애교를 부리면서 풍경에 화목함을 더한다. 하지만, 영화는 곧 혼란에 빠지게 된다. 친구와 늦게까지 과제를 하고 온다던 민진이 집에 들어오지 않은 것이다. 갑작스러운 딸의 실종에 영화는 혼란 속으로 빠져든다.

영화에서 사건의 본질을 추적하는 주된 인물은 연홍이다. 그런데, 연홍은 믿음직스럽지 못한 인물이다. 거짓말로 가득차다거나 악랄하다는 뜻이 아니라 사건의 본질을 찾을 수 있는지 그 능력이 의심된다는 말이다. 실제로 영화에서 연홍은 앞서나가지 못한다. 연홍은 진실을 찾기 위해서 열심히 뛰어다니지만 항상 경찰이 이미 지나간 뒤다. 또한, 연홍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망가져 간다. 단정하던 옷차림과 머리는 헝클어지고 엉망이 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눈빛에도 총명함 보다는 독기와 절박함만이 가득찬다. 이성을 잃은 연홍이 제대로 사건을 추적할 수 있는지 관객들은 의심할 수밖에 없어진다.

나홍진 감독의 <곡성>에서 느낀 느낌하고 비슷하다. <곡성>의 주인공인 종구(곽도원 분)은 경찰이다. 하지만, 경찰임에도 그는 영화에서 경찰스러운 모습을 제대로 보이지 못한다. 딸에 대한 부성으로 인해서 이성을 잃고 마구잡이 식으로 쫒고 파헤친다. 합리적이지 못한 그의 의심은 끝을 모르고 치달아 결국 그를 파멸로 이끈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마음과 그로 인한 혼란스러움. <비밀은 없다>의 그것은 <곡성>의 그것과 얼핏 닮게 느껴진다.

하지만, 두 영화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곡성>에서 종구가 초월적인 존재들에 의하여 휘둘리며 결국에는 진실이 아니라 파멸에 도달하는 것에 비해 <비밀은 없다>의 연홍은 우둔하고 느리게 접근하지만 결국 진실에 닿는다는 것이다. 비록 그 진실이 달갑지 않은 진실이지만 연홍은 스스로 선택하여 진실을 받아들인다.

인간의 추악한 모습들을 드러내다

 <비밀은 없다>는 우리 사회와 너무나 닮았다. 영화에서는 큰 비중으로 나오지는 않았던 정치에서 지역이 가지는 잘못된 편견이나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어떤 더러운 일도 서슴치 않는 정치인의 모습은 익숙하고 당연한 듯 여겨져서 소름이 돋는다. 비정상의 도식이 쌓여 어느새 정상처럼 자리하고 있음이 영화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비밀은 없다>는 우리 사회와 너무나 닮았다. 영화에서는 큰 비중으로 나오지는 않았던 정치에서 지역이 가지는 잘못된 편견이나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어떤 더러운 일도 서슴치 않는 정치인의 모습은 익숙하고 당연한 듯 여겨져서 소름이 돋는다. 비정상의 도식이 쌓여 어느새 정상처럼 자리하고 있음이 영화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 CJ엔터테인먼트


<곡성>과 <비밀은 없다>가 다른 점은 또 있다. <곡성>은 무속신앙과 종교적인 상징들을 영화에 삽입하여 초월적인 존재들에 휘둘리는 인간의 모습과 끝없는 의심으로 살아가는 인간의 존재에 대한 내용을 담아냈다. 그에 비해서 <비밀은 없다>는 사건의 본질에 가까워질수록 인간의 추악한 본성의 모습을 느끼게 된다. 누가 선한 것인지 악한 것인지 알 수 없이 모두의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과연 선한 인물은 누구일까. 연홍의 남편인 종찬도, 그들의 딸인 민진도, 민진의 친구인 미옥도, 그리고 민진과 미옥을 좋아했다던 선생님인 손소라(최유화 분)도 선하다고 할 수 없다. 아니, 모두 한 곳에는 추악한 인간의 본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연홍은 착한가? 글쎄, 연홍이 선하다고 나는 말하지 못하겠다. 딸을 잃은 연홍의 모성은 그녀를 제정신이 아니도록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러면, 모두가 악한 이들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다고도 말하지 못하겠다. 그들에게는 모두 나름의 사정이 있었고, 그 사정으로 인해서 악한 일을 행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들의 악행은 스스로만이 아니라 서로가 함께 만들어낸 합산의 결과물이다.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서로에게 악행을 가하고 악행을 받은 상대가 다시 악행을 가하는 반복이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복수가 낳는 것은 복수라고 누가 그랬던가. 그 말이 딱 알맞다.

<비밀은 없다>는 우리 사회와 너무나 닮았다. 영화에서는 큰 비중으로 나오지는 않았던 정치에서 지역이 가지는 잘못된 편견이나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어떤 더러운 일도 서슴지 않는 정치인의 모습은 익숙하고 당연한 듯 여겨져서 소름이 돋는다. 비정상의 도식이 쌓여 어느새 정상처럼 자리하고 있음이 영화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또한, 절대적인 선한 인물도 없으며 절대적인 악도 없다. 선한 피해자로 보이던 인물에게서는 숨겨져 있던 추악한 모습이 드러나고 악한 인물에게는 나름의 사연이 드러난다. 영화의 마지막, 진실의 끝을 볼 수 있었던 연홍은 과연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을까? 그녀는 차라리 진실을 보지 않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생각보다 인간은 추악했고 믿었던 이들도 결코 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경에 나오는 메세지가 떠오른다. 죄없는 자가 돌로 치라는 성경의 메세지는 사실, 모두가 선하지 못하니 섣부른 복수와 처벌이 낳을 또다른 죄를 경계하라는 메세지는 아니었을까.

비밀 손예진 본성 비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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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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