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년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김보년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민
교육 프로그램 또한 영화 자체만이 아닌 재즈, 오페라와 접목한 강좌를 개설하거나 단순한 감독론이 아닌 작품을 촬영감독 등 실무 스태프들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분석하는 등 다변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김보년 프로그래머는 "극장에서 영화 보는 걸 관객분들은 당연히 좋아하시지만 그것만으론 시네마테크에 거는 기대를 다 못 채운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영화는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시대인 만큼 교육 프로그램에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다행히 많은 분들이 찾아주고 계신다"고 설명했다.
당장 지금 서울아트시네마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은 모두 2개. 박홍열 촬영감독이 진행하는 촬영 미학, 그리고 황덕호 재즈음악 평론가가 참여하는 토크 프로그램 등이다. 김 프로그래머는 "이런 프로의 경우 230석의 80% 이상이 채워지곤 한다"고 귀띔했다.
16년째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일을 해온 김보년 프로그래머는 "뭔가 한 번에 크게 주목받는 건 아니지만 끈기를 갖고 꾸준히 진행해 온 장기 프로젝트가 평가받을 때 참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포르투갈 영화를 10년 가까이 소개했는데 처음에 미구엘 고메스 감독도 신인이었다. 근데 이젠 세계적 거장이 됐고 관객분들도 많이 알아보신다. 우리가 소개한 영화들이 시간이 지나 인정받을 때 참 좋다. 그리고 책에서만 접할 수 있던 감독의 영화를 구해서 상영할 때 보람이 크다. 네덜란드의 요리스 이벤스라고 다큐멘터리 감독이 있는데, 다큐 영화사 첫 페이지에 나오는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대사관 도움으로 지난해에 필름을 가져와서 상영했는데 매우 뿌듯했다."
현재 서울아트시네마는 35mm 필름 20여 편, DCP 31편을 소장하고 있다. 절대적 수치로만 따지면 적어 보이지만 김 프로그래머 말대로 꾸준히 새로운 감독을 발굴하고, 구하기 어려운 작품을 찾아다닌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결과물이다.
"특유의 정체성 잘 지켜나갈 것"
하지만 직면한 과제도 만만치 않다. 시네마테크 운동 정신은 지키고 있지만,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고, 공적 지원 또한 크게 늘지 않아 운영을 해나가는 실무진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기준 극장 티켓 수익이 전체 예산의 70% 이상을 차지했고 나머지가 영화진흥위원회, 서울시의 지원이었는데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티켓 수익이 크게 떨어졌다. 더욱이 전체 예산 중 건물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2010년 1년에 6만 명 이상이 서울아트시네마를 찾았다면, 현재는 2만 명 중반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난방, 전기료를 포함하면 1년에 3억 원 이상이 유지비에만 투입되고 있다. 정말 어려울 땐 직원 월급이 밀릴 때도 있었다. (월급 인상은 못하더라도) 앞날을 도모할 수 있을 정도의 예산은 마련돼야 한다. 그러려면 지원금을 안정적으로 받아야 하는데 물가는 계속 인상되는데 지원규모는 제자리다."
2006년부터 영화계 주요 인사들과 함께 추진해 온 시네마테크 전용관 완공도 지지부진하다. 서울시 충무로에 2020년 들어설 예정이었던 전용관은 이제야 공사가 시작됐고, 올해 말이나 돼야 완공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더불어 해당 공간에 시네마테크가 무사히 들어설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완공되기 전에 운영방식이나 운영주체를 논의해야 하는데 책임 주체인 서울시 등에서 아직 제대로 방향성을 공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