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사라졌다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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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힘든 영화, 어떤 내용일까
이쯤 되면 <첫눈이 사라졌다>가 무슨 내용인지 궁금할 법도 하다. 이야기는 딱 무어라 말하기 어렵지만 설정이 없지는 않다. 배경은 폴란드 어느 도시다. 도시엔 부촌과 빈촌이 격리돼 있다. 부촌은 동일한 형태의 전원주택 수십 동이 넉넉한 공간을 두고 잇따라 있다. 관리자들이 길을 쾌적하게 관리하고 경비도 선다. 반면 빈촌은 낡은 복도식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이 대다수다. 관리되지 않은 도로와 낡아빠진 시설이 눈에 띈다.
주인공은 안마사 제니아(알렉 엇가프 분)다. 우크라이나 프리피아트 출신의 남성 이민자다. 프리피아트는 유럽사람들에게 무척 유명한 도시다. 1986년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가 발생한 체르노빌과 불과 3km 남짓 떨어져 있던 도시다. 인구는 약 5만 명 정도였고, 사고 이후 폐허가 됐다.
제니아는 유능한 안마사다. 단지 유능하다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기묘한 능력이 있다는 게 영화 초반부터 보여 진다. 그는 자신의 입국을 심사하는 심사관에게 간단한 최면기술을 써 정신을 잃게 만든다. 나중에도 믿기 어려운 능력으로 안마를 받는 사람들을 깊은 잠에 빠뜨렸다 깨운다. 급기야 그가 손을 대지 않고 물건을 움직이는 염력까지 쓴다는 사실이 보여지기도 한다. 영화는 그 장면을 환상적으로 연출하지만 잇따르는 불가해한 사건들을 보면 사실이라고 믿지 않기가 어려울 정도다.
폴란드에 입국한 제니아는 부촌의 여러 집을 돌아다니며 안마를 한다. 똑같은 모양의 집에 사는 이들이지만 부촌 사람들은 각양각색이다. 누구는 딱딱한 군인이고 누구는 강박적으로 아이들을 다루는 여자며 누구는 말기암 시한부고 또 누구는 불독 여러마리와 함께 사는 독신여성이다. 서로 다른 성격에 취향을 지닌 이들은 제니아를 집에 들여 안마를 받으며 제가 사는 모습을 조금씩 제니아에게 내보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