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황제' 호나우도의 뒤를 잇는 네이마르가 슈퍼스타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며 브라질의 8강 진출을 이끌었다. 

브라질이 2일 오후 11시(아래 한국시간) 러시아 사마라에 위치한 사마라 아레나에서 열린 2018 FIFA(국제축구연맹) 러시아 월드컵 16강전 멕시코와 맞대결에서 2-0으로 완승했다. 브라질은 조별리그 첫 경기 스위스전 무승부 이후 3연승을 질주하며 강력한 우승 후보다운 모습을 이어갔다.

 2018년 7월 2일 오후 11시(한국시간) 러시아월드컵 브라질과 멕시코의 16강 경기. 브라질의 네이마르(왼쪽)가 득점 후 팀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2018년 7월 2일 오후 11시(한국시간) 러시아월드컵 브라질과 멕시코의 16강 경기. 브라질의 네이마르(왼쪽)가 득점 후 팀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쉬운 싸움은 아니었다. 멕시코는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잡아냈던 조별리그 첫 경기의 모습을 보였다. 10명의 필드 플레이어가 탄탄한 수비벽을 형성했고, 브라질의 공격을 수차례 막아냈다. 이르빙 로사노와 카를로스 벨라는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워 브라질의 뒷공간을 공략하며 초반 분위기까지 가져왔다.

브라질은 높은 점유율과 빼어난 개인기를 앞세워 멕시코 골문을 두드렸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쾌조의 컨디션을 보인 멕시코 골키퍼 기예르모 오초아의 선방쇼까지 더해지면서 골문을 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전반전을 0-0으로 마무리하면서, '독일과 아르헨티나, 스페인 등에 이어 또 하나의 우승 후보가 짐을 싸는 것은 아닌가' 걱정까지 들었다.

그러나 브라질에는 '슈퍼스타' 네이마르가 있었다. 후반 6분, 윌리안의 빠른 땅볼 크로스가 네이마르의 슬라이딩 슈팅으로 이어지며 균형이 깨졌다. 불안한 리드를 이어가던 후반 43분, 네이마르는 승부의 쐐기까지 박았다. 네이마르가 뒷공간을 허물고 시도한 슈팅이 오초아 골키퍼 맞고 흐른 것을 교체 투입된 호베르투 피르미누가 득점으로 마무리했다. '설마' 싶은 불안감이 차오를 때, 슈퍼스타가 등장해 승리를 가져왔다.

'쾌조의 컨디션' 네이마르, 브라질의 월드컵은 이제부터

브라질은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우승에 도전한다. 조국에서 열린 지난 대회 독일전(4강) 1-7 대패의 충격을 벗어던지기 위해서라도 '성과'가 절실하다. 그래서 더욱 정상 컨디션에 도달하고 있는 네이마르가 반갑게 느껴진다.

네이마르는 지난 2월 리그 경기에서 부상으로 쓰러졌다. '월드컵 출전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심각했다. 다행히 월드컵 개막 직전 그라운드로 복귀하는 데 성공했지만, 정상 컨디션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았다. 의문은 본선 조별리그 1차전까지 이어졌다. 부상 이후 처음 선발 출전해 90분을 소화했지만, 우리가 알던 네이마르가 아니었다.

네이마르의 슈팅에는 힘이 실리지 않았고, 패스나 드리블은 위력이 없었다. 스위스의 밀집 수비를 뚫어낼 번뜩임이 보이지 않았다. 외려 무리한 드리블을 일삼으며 볼 소유권을 넘겨주고, 한 박자 늦은 패스로 화력을 떨어뜨리는 모습을 보였다. 1-1 무승부란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네이마르가 부활하지 못한다면, 브라질의 도전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커 보였다.

 지난 17일(현지 시간),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E조 1차전 경기 장면. 브라질의 네이마르(오른쪽)가 스위스의 발론 베라미(왼쪽)를 상대로 공을 몰고 있다.

지난 6월 17일(현지 시간),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E조 1차전 경기 장면. 브라질의 네이마르(오른쪽)가 스위스의 발론 베라미(왼쪽)를 상대로 공을 몰고 있다. ⓒ EPA/연합뉴스


2차전 코스타리카와 맞대결에서도 불안감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네이마르는 90분 내내 코스타리카 진영을 휘저었지만, 성과가 없었다. 그런데 행운이 따랐다. 후반 추가 시간, 필리페 쿠티뉴가 극적인 득점에 성공하며 균형을 깼다. 종료 직전에는 네이마르가 추가골까지 터뜨렸다. 브라질 에이스의 대회 첫 득점이었다.

골은 부활의 신호탄이었다. 네이마르는 세르비아와 최종전부터 '우리가 알던 모습'으로 돌아왔다. 슈팅은 날카로웠고, 드리블은 경쾌했다. 예리한 코너킥 크로스로 티아고 실바의 추가골도 도왔다. 영국 축구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네이마르에 평점 9.3점을 주며 그날 최우수선수로 선정했다. 조별리그 통과도 장담하지 못했던 브라질을 구한 것은 역시 네이마르였다.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잡아낸 '난적' 멕시코와 16강전도 마찬가지였다. 네이마르는 팽팽한 흐름을 깨고 승리를 이끌었다. 슈팅 시도 7회(1골), 키 패스 5회 등 밀집된 수비와 최상의 컨디션을 보인 오초아 골키퍼를 상대로 자신의 몫을 톡톡히 했다. 수비진의 시선을 끌어주면서 윌리안과 쿠티뉴 등 주변 동료들이 활용할 공간을 만들어주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피르미누가 더 낫지 않을까

브라질은 기분 좋게 8강 진출에 성공했지만, 한 가지 고민해볼 법한 것이 있다. '전방에 포진하는 제수스가 네이마르의 존재감을 끌어올리는 데 최적의 카드'냐는 것이다.

제수스는 피르미누와 경쟁에서 승리하며 브라질의 최전방을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16강전 포함 4경기를 치르면서 득점 소식은 없었다. 매 경기 밀집한 상대 수비에 고전했다. 순간 스피드와 번뜩이는 드리블을 활용해 슈팅을 시도하지만 위력이 덜하다. 네이마르, 윌리안 등과의 연계도 아쉽다.

브라질은 팀 화력을 끌어올릴 '스트라이커'가 필요하다. 제수스가 네이마르 못지않은 재능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결정력의 강점이 뚜렷한 공격수다. 에이스 네이마르와 역할이 겹친다. 네이마르가 지금처럼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슈팅을 시도한다면, 제수스의 존재감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2018년 7월 2일 오후 11시(한국시간) 러시아월드컵 브라질과 멕시코의 16강 경기. 브라질의 호베르투 피르미누(왼쪽)가 득점한 후 네이마르(오른쪽)와 기뻐하고 있다.

2018년 7월 2일 오후 11시(한국시간) 러시아월드컵 브라질과 멕시코의 16강 경기. 브라질의 호베르투 피르미누(왼쪽)가 득점한 후 네이마르(오른쪽)와 기뻐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피르미누가 해답이 될 수 있다. 피르미누는 빼어난 결정력을 자랑할 뿐 아니라 주변 동료를 활용하는 데도 매우 능하다. 2017·2018시즌 리그(EPL) 15골 7도움, UEFA 챔피언스리그(UCL) 10골 7도움이란 기록이 증명한다. 모하메드 살라와 사디오 마네가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리버풀이 UCL 결승에 오를 수 있었던 데는 피르미누가 매우 큰 역할을 했다.

상승세도 탔다. 피르미누는 멕시코전에서 골맛을 봤다. 교체 투입 2분 만에 자신의 대회 첫 득점에 성공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3차례의 태클에 성공하며 헌신적인 모습도 보여줬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주전으로 나서는 데 문제가 없다.

브라질이 무득점에 그치고 있는 제수스를 대신해 피르미누를 주전으로 활용한다면, 지금보다 더 강력한 모습을 보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정상 컨디션을 회복한 네이마르의 존재감을 높이는 데는 피르미누가 최적의 카드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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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VS멕시코 네이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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