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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튼콜에서 ABBA의 명곡 'DANCING QUEEN'을 부르는 여배우들. 왼쪽부터 전수경(극중 타냐), 박해미(소피), 이경미(로지)
ⓒ 신시뮤지컬컴퍼니
장마철인데도 시원하게 쏟아지지 않는 비 때문에 짜증과 스트레스가 쌓이는 분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답답하고 무더운 여름날을 한 방에 날려보내고 싶다면 이 곳으로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뮤지컬 <맘마미아>가 무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이 바로 그 곳이다.

2시간30여 분간 이어지는 <맘마미아>를 다 보고 난 느낌은 한 마디로 장마철 후텁지근한 날씨에 시원한 수박을 한 입 베어 문 것이라 하겠다. 그만큼 속 시원하게 스트레스를 날려준다.

화려한 무대가 뮤지컬 <아이다>의 최대 볼거리였다면 <맘마미아>를 보는 관객들은 귀가 대단한 호사를 누릴 것이다. 박칼린 음악감독이 이끄는 오케스트라의 선율과 어우러진 코러스는 절묘하다는 표현이 제격일 듯하다.

ⓒ 신시뮤지컬컴퍼니
뮤지컬에 삽입된 22곡 모두에 코러스를 넣어 감미로운 음악을 맘껏 즐기는 데 부족함이 없다. 특히 결혼식 장면에서 소피가 입장하는 대목에 배우들이 허밍으로 부르는 노래는 가히 환상적이기까지 하다.

반면 무대는 허접하다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별 볼일이 없다. 스토리 전개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대작뮤지컬인 점을 감안할 때 실망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2006년 <맘마이아>는 또 한 명의 신예스타를 발굴해 내지 않았나 싶다. 극중 소피 역을 맡은 이정미가 그 주인공이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녀의 노래는 맑고 청아한 음색인데다 감미롭기까지 하다.

<맘마미아>가 처음 무대에 올려진 날 그의 가창력에 감탄한 가수 이문세는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원래 가수였던 사람이 잠시 뮤지컬에 출연했는 줄 알았다"면서 그녀를 칭찬하기도 했다.

ⓒ 신시뮤지컬컴퍼니
한 세대를 풍미한 아니 그 이상의 존재가치를 가지고 있는 ABBA의 노래들로 뮤지컬을 만들었기에, 공연장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는 중년의 관객들이 넘쳐난다. ABBA의 히트곡들을 들으며 추억에 잠기면서 흥겹게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리라.

헌데 공연을 본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의구심을 가지게 될 법한 일이 있다. 뮤지컬의 스토리 중간중간 ABBA의 노래가 삽입되어 있는데, '혹시 노랫말을 개사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상황들이 너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원곡의 가사는 전혀 손보지 않았다고 한다. 극의 스토리와 삽입된 22곡의 가사가 완벽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만든 시나리오 작업의 승리라는 것이다. 참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뮤지컬 <맘마미아>에서는 주인공 도나 역할을 맡은 두 명의 걸출한 여배우가 각기 다른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박해미와 이태원이 그들이다. 드라마 <하늘이시여>를 통해 요즘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박해미는 시원시원한 창법이 돋보인다. 카리스마 넘치는 그녀의 가창력은 극의 완성도를 높여 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 결혼식 전날 딸 소피(이정미)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도나(이태원 분)의 모습
ⓒ 신시뮤지컬컴퍼니
10년 동안 뮤지컬 <명성황후>의 히로인으로 열연해 온 또 다른 도나 이태원은 어떤가. 오랜 기간 오늘의 그녀를 있게 해 준 <명성황후>의 연기가 너무 짙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일까. 황후의 위엄과 비장함이 몸에 배어 있는지 너무 무겁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역시 이태원이다'라는 생각을 갖게 해 준다. 객석을 압도하는 그녀의 카리스마 넘치는 가창력은 결혼식 전날 샘과 실랑이를 벌이며 부르는 노래에서 절정을 이룬다. 온 몸에 전율이 느껴질 만큼 애절함이 다가온다.

<맘마미아>를 보는 관객들은 또 하나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찰떡궁합을 선보이며 극의 흐름을 매끄럽게 만드는 전수경과 이경미가 그 주인공이다. 극중 타냐와 로지로 열연하는 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흡사 서수남-하청일 콤비를 보고 있는 듯하다.

이경미의 능청스런 연기와 전수경의 럭셔리를 표방한 고고한 연기는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며 긴 공연시간 내내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도록 해준다. 특히 걸쭉한 목소리와 녹슬지 않은 춤 실력을 보여준 전수경은 극중 4명의 총각에게서 구애를 받는 행복을 누리기도 한다.

ⓒ 신시뮤지컬컴퍼니
"신나게 춤춰 봐 인생은 멋진 거야
넌 정말 최고의 댄싱퀸"


극중 삽입된 ABBA의 명곡 의 가사 일부이다. 정성껏 준비해 본 공연보다 더 재밌는 커튼콜에서도 불려진 이 노래의 가사처럼, <맘마미아>를 빛내고 있는 주연과 조연, 그리고 앙상블 배우 모두는 최고의 뮤지컬 퀸과 뮤지컬 킹인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뮤지컬 <맘마미아>는 8월 20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됩니다.

맛있는 음식과 멋스런 풍경사진을 테마로 하는 제 홈피 '멀리서 바라보다 뜨겁게 사랑하기' 
(http://blog.naver.com/grajiyou)에도 올려 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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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고 대자연을 누리며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서울에서 평생 살다 제주에서 1년 반,포항에서 3년 반 동안 자연과 더불어 지내며 대자연 속에서 깊은 치유의 경험을 했습니다. 인생 후반부에 소명으로 받은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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