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빵야> 공연사진
엠비제트컴퍼니
점점 잊혀지는 드라마 작가 '나나'는 소품 창고에서 낡은 장총 한 자루를 발견한다. 나나는 그 장총에 얽힌 이야기를 토대로 드라마를 쓰려고 장총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장총은 의인화된 존재 '빵야'로 표현되는데, 최근 인기 드라마 <눈물의 여왕>과 <더 글로리> 등에서 활약한 배우 박성훈이 '빵야'를 연기한다. 대학로의 인기 배우였던 박성훈이 7년 만에 다시 무대로 돌아온 것이다.
1945년 인천 조병창에서 만들어진 장총 '빵야'는 일본관동군, 국방경비대, 서북청년단, 국군 학도병, 인민군 의용대 등의 손을 거치며 한국 현대사를 목도한다. 그리고 자신이 바라본 바를 나나에게 이야기하며 지난 역사를 끄집어낸다. 역사책이라기보다는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일기장을 들춰내는 느낌으로.
김은성 작가의 희곡을 토대로 지난 2022년 첫선을 보인 연극 <빵야>는 당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 선정, 2023년에는 <한국연극> '공연 베스트 7'에 오르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2년이 흘러 다시 무대에 선 <빵야>는 박성훈과 함께 박정원, 전성우, 홍승안 등 연기파 배우들을 '빵야' 역으로 내세웠고, 이진희와 김국희, 전성민으로 '나나' 역을 꾸렸다.
이외에도 오대석, 송상훈, 금보미, 진초록 등도 작품에 참여한다. 특히 '길남'을 비롯해 다양한 배역을 연기하는 최정우는 원작 희곡에 그림 작업으로 힘을 보태기도 했다. <빵야>는 9월 8일까지 대학로 예스24아트원 1관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장총이 전하는 현대사의 비극
7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내며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 굴곡진 현대사를 겪은 '빵야'는 실로 많은 주인들을 만났다. 빵야를 손에 넣은 주인들의 이야기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현된다. 주인 중에는 살기 위해 총을 쏘는 사람도 있고, 자신이 살려면 총을 쏴야 하지만 끝내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시대였다. 총을 들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시대였다. 방아쇠를 당기라는 시대의 강요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시대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그런 시대였다.
빵야는 자기 몸에서 발사된 총알로 인해 누군가 죽는 것을 보며 괴로워하다가도, 방아쇠를 당기지 못해 죽음을 목전에 둔 주인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라고 외치기도 한다. 빵야는 오랜 세월 동안 같은 일을 반복하며 회의감을 느끼며 말한다.
"죽이기 위해 죽이는 총보다 살리기 위해 죽이는 총이 조금 나을까? 총은 총이야. 세상의 모든 총은 슬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