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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두비.컴
춤(Dance)과 뮤지컬(Musical)이 한데 섞인 '댄스컬' <사랑하면 춤을 춰라>를 보고 공연장을 빠져 나오는 관객들의 입가엔 웃음이 그칠 줄 모른다. 기분으로만 따진다면 10년은 젊어진 듯하고 고단하기만 하던 삶에 새로운 활력을 얻고 가게 된다.

어디 그뿐인가. "사랑할 때도 열 받을 때도 춤을 춰 보세요"라는 공연 중에 던져진 문구를 마음속에 간직한 채 유쾌하게 내일을 기약할 수도 있을 것이다.

2시간 남짓한 공연 하나에 이런 반응이 가능할까. 그 해답은 당장 공연장을 찾아가 보면 알 수 있으리라.

준과 빈, 그리고 선이라는 극중 인물 3명의 출생에서부터 성장과정을 춤이라는 언어로 그려낸 <사랑하면 춤을 춰라>. 이 공연에서는 스토리가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다. 연출자 최광일은 진작 "영화가 갖는 기술적 장점인 '편집'을 초월할 수 없는 '이야기'에 집착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스토리? No! 모든 것은 '춤'으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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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은 인간이 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언어다"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이 공연에서는 오직 춤이 모든 것을 대변할 뿐이다. 그래서인지 공연이 끝날 때까지 관객들은 뜨거운 열기에 휩싸여 신명나게 놀다갈 수 있다. 스트레스 날려 버리기에 딱이다.

여기서 잠깐 연출자의 변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광일은 "몇몇 천재적인 작가와 음악가들에 의해 주도되는, 잘 짜여진 번역 뮤지컬과는 다른 화법을 쓰고 싶다"고 말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창작뮤지컬의 주 소재인 멜로를 축으로 하지 않는다"며 "동적인 힘이 객석의 신뢰를 얻는 최고의 무기로 존재할 것이다"라고 못박았다.

연출자 그 자신의 말처럼 다분히 실험적이고 과욕으로 비쳐질 수도 있는 이 시도는 나름대로 충분히 성공한 듯 보였다.

작은 소극장을 삼켜버릴 것처럼 격정적인 무대와 객석의 열기는 세계댄스선수권대회 출신 배우들이 연기한 '번더플로어'의 그것에 견줄 정도다. 출연배우들의 댄스실력 또한 결코 뒤쳐지지 않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랑하면 춤을 춰라>가 대한민국 춤꾼들의 등용문이라더니 정말 그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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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와 재즈, 힙합과 현대무용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다양한 장르의 안무를 선보이며 무대를 달군다.

"이번 공연에서는 나 또한 승부를 걸었다, 연습실에서는 '삼청교육대'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배우들과 피나는 땀과 노력을 쏟아 부었다"고 말하는 안무가 황동주의 열정과 노고에 자연스레 고개를 숙이게 된다.

신나는 음악에 맞춘 발랄함이 안무에서 묻어나더니 어느 순간에는 관능미가 공연장을 온통 뒤덮는다. 조화롭게 안무를 배합시킨 그의 능력이 참으로 탁월하다.

<사랑하면 춤을 춰라>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열광할 만한 요소를 모두 갖췄다. 신명나는 음악과 그에 걸맞는 화려한 안무는 물론이요, 웃음을 유발시키는 연기와 함께 다분히 선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시각적 요소들까지.

출연배우들의 면면도 훌륭하다. 남자배우들은 근육질에 훤칠한 키를 자랑하고 여자배우들 또한 늘씬하고 매력적이며 섹시하기까지 하다.

반소매 입어도 땀이 '흠뻑'... 배우들과 기념촬영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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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 춤을 춰라>를 보는 관객들은 공연 도중 콘서트장에 와있는 듯한 감동과 홍대 앞의 클럽에서 느낄 법한 자유로움, 그리고 강남의 나이트클럽에서 볼 수 있는 끈적끈적한 무대도 실감나게 즐길 수 있다.

또한 비보이선수권대회에서 펼쳐지는 현란한 비보이들의 댄스배틀에서나 맛볼 수 있는 숨막힐 듯한 춤동작까지도 덤으로 챙겨갈 수 있으니 참 괜찮지 않은가. "참 멋진 공연이니 한번 꼭 보고오라"던 지인의 추천을 나몰라라 하고 오래도록 이 공연을 외면한 내가 원망스러울 뿐이다.

댄스컬 <사랑하면 춤을 춰라>는 넌버벌(non-verbal) 형식의 공연이다.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나 <난타>처럼 별도의 대사 없이 춤과 배우들의 몸짓 그리고 영상과 자막이 극을 이끌어 나간다.

이런 공연을 한번도 접해보지 않은 이들은 답답하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쉼없이 쏟아져 나오는 말의 홍수에 매몰되기 직전의 현대인들에게는 이렇게 색다른 형식의 공연도 꽤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공연장이 그리 크지 않은 덕분에 맨 앞 좌석이 아니어도 무대 위의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 리듬에 맞춰 자유롭게 몸을 흔들며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열린 마음 하나만 준비하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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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 춤을 춰라>를 보다보면 일반적인 뮤지컬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래가 적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쉬워 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요즘 뮤지컬 대부분이 춤보다는 노래와 연기 위주인 것을 감안하면 신선해 보일 수도 있겠다.

음악감독 김우관은 "이 작품의 근원은 춤에 있다"면서 "<사랑하면 춤을 춰라>가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적합하지 않다면 굳이 뮤지컬에 속하고 싶지도 않다"고 말한다.

춤은 뛰어나지만 노래실력은 '흠'

그럼에도 공연의 흐름을 방해하고 심지어 극적인 긴장감까지 떨어뜨리고만 출연배우의 노래실력은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차피 '댄스컬'을 표방한 공연인데다 17명의 출연배우들 중 한 사람의 노래가 뭐 그리 대단하느냐고 반박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한 사람이 주연배우 세 사람 중 하나이고, 그가 노래하는 장면이 꽤 길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간과할 만한 것은 아닌 듯싶다.

<사랑하면 춤을 춰라>를 보러갈 관객들은 필히 반소매를 입고 가야 한다. 혹시 쌀쌀한 기온을 보이는 날일지라도 말이다. 공연장 내부의 열기가 얼마나 후끈 달아오르는지 반소매 차림에도 온 몸이 땀으로 적셔지니 반드시 그래야 한다.

그리고 카메라를 꼭 지참하라고 말하고 싶다. 초상권과 저작권 등을 이유로 엄격히 공연 중의 촬영을 제지하는 여느 공연과는 달리 공연 도중에도 자유로이 뜨거운 배우들의 몸짓을 담아올 수 있다.

또한 공연이 끝난 후 로비에 줄지어 서 친절한 미소로 관객들을 배웅하는 출연배우들과 기념사진 한 장씩 남기는 것도 멋진 추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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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댄스컬 <사랑하면 춤을 춰라>는 5월 28일까지 대학로 S.H 클럽에서 공연됩니다.

맛있는 음식과 멋스런 풍경사진을 테마로 하는 제 홈피 '멀리서 바라보다 뜨겁게 사랑하기'(http://blog.naver.com/grajiyou)에도 올려 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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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고 대자연을 누리며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서울에서 평생 살다 제주에서 1년 반,포항에서 3년 반 동안 자연과 더불어 지내며 대자연 속에서 깊은 치유의 경험을 했습니다. 인생 후반부에 소명으로 받은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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