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닥터진>에서 조선시대 무관 김경탁을 연기한 김재중

MBC <닥터진>에서 조선시대 무관 김경탁을 연기한 김재중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드라마가 끝났다는 게 안 믿겨져요. 아직 촬영을 더 해야 할 것 같은데, 끝나버렸더라고요."

한복을 벗고 만난 MBC <닥터진>의 김재중은 아직도 김경탁의 잔영이 남아있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인터뷰 전날까지 촬영을 계속했다는 그였다. 드라마에서 누구보다 비극적인 삶을 살아낸 김경탁을 연기한 소감을, 김재중은 '끝나버렸더라'는 한 마디로 정리했다. 수개월의 대장정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다는 것이었다.

'아이돌' 출신의 이 배우가 사극에 도전장을 내밀었을 때, 사람들의 시선은 반반으로 나뉘었을 것이다. 그의 새로운 도전에 성원을 보내는 이들과 아직 무얼 제대로 할 수 있겠냐며 도끼눈을 뜨는 이들로 말이다. 그러나 마지막 회만을 남겨둔 이 시점에서 그에게 '합격점'을 주는 데 이의가 있는 이들은 몇 없을 듯하다. 21회에서 보여준 그의 오열 연기가 두고두고 회자된 것은 이 명민한 청년이 드라마에서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냈음을 방증하는 것 아니겠나.

그래서 "경탁은 앞으로도 계속 남아있을 것"이라 말하는 김재중의 말은 더욱 크게 다가왔다. '제 할 일을 다 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일종의 뿌듯함과 시원섭섭함이 뒤섞인 그의 표정이 모든 것을 설명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경탁, 다른 욕심 없이 '내 사람'만 지키려던 인물"

 MBC <닥터진>에서 조선시대 무관 김경탁을 연기한 김재중

김재중은 <닥터진>을 촬영하며 따로 작가와 교감을 나누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바쁜 촬영 일정에 쫓기다 보니 시간이 나지 않았다고. "드라마를 만드는 특성상, 생방 촬영을 할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서 작가님도 시청자 반응을 보시면서, 김경탁을 잘 써 주신 것 같아요."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 그동안 출연했던 영화나 드라마는 현대극이었는데, <닥터진>은 처음으로 도전한 사극이다. '처음'이라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사실 많이 떨렸다. 시작하기 전엔 너무 무섭기도 했고. 사실 잘 할 자신도 없었고, '잘 하겠다'고 장담도 하지 못하겠더라. 잘 못했을 때 돌아오는 일들을 생각하면서 겁을 먹었던 것 같다. 다행히도 무사히 잘 끝냈지만. (웃음)"

- 사실 초반에는 '목소리에 너무 힘이 들어갔다'는 지적도 있었다.
"종사관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처음에 사극에선 어떻게 대사 톤을 잡아야 할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러던 중 '일단 종사관이니 힘과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길 듣고 오로지 그것만 생각했던 거다. 말하자면 사극에서는 아예 백짓장과 같은 상태였다가, 그 한 이야기만 듣고 백짓장을 그 것으로만 채운 거지. 그런데 모니터를 하다 보니 스스로 느끼는 점이 있더라. 그래서 이런 부분을 빼내고 다른 걸 집어넣어 보자는 생각이었다."

- 그럼 캐릭터 이야기를 좀 더 해 보자. 극중 김경탁은 결국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는 인물이 됐다. 연기하면서도 이런 부분 때문에 감정 소모가 컸을 것 같다.
"처음 김경탁은 눈물을 머금지 않는 캐릭터로, 냉철한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후반부로 갈수록 눈물을 보여야 하는 신이 많아서, 사실 촬영하는 데 힘들었다. (웃음) 다른 것보다 (체력적으로) 지치니까. 오열하는 신은 에너지 소비도 많이 되더라. 특히 21회는 활을 맞고 계속 연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대사도 길고 연기도 해야 하는데 아픈 느낌을 갖고 계속 연기를 해야 하니까 그게 힘들더라."

- 드라마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에 비해, 김경탁은 비교적 자신의 이야기가 덜 등장한 편이었다. 하지만 캐릭터가 갖고 있는 감정 자체는 굉장히 무거웠다. 그런 역할을 연기하는 데 있어 고민도 있었을 것 같다. 
"(고개를 끄덕인다) 다른 캐릭터들은 사상 자체가 다들 크지 않았나. 흥선군이 가지고 있는 야망도 장대하고, 아버지(그는 인터뷰 내내 김병희를 아버지라 표현했다)의 욕심도 컸고…. 그런데 경탁은 '주변 사람들', 그것 하나밖에 없었다. 다른 욕심 없이 '내 사람은 내가 지킨다' 정도인 거다. 다른 캐릭터들이 세상을 본다면, 경탁은 세상을 바라보는 그들을 바라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것을 생각하기보단 캐릭터 자체의 감정에만 집중하면 되는 거였으니, 오히려 표현하기에는 더욱 좋았던 것 같다."

 MBC <닥터진> 21회의 한 장면

"처음부터, 뒷부분에 경탁이 어떻게 되겠다는 예감은 했어요. 처절하고 슬프겠구나, 부자간의 관계가 우정이나 사랑이나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하겠구나...라는 예상은 했는데, 그 예상대로 흘러가서 더 슬프네요."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 굉장히 많은 생각과 고민 끝에 연기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닥터진>에서 선보였던 스스로의 연기에 점수를 매긴다면 어느 정도일까.
"내가 뭐, 내 연기에 어떻게 점수를 주겠나. (민망한 듯 한참 웃다가) <보스를 지켜라> 때도 그랬지만, 촬영하면서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시청자들이 느껴 주셨다면 감사한 거다. 평소의 김재중이 아니라 작품 속의 캐릭터로서의 모습이 보였다면, 그게 가장 성공한 것 아닐까. 점수를 매기는 건 '오늘 점심에는 뭘 먹을까'를 정하는 것 정도로 힘들다. (웃음)"

"멋있어 보여야겠다는 생각을 버릴 때, 더 멋있을 수 있다는 걸 몰랐다"

- <닥터진>에 이야기를 국한하지 말고, 좀 더 넓은 차원으로 가 보자. 그간 아이돌 출신 배우들을 대상으로 유독 연기 논란이 많았다. 본인은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뗀 것 같다고 생각하나.
"<보스를 지켜라>때도 그렇고, <닥터진>도 초반까진 그랬는데…. 본연의 나를 조금 버릴 줄 알았어야 했는데, 미련을 못 버렸던 부분이 있었다. 연기자로 (연예계에) 입문한 게 아니라 가수로 데뷔해 연기를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버리고 싶지 않은 부분들'이 있었다. '멋있어 보여야 한다'는 것과 같은 생각들. 그런 걸 버릴 때 정말 멋있을 수 있다는 걸 몰랐던 것 같다. 그런데 김경탁에 몰입하다 보니까 '멋있어 보여야겠다'고 생각할 틈도 없이 자연스럽게 김재중 본연의 모습들은 다 버려졌던 것 같다."

- 그럼 '자신을 버리는 것'이 김경탁을 연기하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일 수도 있겠다.
"'자신을 버린다'는 건, 나를 포함해 가수를 했다가 연기자로 전향하는 이들 중 많은 이들이 갖고 가는 고충인 것 같다. (음악) 무대에서는 최대한 멋있는 모습, 꾸며진 모습을 보여드려야 관객을 만족시키는 건데, 연기는 그렇지 않고 내면적인 모습이 가장 중요하니까. 그런데 사실 그걸(멋있어야 한다는 생각) 버리기가 힘들다.

단점을 감추려는 거야 간단하지만, 장점을 버리는 건 용납하기 너무 힘든 부분일 수도 있고. 하지만 그걸 버리면 버릴수록 캐릭터에는 감정이입이 잘 되는 거다. 나도 앞으로 더 버려가야 할 것 같다. <보스를 지켜라>는 정말 나를 못 버렸을 때다. 후회가 많이 된다. 앞으로 또 다른 걸 깨달으려면 작품을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웃음) 이번엔 사극에서 이걸 깨달았으니, 다른 장르로 들어가면 또 새로운 걸 깨닫지 않을까?"

 MBC <닥터진>에서 조선시대 무관 김경탁을 연기한 김재중

시청자의 반응 역시 따로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볼 시간과 여유가 없었어요. 잠도 못 잤는데...(웃음) '나만 열심히 하자'는 생각이었죠."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 '이미 잘 알려진 스타'라는 점 때문에, 연기 그 자체보다는 스타성에 포커스가 맞춰지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기도 했다. <닥터진>만 해도 JYJ 멤버 김재중이 출연한다는 걸로 초반 이슈몰이를 하지 않았나.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팀 내에서도 나는 독특한 비주얼의 멤버지 않나. ('독특하다'는 그의 표현에 대해 취재진들은 계속해 '그러니까 잘생겼다는 이야기 아니냐'고 되물었지만, 김재중은 '독특하다'는 표현을 고수했다) 평범하게 생기지 않았으니까 더 그렇게(스타성에 집중해) 말씀해 주시는 부분도 없잖아 있을 것 같다. 이런 이야기는 내가 앞으로 연기를 더 잘해도 나올 것 같다. 그러니 나는 더 노력을 해야 하고."

- 이렇게 은근슬쩍 '외모'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웃음) 그런데 정말 비현실적인 외모이긴 하다. 이게 연기하는 데에는 득일까, 실일까.
"길게 생각하면 득이지 않을까. 이런 부분(외모) 때문에 부정적으로 평가하시는 분들에게도 그 평가를 넘어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웃음) 그러니 길게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외모인데 더 내 자신을 버리는 모습을 보여 드릴 때, 많은 분들이 더 좋게 받아들여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닥터진> 이후, 오히려 '하고 싶은 역할'이라는 편견 없어졌다"

- <닥터진> 이후 하고 싶은 역할도 많이 늘어났을 것 같다.
"오히려 '하고 싶은 역할'이라는 편견 자체가 없어졌다. 영화 <은교>를 보면 젊은 배우가 나이 많은 역할을 하지 않나. 귀공자 스타일의 배우도 삭발하고 까만 칠을 하면 (원래 이미지와) 다른 역할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거다. 이제는 비주얼이 문제가 되는 것 같진 않다. 다양한 걸 최대한 보여드리고 싶고, 도전하고 싶다.

굳이 주연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다면, 작품만 좋고 원하는 캐릭터가 있다면 된다. 그동안 관객이 있는 곳에서 했던 건 (가수로서) 노래나 춤밖에 없었으니까, 관객이 보는 앞에서 연기도 해 보고 싶다. 뮤지컬에도 도전하고 싶고…."

 MBC <닥터진>에서 조선시대 무관 김경탁을 연기한 김재중

"홍영휘와의 베스트커플상 이야기는 들었어요. (웃음) 저는 항상 그러는 것 같아요. 이상하죠. 남자 배우들과 묘한 분위기가 생겨요. 여자가 꼬여야 하는데 남자랑 꼬여서...하하. 그래도 상을 주시면 저야 좋죠. 감사하죠."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 <닥터진> 이후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 배우로도, 가수로도 김재중을 보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일단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JYJ 음반을 준비하고 있다.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곡 작업도 꾸준히 했으니 혹시라도 신곡을 선보일 기회가 있으면 보여드리고 싶기도 하다. (김경탁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건 없나?) 너무 (감정이) 비장하고 잔인한 노래들만 나와서, 슬퍼서 다 지워버렸다. (웃음) 아, 또 올해가 가기 전에 새로운 작품을 찍어서 관객들에게 보여드리고 싶고. (연애는 안 하나) 하고 싶다. 와하하.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팅도 하고 싶다."

- 요약하면 '가수 활동도, 배우 활동도 놓치지 않겠다' 정도가 되겠다. 미래에도 이렇게 활동을 병행하고 있을 것 같나. 
"예측하기 힘들다. 일단 나이가 들면 목도 노화할 테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음악이 한정될 것 같다. 그러면 그 때의 음악의 흐름을 내가 다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데 연기는 중년이 되어야 할 수 있는 연기가 있고, 또 더 나이를 먹어 할 수 있는 게 또 있지 않나. 늘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연기는 꾸준히 계속할 것 같다. 물론 음악도 하겠지. 30년 후에 세상에 어떤 음악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웃음)

욕심일 수도 있는데, 새로 해보고 싶은 게 많다. 그걸 하면서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조차도 좋다. (웃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하나하나씩 해나가면서 느끼는 게 있을 거고, 도전하고 나서의 희열이라는 것도 있지 않겠나. 그래야 쭉, 길게 즐거울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걸 너무 빨리 이루면 재미없지 않을까."

 MBC <닥터진>에서 조선시대 무관 김경탁을 연기한 김재중

"연기도, 음악도 꾸준히 계속 하고 싶어요."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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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김재중, 다 버린 후에 비로소 '김경탁' 얻었다 [인터뷰②]우리가 '연예인 김재중'에 대해 다시 새겨야 할 것들

[인터뷰③]김재중-김응수, OO와 OOOO으로 다져진 사이였다
[비하인드]그날, '예능 꿈나무' 김재중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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