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컷 <로버트 라이시의 자본주의를 구하라>
넷플릭스
자유 없는 국민들과 국회의원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사태에 대하여 라이시는 활발한 경제성장의 결과물이 거의 대부분 '위'로 갔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경제성장의 결과물을 독점하는 소위 위 사람들은 아래에 대해서 어느 순간 신경을 꺼버렸다. 그들은 정부의 각종 지원으로 확보한 자기들의 자본을 국회의원들의 환심을 사는 데에 효율적으로 소비한다. 그러면서 정부가 자유시장경제 시스템에 덜 개입해, 자유를 더 보장해주면 좋겠다고 주장한다. 물론 그들의 주장은 자유시장경제 시스템 전체에 걸쳐있지 않다. 그들만의 자유에 국한돼있다. 그들은 독점적 자유를 원한다.
그 결과,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미연방이 제정한 올해 최저시급은 매우 박하게 책정되었다. 그런 데다 지난 10년간 동결상태다. 물론 미국은 연방국가여서 최저시급도 주마다 다르다. '후한 최저시급(?)'을 주는 곳도 없지는 않다(캘리포니아, 메릴랜드 등). 허나 미연방 공식 최저시급은 워렌 버핏과 빌 게이츠 등 막강 부자들이 사는 나라,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찬란한 개념에 전연 걸맞지 않게 만 원에 훨씬 못 미친다. 올해 2월 환율로 대비할 때 한국이 8590원이고 미국이 8122원이다(7.25달러, 조선일보 2월 3일자 신문).
그래도 최근 수많은 미국 시민들의 항의집회가 계속되면서,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움직여서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최저시급 15달러에 도달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하니, 다행스럽다. 비록 남의 나라 이야기지만, 요즘 같은 글로발 시대에 남의 일 같지만은 않아서, 2025년이란 시한이 현실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자유롭게 조직적으로, 소란스럽게!
다큐멘터리에서 라이시는 보다 더 적극적으로 활동할 것을 주문한다. 자유시장경제 시스템을 위태롭게 하는 자유품귀현상을 멈추기 위해 일하기 시작한 몇몇 국회의원들에게 격려전화를 해주고, 후원금도 보내자고 제안한다. 투표만 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그는 결정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케 하는 말을 한다.
(노무현)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
(라이시) "자본주의를 구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구하는 것. 이를 위해 시민들이 조직을 구성해 활동하자!"
시민들이 조직을 구성해 무슨 활동을 하면 될까? 라이시는 소란을 피우자고 주문한다. 소란을 피우는 사람들 숫자가 많아지고 규모가 커지면 바로 거기에서 정치적 힘이 나오는데 그 힘으로 자본주의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편향적이고 독점적인 자유가 횡행하면서 자유품귀현상이 일어나면서 바야흐로 위기에 빠져버린 자본주의가 혼자서는 그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결국 민주주의가 나설 수밖에 없다. 라이언 일병은 밀러 대위가 인솔하는 8명이 구했지만, 자본주의는 민주주의(조직적으로 활동하는 시민들의 힘)가 구할 수 있다는 것!
끝으로 라이시는 조직적으로 활동하고자 하는 시민들이 간직해야 할 주의사항 세 가지를 일러준다. 첫째, 자본주의는 오늘내일 간단히 구해지지 않을 테니 길게 내다보고 집요하게 굴 것과 인내심을 가질 것. 둘째, 내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들과도 만나 대화를 하면서 설득도 해보고 설득 당하기도 해볼 것. 마지막으로 셋째, 이 모든 걸 즐길 것!
이 세 가지를 하나하나 지목하며 언급할 때, 자본주의를 구하겠다고 주동하며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고 있는 일흔넷의 자신이 현재의 문제적(이라 썼지만 '비관적'이라 읽히는) 상황을 얼마만큼 역설적으로(!) 즐기고 있는지 몸소 보여준다. 리듬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추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