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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보다 국내에서 사랑받은 여배우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성룡과 제니퍼 러브 휴이트의 코믹 액션 <턱시도>

22.07.21 13:26최종업데이트22.07.2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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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노래방에서 자신의 가창력(?)을 시험해 보기 위해 소찬휘의 < TEARS >를 부르는 것처럼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노래방에서 한 번쯤 불러 봤을 '고음 시험곡'이 있다. 바로 1990년에 발매됐던 메달밴드 STEEL HEART의 < She's Gone >이다. 최고 3옥타브 솔까지 올라가는 초고음을 자랑하는 < She's Gone >은 국내에 노래방이 도입되기 시작한 9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세대를 뛰어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명곡이다.

하지만 한국 남자들의 영원한 도전곡인 < She's Gone >과 이 노래의 주인공 STEEL HEART는 정작 미 현지에서 엄청난 명성을 가진 밴드가 아니다. 1990년에 결성된 STEEL HEART는 빌보드 싱글차트 14위(두 번째 싱글 <I'll Never Let You Go>)가 최고 성적일 정도로 대중적으로 그렇게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STEEL HEART는 2집 활동 도중 보컬 밀젠코 마티예비치가 무대세트에 깔리는 큰 사고를 당하면서 꾸준한 활동을 하지 못했다.

STEEL HEART처럼 현지보다 국내에서의 명성이 더 높은 가수가 있는 것처럼 배우들 중에서도 유난히 국내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할리우드 배우가 있다. 이 배우는 현지에서 어린 시절에 보여준 잠재력을 완전히 폭발시키지 못했지만 국내에서는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턱시도>와 <이프 온리> 등을 통해 국내 관객들에게 러블리한 매력으로 큰 인기를 얻었던 배우 제니퍼 러브 휴이트가 그 주인공이다.
 

<턱시도>는 <러시 아워1,2>에 이어 세계흥행 1억 달러를 돌파한 성룡의 3번째 영화다. ⓒ CJ엔터테인먼트

 

할리우드보다 국내에서 더 사랑 받은 여배우

어린 시절부터 가수와 배우로 활동하던 러브 휴이트는 1992년 가족 코미디 영화 <외계인 먼치>를 통해 영화에 데뷔했다. 1993년에는 우피 골드버그 주연의 <시스터 액트2>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귀여운 백만장자>와 <하우스 어레스트> 등 가벼운 가족 코미디 영화에 주로 출연하며 연기경험을 쌓던 러브 휴이트는 1997년 호러 영화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에 출연하면서 이미지 변신을 단행했다.

러브 휴이트가 주인공 줄리 제임스를 연기한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는 세계적으로 1억25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고 러브 휴이트는 단숨에 할리우드의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는 국내에서도 서울에서만 38만 관객을 동원했고 <찍히면 죽는다>,<해변으로 가다> 등 2000년대 초반 한국의 호러영화 제작붐을 주도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1998년 로맨틱 코미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2001년 범죄 코미디 <하트브레이커스> 등으로 인지도를 쌓던 러브 휴이트는 2002년 홍콩의 액션스타 성룡과 함께 <턱시도>에 출연했다. 60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턱시도>는 세계적으로 1억 달러가 넘는 흥행성적을 기록했고 국내에서도 성룡의 높은 인기에 힘입어 서울에서만 39만 관객을 동원했다. 러브 휴이트 역시 <턱시도>를 통해 국내 관객들에게 다시 한 번 깊은 인상을 남겼다.

호러 영화와 코믹액션 영화를 통해 국내에서 인지도를 한껏 끌어 올린 러브 휴이트는 2004년 주연은 물론 제작에도 뛰어든 판타지 멜로영화 <이프 온리>를 선보였다. <이프 온리>는 전국 100만 관객을 동원했고 2017년에 재개봉 될 만큼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미국 현지에서는 제대로 된 배급조차 받지 못하고 곧바로 2차 시장으로 넘어가는 비운의 작품이 되고 말았다. 현지에서 러브 휴이트의 상승세가 꺾인 시점이기도 하다.

러브 휴이트는 목소리 연기로 참여했던 애니메이션 <가필드>정도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지 못했다. 오히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5개의 시즌을 모두 개근했던 드라마 <고스트 스위퍼러>가 러브 휴이트의 2000년대 대표작일 정도. 어느덧 40대 중반을 향해가는 중견배우가 된 러브 휴이트는 지난 2019년부터 응급구조대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 9-1-1 >에 출연하며 꾸준히 연기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시장 공략한 성룡
 

성룡(왼쪽)은 <턱시도>에서 할리우드 신예스타 제니퍼 러브 휴이트와 특유의 '성룡식 코믹액션'을 마음껏 선보였다. ⓒ CJ엔터테인먼트

 
90년대 중반 <홍번구>의 성공 이후 미국과 홍콩을 오가며 활동하던 성룡은 1998년 <러시 아워>의 성공 이후 본격적으로 미국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턱시도>는 두 편의 <러시 아워> 시리즈로 5억91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할리우드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성룡이 본격적으로 할리우드 자본과 기술의 도움을 받은 작품이다(물론 <턱시도>는 <러시 아워>시리즈 만큼의 성과는 올리지 못했다).

총알택시기사 지미 통(성룡 분)은 뛰어난 운전실력을 인정 받아 미 비밀 첩보국 최고 요원 클락 데블린(제이슨 아이삭스 분)의 개인 운전기사로 스카우트 된다. 하지만 데블린의 차가 폭탄테러를 당하면서 데블린은 큰 부상을 입고 지미가 데블린 대신 그의 턱시도를 입게 된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데블린 행세를 하게 된 지미는 이론은 완벽하지만 현장경험은 전무한 여성요원 델 블레인(제니퍼 러브 휴이트 분)과 함께 첩보국의 비밀지령을 수행하게 된다. 

<턱시도>는 평범한 택시기사가 엄청난 기능이 숨겨진 턱시도를 입고 특별한 능력이 생겨 첩보임무를 수행하는 영화다. 하지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지미의 능력 대부분은 이미 배우 성룡이 지니고 있는 능력이다. 성룡은 홍콩에서 그랬던 것처럼 <턱시도>에서도 대부분의 고난도 액션 연기를 직접 해냈다. 영화가 모두 끝난 후 배우들의 자연스런 모습을 볼 수 있는 NG장면 쿠키영상 역시 성룡영화에서 익숙하게 보던 장면이다.

영화 <턱시도>의 제작사와 배급사는 바로 1994년 월트디즈니 컴퍼니의 라이벌을 자처하며 창립했던 <드림웍스>다. 드림웍스는 2000년대부터 실사영화 제작 편수를 대폭 늘렸는데 <턱시도> 역시 그 중 한 편이었다. 하지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캐치 미 이프 유 캔>에 너무 많은 정성을 쏟은 탓일까. 아시아 최고의 액션스타 성룡이 출연한 <턱시도>는 완성도나 흥행에서 아주 높은 평가와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미 비밀 첩보국의 신입요원 델 블레인은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교본을 통해 숙지했던 이론들을 읊으며 적들과 싸운다. 상당히 재미있는 캐릭터지만 그간 성룡 영화에서 여배우들이 연기한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만약 러브 휴이트가 <턱시도>에서 조금만 더 개성 있는 방식으로 델 블레인을 표현했다면 <턱시도>의 흥행성적과 러브 휴이트의 위상은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성룡에게 턱시도 넘겨준 '아빠 말포이'
 

폭탄테러를 당한 클락 데블린은 엄청난 힘이 숨겨진 턱시도를 자신의 운전기사 지미 통에게 맡겼다. ⓒ CJ엔터테인먼트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드레이코의 아버지 루시우스 말포이를 연기했던 배우 제이슨 아이삭스는 <턱시도>에서 미 비밀 첩보국 최고요원이자 턱시도의 원래 주인 클락 데블린 역을 맡았다. 폭탄테러로 큰 부상을 당하는 데블린은 지미가 사건을 해결한 후 지미의 마지막 임무를 함께 할 때 건강하게 복귀한 모습을 보여줬다. 아이삭스는 2003년 <피터팬>에서 후크 선장과 웬디의 아버지로 1인2역을 맡기도 했다.

턱시도에는 반세기에 걸쳐 큰 사랑을 받았던 '소울의 대부' 고 제임스 브라운도 특별 출연했다. 지미의 턱시도를 만졌다가 지미에게 가격을 당한 후 의식을 잃는 역할이었는데 이 때문에 지미가 턱시도의 '모창기능'을 활용해 제임스 브라운 대신 뛰어난 춤과 노래를 선보인다. 자칫 고령의 브라운이 강력한 턱시도의 공격에 사망한 게 아닌가 우려하는 관객들도 있었지만 다행히 브라운은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하는 지미를 보며 미소를 짓는 장면이 나온다.

<턱시도>에서 물을 오염시켜 자신의 생수회사가 전 세계 물을 독점하겠다는 음모를 꾸미고 있는 '악의 축' 배닝 역은 리치 코스터가 맡았다. 영화 후반부 지미에게서 빼앗은 턱시도를 입고 지미를 위기에 빠트리지만 지미와 델의 합동공격에 여왕 소금쟁이가 베닝의 입 속으로 들어가면서 끔찍한 최후를 맡는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턱시도 케빈 도노반 감독 제니퍼 러브 휴이트 성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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