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일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우승으로 끝난 2023-2024 시즌 V리그가 어느덧 시즌 종료 한 달이 훌쩍 지났다. 하지만 V리그는 한 달이 갓 지난 짧은 시간 동안 FA 시장과 보상선수 지명, 아시아쿼터 드래프트까지 비 시즌에 열리는 많은 행사(?)들을 소화했다. 이제 오는 7일부터 9일까지 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일정만 마치면 다음 시즌을 위한 각 구단의 뼈대는 어느 정도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2022-2023 시즌에 이어 2023-2024 시즌에도 챔프전 준우승으로 아쉽게 정상의 문턱에서 좌절했던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FA시장에서 미들블로커 이주아(IBK기업은행 알토스)가 팀을 떠나고 아웃사이드히터 최은지를 영입했다. 흥국생명 팬들은 내심 이소영(기업은행)이나 강소휘(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처럼 김연경의 파트너가 될 수 있는 확실한 카드를 영입해주길 기대했지만 현실은 흥국생명의 바람처럼 되지 않았다.

기업은행으로 떠난 이주아의 보상선수로 미들블로커 임혜림을 재영입한 흥국생명은 1일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도 196cm의 신장을 자랑하는 중국의 미들블로커 황루이레이를 지명했다. 결국 다음 시즌 김연경의 대각에 설 아웃사이드히터 한 자리는 기존선수들과 새로 영입한 최은지가 맡아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다음 시즌 흥국생명은 2023-2024 시즌 부상으로 제 몫을 해주지 못한 김다은의 부활이 절실하다.
 
 레이나가 떠난 흥국생명은 아시아쿼터로 미들블로커 황루이레이를 지명했다.

레이나가 떠난 흥국생명은 아시아쿼터로 미들블로커 황루이레이를 지명했다. ⓒ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레이나 대체자원으로 미들블로커 선택

흥국생명은 2023-2024 시즌 아시아쿼터 레이나 토코쿠가 김연경과 함께 주전 아웃사이드히터로 활약했다. 레이나는 작년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가장 늦은 7순위로 흥국생명에 지명됐지만 35경기에서 36.89%의 성공률로 388득점을 기록하며 기대 이상의 활약을 선보였다. 실제로 레이나는 득점 15위에 올랐고 아시아쿼터 중에는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의 메가왓티 퍼티위(736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

레이나가 가진 큰 장점은 바로 '멀티 포지션 소화능력'이다. 레이나는 시즌 초반 김수지와 김채연 등 흥국생명의 미들블로커들이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미들블로커로 깜짝 변신해 기대 이상의 활약을 선보였다. 레이나의 신장이 177cm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단히 놀라운 활약이었다. 레이나는 5라운드부터 새 외국인 선수 윌로우 존슨이 가세한 후 아웃사이드히터로 돌아가 김연경, 윌로우와 삼각편대를 구성해 활약했다.

현대건설과의 챔프전에서도 43.28%의 성공률로 65득점을 기록하며 분전한 레이나는 2023-2024 시즌이 끝난 후 일본무대로 복귀하기 위해 V리그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에 지원하지 않았다. 흥국생명으로서는 어렵게 현역연장을 설득한 김연경의 아웃사이드히터 파트너가 사라진 셈이다. 그나마 다행스런 부분은 1일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흥국생명이 전체 4순위 지명권을 얻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흥국생명의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1일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중국의 미들블로커 황루이레이를 호명했다. 레이나가 빠진 아웃사이드히터보다는 이주아가 떠난 미들블로커의 공백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아본단자 감독이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미들블로커를 지명한 또 하나의 이유는 2023-2024 시즌 레이나 전에 주전 아웃사이드히터로 점 찍었던 김다은이 건강하게 돌아올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김다은 부활에 기대 거는 흥국생명
 
 흥국생명은 다음 시즌 김다은이 건강하게 주전 아웃사이드히터로 활약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흥국생명은 다음 시즌 김다은이 건강하게 주전 아웃사이드히터로 활약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2019-2020 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6순위로 흥국생명에 입단한 김다은은 180cm의 좋은 신체조건과 뛰어난 공격력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고교시절 팀의 공격을 책임지던 많은 선수들이 그렇듯 김다은도 좋은 공격력에 비해 수비와 서브리시브에서 약점을 보였다. 이재영, 김미연 등 선배들에 비해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던 김다은은 프로 데뷔 후 세 시즌 동안 V리그 정규리그에서 35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렇게 프로적응에 어려움을 겪던 김다은은 프로 4년 차 시즌이었던 2022-2023 시즌 35경기에서 186득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고 시즌이 끝난 후 발리볼 네이션스리그(VNL) 대표팀에 선발됐다. 그리고 김다은은 12전 전패로 막을 내린 VNL 대회에서 8경기에 출전해 83득점을 기록하며 대표팀의 주전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약했다. 2년 연속 전패로 큰 상처를 남긴 VNL에서 김다은은 한국 여자배구의 유일한 수확이었다.

김다은의 소속팀 흥국생명에서도 부쩍 성장한 김다은을 2023-2024 시즌 주전 아웃사이드히터로 활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김다은은 2023-2024 시즌 어깨부상으로 고전하며 정규리그 7경기에 출전해 단 2득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다행히 아시아쿼터 레이나의 활약 덕분에 흥국생명은 두 시즌 연속 챔프전에 오를 수 있었지만 공격력에서 큰 보탬이 될 거라 기대했던 김다은은 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다가올 2024-2025 시즌 흥국생명은 레이나도 없고 아시아쿼터도 미들블로커 황루이레이로 채웠다. 아웃사이드 히터 한 자리는 재계약한 김미연과 FA로 영입한 최은지, 그리고 부상에서 돌아올 김다은의 경쟁이 될 확률이 높다. 물론 경험이나 수비능력은 김미연,최은지에 비해 다소 떨어지지만 공격력 만큼은 김다은이 경쟁자들에 비해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어 장점을 극대화한다면 주전경쟁에서 충분히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김다은은 지난 4월 3일 페르난도 모랄레스 신임감독이 이끄는 VNL 대표팀에 선발됐지만 16일 어깨부상을 이유로 대표팀에서 하차했다. 그만큼 부상이슈는 선수생활 내내 김다은을 괴롭히고 있고 이는 다음 시즌 흥국생명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아본단자 감독이 기대하는 아웃사이드히터라 하더라도 김다은이 부상을 털어내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과연 김다은은 2024-2025 시즌 건강하게 코트를 누비며 자신의 기량을 펼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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