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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자면 카메라도 꺼" '슈돌' PD가 들려주는 촬영 노하우

[장수프로]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 손자연 PD

23.09.15 11:44최종업데이트24.04.1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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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 스틸 이미지 ⓒ KBS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어느덧 방송 10주년을 맞았다.

2013년 9월 추석 파일럿으로 첫 선을 보인 <슈퍼맨이 돌아왔다>(아래 <슈돌>)는 '일에만 매진해 온 아빠들의 좌충우돌 육아 도전기'로 화제를 모았고 그해 11월 정규 편성되어 지금까지 사랑 받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슈돌>에 출연했던 아이들만 해도 103명에 달한다. 10년 전 출연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타블로의 자녀 이하루는 어느덧 중학교에 입학했고, 추성훈의 자녀 추사랑도 훌쩍 커버린 모습의 근황을 공개하기도 했다.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 온 <슈돌>의 역사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지난 8월 24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KBS 사옥에서 <슈돌> 연출을 맡은 손자연 PD를 만났다. 그는 <슈돌>이 대한민국 대표 육아 예능으로서 명맥을 유지하고 사랑받아 온 비결로 '무해한 힐링'을 꼽았다.

"자극적이지 않고 무해한 방송이라고 (시청자들이) 말씀해주시더라. 그게 힐링의 포인트라, 10년 동안 (방송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처럼 콘텐츠가 많고, 하나라도 더 튀고 더 자극적이어야 살아남는 시대에 저희는 너무 그런(자극적인) 게 없는 건 아닐까 싶을 때도 있다.

그래도 아이가 나오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자막 하나를 쓸 때도 이런 말은 쓰지말자, 아무리 이게 요즘 유행이라도 쓰지 말자, 자극적으로 아이를 몰아붙이는 편집은 하지 말자, 이건 장기적으로 우리한테도 아이들한테도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매주 시사하고 편집하고 다시 보면서 또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문제다. 이게 이렇게 가면 재미는 있지만 괜찮을까 한번 더 생각하는 프로그램이다. 그게 가장 어려운 점이자 다른 점이기도 하다."


제작진들이 '슈돌' 촬영하며 놀라는 이유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 스틸 이미지 ⓒ KBS

 
그러나 10년 전과 비교하면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특히 아빠의 육아라는 게 낯설고 신기했던 당시에 비하면, 지금은 아빠도 육아에 참여하는 게 당연해진 시대가 됐다. 이 역시 그동안 아빠의 육아를 계속해서 담아온 <슈돌>의 힘이 컸지만, 그런 반면 계속해서 새로움을 찾아나가야 하는 방송으로서의 고민도 많다.

손자연 PD는 "10년 동안 저희 프로그램의 주제는 아빠와 아이가 함께하는 24시간인데 아빠가 아이를 육아하는 형태가 많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아이를 한번도 돌보지 않았던 아빠가 엄마 없이 아이와 함께 하루를 보내는 좌충우돌 24시간'이었다면 지금은 실제로 육아를 잘하는 아빠들이 많다. 요즘은 엄마 아빠가 같이 육아를 하는 시대"라며 "옛날과 똑같은 이야기로는 (시청자의) 공감대를 얻기 쉽지 않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한다. 어떻게 하면 지금의 시대상을 반영하면서도 시청자들이 10년 동안 사랑해주신 부분을 유지하고 또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늘 고민한다"고 털어놓았다.

<슈돌>에 합류하고 1년 7개월 가량을 보냈다는 손자연 PD는 이 프로그램에 합류하는 제작진들은 다들 처음엔 깜짝 놀란다고 고백했다. 여타 예능 프로그램과는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여기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다 아이들이 먼저다. 아이가 낮잠을 자는 시간이면 모든 스태프가 하던 일을 멈추고 카메라 다 끄고 집을 비워준다. 모든 게 아이 중심이다. 처음 온 PD든, 작가든, 스태프들도 다 '여긴 다른 프로그램이구나'라고 느끼게 된다"고 전했다. 아이들의 스케줄에 따라 촬영 일정이 정해지다 보니, 가족마다 촬영 날짜도 모두 제 각각이다.

"촬영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동안만 촬영한다. 너무 늦게까지 촬영하면 안 되니까 아이가 자야하는 시간에 맞춰서 아침일찍부터 저녁까지 촬영하고, 카메라 장비나 세팅은 촬영 전날에 한다. 미리 아이와 익숙해지기 위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렇지만 하루종일 찍은 것에 비해 알맹이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중간에 잠도 자야 하고 밥도 먹어야 하고 너무 힘들어 할 수 있으니 중간중간 쉬어야 한다. 어떤 프로그램은 하루종일 찍으면 2주 분량을 만들어 내지만 우리는 vcr 한 편을 겨우 만드는 정도다.

매주 촬영하는 날도 정해져 있지 않다. 가족마다 촬영일이 다 다르다. (박주호 선수의 자녀) 나은이는 학교에 다니니까 학교를 빠지지 않기 위해 주말에 촬영한다. 김준호 선수는 해외경기가 굉장히 많아서 한 달에 뺄 수 있는 날짜가 정해져 있다. 제이슨 아빠도 다른 방송 스케줄이 있고. 모든 건 아빠와 아이 스케줄에 맞춘다. 저희는 팀마다 스케줄이 다르고 편집 스케줄도 다를 수밖에 없다."


방송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촬영하기 어려운 대상이 동물, 아기'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슈돌>의 아이들 역시 제작진이 아무리 열심히 사전 조사를 하고 준비하더라도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뜻대로 되는 게 별로 없다.

"엄마 아빠에게 이 아이가 좋아하는 것, 잘 먹는 것이 뭔지, 어떤 장난감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등 사전조사를 굉장히 많이 한다. 평소에 아빠랑 어떻게 지내는지, 아빠랑 많은 시간을 보내봤는지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하지만 아이가 이걸 좋아한다고 해서 가져갔는데 통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아이가 좋아하는 방향에 맞춰서 그때그때 수정해야 한다. 아빠가 이걸 준비했는데 아이가 '싫어!' 한다면 그걸 자연스럽게 살리기도 한다. 육아엔 정답이 없다. 실제 생활에서도 내 아이가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저희가 아무리 준비하고 계획해도 100% 뜻대로 될 수 없기 때문에 현장에서 아이의 컨디션과 분위기에 따라 자연스럽게 담으려고 한다."

가끔 떼를 쓰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아이들과 함께 촬영하면서도 손자연 PD는 무엇보다 아이들이 오해받지 않고, 예쁘게 보이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편집과 자막을 여러 번 확인하며 신경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손 PD는 "TV 영상매체가 그렇겠지만 이 아이들의 모든 부분을 (시청자들이) 아실 수는 없다. 이런 부분도 있고 저런 부분도 있지만, 최대한 아이들을 긍정적으로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든다"며 "당연히 아이들이니까 울 때도 있고 떼를 쓸 때도 있다. 아빠 말을 안 듣기도 하고 도망가기도 한다. (시청자들도) 다들 그렇게 자라셨을 것이다. 영상으로 봤을 때 혹시라도 아이들이 오해받지 않을까 그런 부분을 가장 고민한다"고 말했다.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 활로 찾아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 스틸 이미지 ⓒ KBS

 
'코로나 19' 팬데믹이 기승을 부리던 때에는 촬영이 더욱 힘들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이 촬영 때문에 전염병에 걸리는 불상사를 만들지 않기 위해 철저한 사전 확인을 해야 했다. 의심 증상만 있어도 촬영을 접었던 적도 많다.

손 PD는 "촬영 전에 무조건 자가 키트 검사를 했다. 촬영 전날 출연자 집에 카메라를 세탕하러 가는 날에 한 번, 촬영일에 한 번, 이렇게 두 번 하는데 스태프들에게 모두 차에서 내리지도 말라고 하고 검사했다. 한 줄인 걸 확인하고 사진을 찍어서 단체카톡방에 공유하고 난 뒤에야 들어갈 수 있었다. 집에서도 무조건 마스크를 끼고 있고 스태프든, 출연자든 열이 나거나 비슷한 증상이 있으면 촬영하다가도 접고 들어왔다"며 "당시엔 모든 게 어려웠다. 물론 저희도 욕심이 나고 촬영하고 싶지만 혹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고 부모님도 걱정되니까 (촬영을) 접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10년 전 일요일의 최고 인기 예능이었던 KBS 2TV <해피 선데이>의 코너로 시작했던 <슈돌>은 금요일 오후 10시 자리를 거쳐 현재 화요일 오후 8시 30분에 방송된다. 평일, 8시 30분이라는 이른 저녁은 예능 프로그램에게는 다소 낯설고 이른 시간대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손자연 PD는 주 시청자층인 가족과 아이들을 위한 편성이었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모든 예능 프로그램들이 오후 10시, 11시에 방송됐다. 그렇지만 요즘은 평일 심야시간에 TV를 보는 시청자층이 절대적으로 감소한 것 같다. 특히나 <슈돌>은 아이와 가족이 나오는 프로그램이지 않나. 시간대를 당기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시청자들 중에는 아이들도 많아서 '너무 늦게 한다, 아이들이 (방송을) 보다가 끄고 자야한다', '보고 자겠다, 안 된다고 싸운다'는 얘기가 많았다. (타깃) 시청자층에 이 시간대가 안 맞다고 느꼈다. 10년 전이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평일 좀 더 이른 시간대가 맞다고 생각해서 옮기게 됐다. 결과적으로는 더 편안하게 봐주시는 것 같다."

TV 시청자 수가 줄어든 대신, <슈돌> 역시 여타 예능 콘텐츠들처럼 유튜브 등 온라인 포맷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지난 2021년 KBS 예능 유튜브 채널에서 독립해, 자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슈돌>은 현재 구독자수 47만 명을 기록하며 젊은 세대들과도 활발히 소통 중이다.

손자연 PD는 "지금 아이들의 모습도 올리고, 예전에 방송했던 것들도 아카이브 형식으로 올린다. 미방분(방송하지 않은 분량)을 공개하기도 한다. '아이클라우드'라는 코너로 아이돌 멤버들과 함께 하는 콘텐츠도 만든다. 저희도 TV 보다는 동영상 클립 콘텐츠로 (슈돌을) 많이 소비하신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TV는 TV대로, 동영상 클립은 동영상대로 '투 트랙 전략'으로 가보자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시청률뿐만 아니라 유튜브 동영상 조회수까지 신경쓰게 된다는 손 PD는 "지난해 <슈돌>이 KBS 내에서 비드라마 부문 동영상 조회수 1위였다. 저희도 조회수를 많이 보게 된다. 온라인 콘텐츠를 위주로 보는 젊은 층도 우리 아이들을 많이 좋아해주시는 구나 체감하고 있다. 이제는 유튜브 콘텐츠 성격에 더 맞다 싶은 것들은 따로 유튜브 채널에 올리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 스틸 이미지 ⓒ KBS

 
한편 <슈돌>이 많은 사랑을 받았던 10년이란 시간 동안, 반대로 출산율은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통계청이 지난 8월 30일 발표한 '2023년 2분기 인구 동향'에 따르면 2분기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70까지 떨어져 전년 동기 대비 0.05명이 줄었다. 

손자연 PD는 "예전과 달라진 결혼, 출산, 육아 등 현실을 반영하고 거부감 없이 보실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저희가 가야 할 방향인 것 같다. 이제 아이를 낳지 않는 시대가 됐다고 해서 저희가 '아이를 낳으세요, 아빠도 육아를 하세요'라는 캠페인처럼 방송을 만들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슈돌>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행복함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저희는 바라보는 여러 가지 시선이 있을 수 있지만 저희는 '가족이 주는 힘, 아이가 주는 행복함'을 긍정적으로 보여드리려고 한다. 비혼이든, 아이를 낳든, 안 낳든 자유 의지의 문제이지 않나. 요즘은 아이를 낳지 않아도 '랜선이모, 랜선삼촌'이라고들 하지 않나. 이 분들도 결혼을 했든, 하지 않았든 아이가 주는 기쁨과 행복함을 느끼는 건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슈돌>을 보는 시청자들이 행복함을 느끼게 하는 게 저희가 할 수 있는 몫의 전부인 것 같다.

또 반대로 육아가 너무 이상적으로 보이지 않으려고도 한다. 현실의 육아가 무엇인지, 현실의 가족생활이 무엇이고 그 안에서 어떻게 가족들이 이겨나가면서 같이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드리려고,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게 하려고 신경을 쓰고 있다."
슈퍼맨이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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