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테니스 사상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준결승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킨 정현(세계랭킹 58위)이 아쉬운 기권패를 당했다.

정현은 26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호주오픈 남자 단식 준결승에서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세계랭킹 2위)와 대결을 펼치다가 세트스코어 0-1로 뒤지고 있던 2세트 막판 기권을 선언했다.

페러더는 역시 최강자다웠다. 상대가 한 수 아래라도 철저히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주도권을 내주지 않았다. 반면 정현은 페더러와의 맞대결이라는 것과 준결승 무대가 주는 부담감을 이겨내야 했다.

땀으로 젖은 정현의 등 정현이 26일 호주오픈 남자 단식 4강전 경기를 앞두고 경기장 내 18번 코트에서 연습경기를 하고 있다.

▲ 땀으로 젖은 정현의 등 정현이 26일 호주오픈 남자 단식 4강전 경기를 앞두고 경기장 내 18번 코트에서 연습경기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페더러의 샷은 팔꿈치가 편치 않은 노박 조코비치나 힘만 좋은 테니스 샌드그렌과는 달랐다. 강서브가 빠르면서도 정확하게 날아왔고, 손목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넓은 각도로 뿌리는 스트로크는 명품이었다.

정현은 첫 서브게임부터 브레이크를 당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페더러는 체력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경기를 빨리 끝내려는 듯 선제 포인트를 적극적으로 따냈다. 그러자 조급함까지 더해진 정현은 스트로크에 무리한 힘이 들어가며 라인을 벗어나기 일쑤였다.

1-5로 끌려간 정현은 더블 폴트까지 범하며 위기에 몰렸다. 페더러의 세트포인트에서 5차례나 듀스를 주고받으며 접전을 펼쳤지만 더 이상 점수를 올리지 못하며 1세트를 1-6으로 내주고 말았다.

아쉬운 기권... 그래도 값진 경험 얻었다

한마음으로 응원 한국 테니스 역사를 새로 써나가는 정현과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와의 호주오픈 준결승 경기가 열린 26일 오후 정현의 모교인 서울 송파구 한국체육대학교에서 학생들과 테니스 팬들이 응원을 하고 있다.

▲ 한마음으로 응원 한국 테니스 역사를 새로 써나가는 정현과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와의 호주오픈 준결승 경기가 열린 26일 오후 정현의 모교인 서울 송파구 한국체육대학교에서 학생들과 테니스 팬들이 응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현은 2세트 첫 게임도 러브게임(한쪽이 포인트를 얻지 못하고 끝나는 게임)으로 내줬다. 페더러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서브게임을 지켜내며 곧바로 동점을 만들었으나 점수는 다시 1-4로 벌어졌다.

긴장이 다소 풀렸는지 정현은 1세트보다 훨씬 가벼운 발놀림과 다양한 스트로크를 구사하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특히 두 번째 점수를 따내는 강력한 포핸드는 페더러의 팬이 훨씬 더 많은 관중석의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페더러는 흔들림이 없었다. 정현이 회심의 리턴을 날리면 더욱 강력한 리턴으로 대응했고, 과감한 네트 대쉬로 정현의 추격을 꺾어놓았다. 2세트 중반 발바닥 부상으로 잠시 치료를 받은 정현은 결국 세트를 마치지 못하고 기권을 선언하고 말았다.

페더러는 경기 후 온코트에서 "나도 부상을 안고 경기를 뛰다가 포기했던 적이 있다"라며 "정현의 몸 상태가 불편하다는 것을 느꼈지만,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정신력과 활약은 세계 10위권 안에 충분히 들 수 있다"라며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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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 로저 페더러 호주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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