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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도 요금 동결 걱정... 여대 안에 있지만 남성도 환영"

[극장 옆 독립예술전용관②] 아트하우스 모모 신아호 과장

23.02.26 11:14최종업데이트23.03.06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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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장 산업이 위축됐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진 요즈음, 국내에 몇 안 되는 독립예술영화 전용관들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출구가 보이지 않을 것만 같은 침체기에서도 나름의 자구책,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예술영화 전용관들을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아트하우스 모모의 신아호 과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대학교 내 최초로 자리한 민간상설 영화관.

아트하우스 모모를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이다. 2008년 서울 이화여대 내 한 건물에서 개관한 이 영화관은 관객과 함께 하는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으로서 그 역할을 꾸준히 해왔다. 좀 더 역사를 파고들면 아트하우스 모모는 현재 운영 주체인 영화사 백두대간이 운영했던 동숭 시네마테크의 정체성을 잇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비록 폐관했지만 1995년 11월 개관한 동숭 시네마테크는 국내 최초의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이다. 

하지만 아트하우스 모모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 극장 중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오래 휴관하기도 했다. 지난 2020년 2월부터 긴급휴관에 들어간 이후 지난해 7월까지 극장 문을 닫았다. 작은 예술독립영화 전용관이지만 15년 남짓 긴 역사를 자랑한 이 강소 극장도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개관 당시 서울 신촌과 이대를 찾는 10, 20대 관객에게 예술영화를 소개는 동시에 지역 주민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극장을 표방한다는 창립 정신은 이어지고 있다. 2월 중순에 만난 아트하우스 모모 신아호 과장에게 극장 관련 이야기를 더 들어볼 수 있었다.
 
다양한 국가 영화 소개의 보고
 
아트하우스 모모의 대표적인 특징은 아랍영화제, 스웨덴영화제 등을 열면서 국내 극장에서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국가 영화를 소개한 데에 있다. 두 행사 모두 10년 이상 진행했고, 중동이나 북유럽 문화에 호기심을 품고 있는 관객들 소구도 충분히 충족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영화학교'란 이름으로 영화와 결합한 강좌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지난 2019년엔 '에피파니 영화제'라는 이름으로 인문학적 관점을 적용한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대학교 내에 있다고 해서 학문 중심의 정체성을 표방한 것 아니지만 인문학이나 강연 등 관객이 주인공인 프로그램을 적극 고민해왔다. 코로나19 팬데믹 때엔 진행하진 못했지만, 적어도 1년에 1회 이상은 진행하는 게 목표다. 2020년에도 코로나19 유행 직전, 6강까지 진행했었다. 아직은 좀 부족하지만 다양성 영화에 주목하면서도 관객과 소통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정체성은 잘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랍영화제, 스웨덴영화제를 비롯해 지금은 진행하고 있진 않지만 이탈리아영화제 등을 해왔다. 국내 관객에게 아직 익숙하지 않은 문화권인데 영화를 보신 분들이 다음에 또 해달라고 하는 반응이 많았다. 영화제를 진행하는 여러 방식이 있겠지만, 이렇게 국가별로 하면 아직 발굴되지 않은 여러 영화를 소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

    

아트하우스 모모의 신아호 과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아트하우스 모모가 가진 또하나의 주요 특징은 관객 프로그래머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지난 2010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모모 큐레이터를 두고 신 과장은 "모모의 가장 특별한 프로그램"이라 소개할 정도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관객분들이 직접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에 참여하시는 건데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2010년 첫해를 제외하고 2011년부터 지금까지 모모 큐레이터들이 직접 새로운 동료 큐레이터를 선발하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성별, 나이, 직업, 영화 전문지식의 유무 등 자격에 어떤 제한도 두고 있진 않지만 활동기간 중에 끝까지 책임을 다할 의지가 있는 분들에게 우선 기회를 드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수별로 운영하는데 현재 20기가 넘었다. 올해도 새로운 모모 큐레이터분들 활동을 위해 사전 준비 단계에 있다."
 
성장세에 찾아온 위기
 
신아호 과장은 "2019년이 모모가 가장 왕성하게 성장하던 시기"라고 짚었다. 기존에 운영하던 영화학교에서 더 심화된 인문학 강좌인 모모 사피엔스 프로그램을 매월 1회씩 진행했고, 앞서 언급한 에피파니 영화제를 7일간 열었다. 신 과장은 "관객이 주인이 되는 영화관이라는 목표에 좀 더 가깝게 나아갈 수 있었던 해"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코로나19 전과 후로 영화관 역사가 나뉠 것 같다. 장기휴관 때가 아무래도 가장 힘든 시기였다. 개관 이후 최초의 장기 휴관이었다. 저도 모모를 다니며 많은 좋은 영화를 접했고 근무자로 입사했는데 그런 어려움을 겪으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국내에 여러 예술영화 전용관에 가봤지만 모모만의 특징이 있다.
 
최근 재개관 이후 일부 관객분들이 운영을 걱정해주시더라. 요금도 계속 동결인데 버틸 수 있겠냐 물어봐 주시는데 감사한 마음이 든다. '관객이 주인'이라는 우리의 목표를 향해 잘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가 등 여러 요소가 있어서 요금 인상을 고려하고 있긴 하지만 현재까진 유지하는 게 맞다고 판단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국내 멀티플렉스들은 티켓 값을 평균 30% 이상 올리며 일부 손실을 보전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계 기준 팬데믹 직전 50%~70% 수준으로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의 현실은 여전히 냉혹하다. 아트하우스 모모 또한 2019년 대비 80~90% 까지 급감한 관객 수가 잘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다행히 지금 다소 상승세긴 하다. 하지만 티켓 수익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현재 유지비나 인건비를 맞추기가 빠듯하긴 하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금 정도만 받고 있는데 지원 규모가 늘지 않는다면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실 극장 위기론이야 팬데믹 직전부터 OTT 플랫폼 약진 등의 이유로 꾸준히 나온 말이지만, 예술영화 전용관은 그 위기를 더욱 절실하게 체감 중이다.
 
예술영화 전용관은 상업영화 보다 더욱 우리 삶에 가까운, 현실에 맞닿은 이야기가 있는 영화를 품고 있다. 그리고 사유하며 삶을 돌아보거나, 한 박자 쉬어 갈 수 있게끔 하는 거점 역할을 하는 작품을 트는 공간이라 생각한다. 물론 극장에서도 관객을 이끌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등 여러 노력을 해야겠지만 멀티플렉스 극장에 비해 회복세가 상당히 더딘 건 우려스럽다."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신아호 과장은 "그간 버텼으니 올해는 더 의욕적으로 좋은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고 알렸다. "물론 극장 지원 확대가 필요하지만 결국 예술영화 극장의 가장 큰 힘은 관객분들인 만큼 모모를 찾아주셨으면 한다"는 당부 또한 잊지 않았다.
 
"동숭 시네마테크를 운영한 백두대간이 그 인프라를 모모에 녹여내고 있다. 그 노하우를 이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종종 모모가 여대 안에 있어서 남성은 못 들아가는 거 아니냐는 문의가 여전히 있는데 절대 아니다. 부디 편히 오셨으면 좋겠다. 학생들도 강의 시간 중간이나 전후로 많이들 찾아주신다. 아마 오전, 오후 시간 고르게 관객이 포진한 몇 안되는 극장일 것이다(웃음).
 
사견이지만 블록버스터가 아닌 예술영화라도 작은 화면이 아닌 극장 화면에서 보는 게 더 와닿는 게 큰 것 같다. 올해 새로운 콘텐츠, 다양성 영화제들로 찾아뵙겠다. 다들 열정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아트하우스 모모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극장 백두대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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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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