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어느 파리 택배기사의 48시간>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01.
프랑스 파리 태생의 보리스 로즈킨은 다큐멘터리 출신의 감독이다. 그래서일까? 영화 매체로 옮겨온 후에도 그의 시선은 언제나 경계 밖에 놓인 인물을 향해 있었다. 영화 <호프>(2014)에서는 유럽으로 향하는 아프리카 이민자들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이민자들의 이야기가 다뤄진 것이 처음은 아니었으나, 불법 이민자들이 마주하게 되는 냉혹한 현실을 현실적으로 담아내며 호평을 받았다. 다음 작품은 <카밀>(2019).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으로 떠나 내전을 취재하던 중 26살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한 프랑스 사진작가의 삶을 들여다봤다. 다만 두 작품이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프랑스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는 하지만 분명히 국경 바깥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영화 <어느 파리 택배기사의 48시간>은 보다 본격적으로 프랑스 사회 안으로 시선을 들이고 있는 작품이다. 배경은 프랑스 파리(Paris)다. 감독의 말에 따르면 '여행지로서의 파리가 아닌, 우리가 실제로 살아가고 있는 파리의 모습이 바로 이 작품 속에 있다'고 할 정도로 현실과 아주 맞닿아 있다. 극을 이끌어 가는 것은 아프리카 기니 출신의 난민 신청자 술레이만(아부 상가레 분)이다. 자전거를 타고 파리 시내를 오가며 음식 배달 일을 하는 그는 합법적 거주권을 얻기 위한 중요한 인터뷰를 이틀 앞두고도 불법 노동자로서의 아슬아슬한 하루를 보내야만 한다. 배달 일을 하기 위한 등록증은 물론 이 도시의 하루조차 어떤 무엇도 자신의 것이 아닌 상태. 보리스 로즈킨 감독은 그가 마주하게 될 난민청 망명 인터뷰까지의 48시간을 통해 파리 사회에 만연한 불법 노동자들의 처지와 현실을 보여주고자 한다.
02.
도시의 배달 노동자로 살아가는 일만으로도 감내해야 하는 순간은 차고 넘친다. 중간 단계에 놓인 대상에게 가해지는 압력은 양쪽으로부터 가해진다. 배달 주문을 한 고객으로부터의 항의가 첫 번째, 반대쪽인 매장의 직원들로부터 주어지는 조롱과 멸시의 태도. 모든 고객과 매장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느 쪽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는 순간 페널티를 받는 쪽은 언제나 배달 기사다. 모든 과정을 중개하는 배달 어플 본사로부터의 감시와 압박도 있다. 그들은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불만 접수의 대상은 알려주지도 않으면서 기사들의 계정을 정지하거나 차단하는 식으로 위협을 가해온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배달 노동자의 이야기다. 술레이만의 경우에는 조금 더 가혹하다. 보호소의 임시 체류증으로는 수입 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먼저 정착한 이들의 계정을 빌려 대리로 일을 하게 되는데 이 비용만 일주일에 120유로가 넘는다. 같은 기간 하루도 빠짐없이 일을 해도 평균적으로 200-250유로 정도를 벌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심지어 주기적으로 계정 인증 안내가 뜨면 제한 시간 안에 계정 주인을 찾아 달려야만 한다. 수익 또한 직접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그의 계좌를 통해 들어온 금액에서 대여비를 제한 나머지를 건네받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