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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암아트홀
샤르트르와 플라톤, 그리고 다윈 등으로 명명된 배우들이 나와 선문답(禪問答)과 같은 대화를 주고받는다. 객석 한켠에 자리한 관객들이 중간중간 웃음을 터트릴 뿐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들이다. 그나마 웃는 이들은 일본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버라이어티 쇼를 표방한 뮤지컬 <더 콘보이 쇼>에는 7명의 주연배우들이 나온다.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이들 중에서 꽃미남은 발견할 수 없고, 이들이 보여주는 노래나 춤 또한 그리 대단해 보이지는 않는다. 치열한 오디션을 거쳐 선발한 배우들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법도 하다.

ⓒ 백암아트홀
적어도 공연 초반에는 그런 생각이 들만하다. 기자 옆에 앉았던 동행자는 '이대로라면 중간에 공연장을 박차고 나가야 하나?'라는 생각을 혼자 했었다고 나중에 전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 묘한 공연에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그 매력을 듬뿍 느끼며 공연장을 나서게 된다.

▲ 주연배우 7명의 면면을 소개한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강인영, 육동욱, 이병권, 우원호
ⓒ 백암아트홀

▲ 왼쪽부터 신선호, 황호, 조용수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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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전반부가 관객들을 복잡한 생각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만든다면, 후반부는 말 그대로 '몸으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다. 7명의 배우들이 말이다.

그들은 난타공연을 연상케 하는 타악 퍼포먼스와 탭댄스는 물론 아크로바틱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이 연습해 온 모든 것들을 관객과 나누며 거칠게 호흡한다.

한동안 공연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질책하며 유리된 느낌을 받던 기자는, 어리둥절하는 기분에서 벗어나 이내 이들과 동화돼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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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의 백미는 단연 '시인의 모임'에서 낭독되는 일곱 작품의 시구를 배우들의 몸을 통해 형상화하는 대목이다. 첫번째 <목련의 꿈>부터 마지막 일곱번째 윌리암 워즈워드의 <무지개>까지 이어지는 동안 관객들 모두는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미친 듯 북을 치다 반짝이 옷을 입고 콘서트를 하는 듯하더니, 돌연 발군의 탭댄스 실력을 보여준다. 유재하의 노래 <사랑하기 때문에>를 합창하는 대목에서는 지그시 눈을 감고 잠시 그를 추억하기도 한다. 특히 마룻바닥을 두드리는 경쾌한 탭댄스의 리듬은 압권이 아닐 수 없다.

ⓒ 백암아트홀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 법한 스타배우가 없어서인지 아니면 생소한 공연형식 탓인지 아직은 공연장이 북적거리지 않는다.

하지만 원작자 겸 연출가인 이마무라 네즈미가 오디션부터 교육, 연습까지 철저하게 참여한데다 수많은 스타급 배우들의 대모인 한양대 최형인 교수의 연출로 만들어진 이 작품이 수많은 공연 사이에서 그 찬란한 빛을 발할 때는 분명 오리라고 믿는다.

무엇보다 1년 전부터 따로 무용을 배웠을 정도로 혹독하게 훈련된 배우들이 점점 더 농익은 그들의 솜씨를 보여줄 그 날을 기대하며 비오는 날 눅눅하기만 했던 기분을 경쾌하게 만들어 준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덧붙이는 글 | <더 콘보이 쇼>는 5월 20일까지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공연됩니다. 공연문의는 02)3444-9969로 하시면 됩니다.

맛있는 음식과 멋스런 풍경사진을 테마로 하는 제 홈피 '멀리서 바라보다 뜨겁게 사랑하기' 
(http://blog.naver.com/grajiyou)에도 올려 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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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고 대자연을 누리며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서울에서 평생 살다 제주에서 1년 반,포항에서 3년 반 동안 자연과 더불어 지내며 대자연 속에서 깊은 치유의 경험을 했습니다. 인생 후반부에 소명으로 받은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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