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룸스스틸컷
찬란
<레드 룸스>는 다크웹을 소재로 한 스릴러영화다. 10대 소녀 3명을 살해하고 그 고문 영상을 제작해 다크웹상에서 판매한 혐의로 범죄자 루도빅 슈발리에(맥스웰 맥카비-로코스 분)가 재판에 선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사건인 탓에 재판은 전국적 화제로 떠오른다. 재판을 보려는 이들이 연일 법정을 찾는 가운데, 켈리엔(줄리엣 가리에피 분)과 클레망틴(로리 바빈 분)이 있다.
증거는 두 개의 영상이다. 3명의 희생자 중 가장 어린 이를 제외하고 다른 둘의 고문 살해 영상이 이미 공개된 것이다. 다크웹을 통해 유통된 영상이 유출됐고 이를 경찰이 입수하며 사건은 본격화한다. 아직 마지막 희생자의 영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검찰은 앞의 영상을 통해 범인이 슈발리에와 비슷한 인상착의를 가졌다고 주장한다. 변호인은 푸른 눈에 평범한 체격을 가진 이가 캐나다 전역에 수천 명은 족히 될 것이라 반박한다. 열띤 공방이 예고되는 상황 가운데서 법원을 찾은 이들의 반응 또한 첨예하게 엇갈린다.
영화는 어느 한쪽의 편에서 이야기를 전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베일에 싸인 주인공의 사연을 조금씩 드러내며 긴장감을 점층시키는 편을 택한다. 슈발리에와 사건은 주된 관심이긴 하지만 영화가 중점적으로 내보이는 바가 아니다. 주는 도리어 법원을 찾은 켈리엔과 클레망틴, 두 여성 사이에 빚어지는 관계성이다.
켈리엔은 여러모로 독특한 인물이다. 도심 고층 아파트에 홀로 살아가는 그녀다. 재정상황이 풍족한 듯 씀씀이도 거침이 없다. 유명 브랜드 모델로 활동하는 한편, 컴퓨터도 능숙하게 활용해 온갖 작업을 진행한다. 간단한 해킹은 물론이고 다크웹을 통해 진행되는 온라인 포커게임에서도 곧잘 돈을 벌 정도. 탁월한 두뇌에 냉철한 판단력까지 갖춰 증권거래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니 그야말로 현대인의 워너비 삶이 따로 없다.
켈리엔이 슈발리에 사건에 왜 관심을 두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영화는 그녀가 매 재판에 출석해 주의를 기울이고 남는 시간엔 돈을 벌고 운동을 하는 모습을 가만히 비출 뿐이다.
뜨겁고 차가운 두 여자의 마주닿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