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퍼지스틸컷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유)
제 안의 폭력성과 마주하는 일
일제강점기라고는 하지만 1931년 발생한 인천 등지의 화교학살 사건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 길림성에서 벌어진 중국과 조선인 농민 간 소규모 충돌 이후 <조선일보>가 조선인 여럿이 숨졌다고 오보를 내며 가뜩이나 울분에 차 있던 민중에게 분노를 일으킨 게 이 사건의 출발이다.
분노한 민중들이 무리를 지어 몰려다니며 조선에 거주하는 화교들을 사냥하듯 잡아 때리고 심한 경우 죽이기까지 하니 화교들이 도망쳐 산으로 도망가기까지 했다. 박경리 등 여러 작가가 이 문제를 다루었으나 한국은 오랫동안 이 사건을 역사 가운데 받아들이는 걸 저어했다. 조선인이 제노사이드의 가해자가 된 대표적 사건 중 하나이지만 한국 교육과정에선 그리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는 점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더 퍼지> 시리즈는 여러모로 이 같은 폭력을 떠올리게 한다. 자유를 빙자하여 일반에 허용된 폭력이 어떻게 남용될 수 있는지, 또 분노는 얼마나 쉽게 사람을 어리석게 하는지, 인간이란 얼마나 저와 다른 이를 알지 못하고도 미워할 수 있는지를 일깨우는 것이다. 그로부터 잠재된 한국사회의 수많은 갈등의 지점들을 돌아볼 수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영화가 던지는 생각의 지점이라 하겠다.
어떤 인간도 제게 주어진 최상의 가능성 이상으로 올라갈 수는 없고, 또 제게 허락된 최저의 지점 이하로는 떨어질 수 없다. <더 퍼지>를 인간이 그렸다면 그건 우리에게 이 같이 끔찍한 세상을 도래하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잠재돼 있음을 뜻한다. 그리고 우리는 지난 역사 가운데 수차례나,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많은 폭력을 자행해왔던 것이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건 바로 이와 같은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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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