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한국과 베트남의 친선경기. 후반전 이강인이 팀 다섯번 째 골을 넣은 뒤 손흥민, 김민재 등과 기뻐하고 있다.

17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한국과 베트남의 친선경기. 후반전 이강인이 팀 다섯번 째 골을 넣은 뒤 손흥민, 김민재 등과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 축구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24위로 올라섰다. FIFA는 27일(한국 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10월 랭킹을 발표했다. 한국은 이번 달 랭킹 포인트 1540.35점을 획득, 26위를 기록했던 지난달의 1533.01점보다 7.34점 높은 포인트를 기록하며 순위가 두 계단 상승했다. 이는 2005년 이후 한국축구가 18년 만에 기록한 최고 순위다.
 
1위 자리는 카타르월드컵 우승국인 아르헨티나(1861.29점)가 수성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말 2022 카타르 월드컵 우승 이후 올해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어 2위는 월드컵 준우승국 프랑스(1853.11점), 3위는 브라질(1812.2점)이 각각 차지했다.
 
1992년부터 도입된 FIFA 랭킹은 각 국가별 축구대표팀의 현재 실력과 성과를 알아보기 쉽도록 점수화하여 매긴 순위이다. 축구의 인기가 갈수록 커지며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초창기에는 FIFA 주관 공식 경기에서 승리하면 3점, 무승부면 1점을 받는 단순한 방식으로 랭킹을 산정했으며 패배에도 감점이 없어서 A매치에 많이 참여할수록 순위를 높이는 데 유리했다. 하지만 이로 인하여 FIFA 랭킹이 참가국들의 진짜 실력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문제를 인식한 FIFA는 1999년부터 일정 기간마다 몇 차례에 걸쳐 제도를 개편하면서 랭킹 산정 방식을 수정하곤 했다. 대륙별 강팀과 약팀, 홈과 원정, 친신전과 메이저대회의 가중치가 구분되기 시작했고, 골 득실의 반영, 최근 경기일수록 가산점을 주는 방식 등도 도입됐다, 이로 인하여 수학 공식에 가까워진 FIFA 랭킹 계산법은 갈수록 과거보다 훨씬 복잡해졌지만, 상대적으로 정확도에 대한 공신력은 꾸준히 향상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은 1993년 41위로 시작하여 1998년에는 역대 최고의 순위인 17위까지 올랐다. 1999년 1차 랭킹 개편 이후로는 40위권으로 떨어졌으나, 2002년에는 월드컵 개최국 효과와 4강 신화를 앞세워 20위로 다시 상승했다. 2003년과 2004년에도 각각 한 차례씩 19위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2차 랭킹 개편이 이뤄진 2006년부터 한국의 순위는 단숨에 50위권으로 추락했다. 이후 한국축구는 한동안 20위권에서 60위권까지 넘나드는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였다.
 
2010년대 중반은 FIFA 랭킹 도입 이후 한국축구의 최대 침체기로 꼽힌다. 2012년 10월에 25위를 기록한 것이 2010년대 한국의 마지막 20위권 진입 기록이다. 이후 한국축구는 2022년 1월(33위)까지 무려 9년 4개월간이나 20위권 재진입에 번번이 실패했다. 특히 2014년에는 당시 홍명보호의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을 비롯하여 몇 년간 A매치에서의 계속된 부진이 누적되면서 역대 최악의 순위인 69위까지 추락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을 바꾼 것은 2018년부터였다. 러시아월드컵에서 신태용호가 조별리그 최종전 독일전 승리(카잔의 기적)로 반등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후 지휘봉을 물려받은 파울루 벤투 감독은 A매치 57전 35승 13무 9패, 61.4%의 높은 승률을 기록했고, 2022 카타르월드컵 원정 16강 등의 호성적을 거두며 한국 축구의 위상을 조금씩 다시 끌어올렸다. 여기에 2018년부터 'Elo 레이팅' 방식의 도입 등, 아시아 국가에 불리했던 랭킹 산정방식이 다시 개편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직후 벤투호 출범 당시 한국의 FIFA 랭킹은 57위로 시작했으나 카타르월드컵 최종예선 기간이던 2022년 2월에는 29위까지 반등하며 다시 20위권을 회복했다. 벤투호의 마지막 무대였던 2022년 카타르월드컵 직후에는 25위까지 상승하며 성공적인 피날레를 장식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부임한 뒤에는 잠시 흔들리면서 FIFA 랭킹이 28위까지 약간 하락하기도 했다. 클린스만호는 부임 후 5경기에서 3무 2패에 그치며 저조한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9월 유럽 원정에서 사우디를 꺾고 첫 승을 신고한데 이어, 10월 A매치에서는 튀니지를 4-0, 베트남을 6-0으로 대파하며 3연승 및 11골 무실점이라는 호성적을 달성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그리고 이는 자연히 랭킹 반등으로도 이어졌다.
 
한국축구의 다음 목표는 10위권 진입과 아시아 1위다. 한국은 한일월드컵의 여운이 아직 남아있던 2004년 19위를 기록했던 것이 마지막 10위권 진입 기록이다. 또한 한국축구의 현재 아시아 국가로 한정하면 일본(18위, 1612.99점)-이란(21위, 1567.3점)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최근 흐름은 매우 긍정적이다. 한국축구는 이제 세계적인 월드 클래스급 스타로 자리매김한 손흥민과 김민재를 필두고 이강인, 황희찬, 이재성, 조규성, 정우영 등 수준높은 유럽파 선수들을 대거 배출했다. 선수 개개인의 이름값과 위상으로는 이미 2002 한일월드컵 세대를 뛰어넘는 역대 최고수준이다. 여기에 연령대별 대표팀에서 올해에만 2023 U-20월드컵 4강,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3연패 등을 이끈 젊은 유망주들의 성장세도 눈부시다.
 
다가오는 2023 AFC 아시안컵에서 한국축구가 64년 만의 정상을 이룰수 있다면 FIFA 랭킹 10위권과 아시아 1위도 꿈이 아니다. 또한 FIFA 랭킹은 단순히 상징적인 의미를 넘어서 월드컵 조추첨의 시드 배정같은 메이저대회에서도 큰 베네핏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한국축구의 최대 라이벌 일본은 더 풍부한 유럽파 선수층과 A매치에서의 호성적을 바탕으로 한국을 능가하는 전성기를 구가 중이다. 한국축구는 클린스만 감독의 리더십 문제와 대한축구협회를 둘러싼 각종 논란 등으로 현재의 상승세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는 아직 의구심이 남아있다. 최근의 성과에 자만하지 않고 꾸준히 발전과 혁신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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