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장관을 지낸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Robert B. Reich)가 몇 년 전에 책을 한 권 펴냈다. 책 제목은 <자본주의를 구하라>(2016). 그 이듬해 바로 그 책의 핵심내용을 집약적으로 재미있게 전달해주는 다큐멘터리가 나왔다. 책 내용을 상세히 알려줄 뿐 아니라, 집필의 동기나 배경 그리고 집필자의 사상까지도 친절하게 해설해주니, 이 다큐멘터리 관람은 가히 일석이조라 아니할 수 없다. 넷플릭스에서 관람할 수 있으며, 상영시간은 1시간 13분으로 비교적 짧은 편이다.
다큐멘터리는 책 내용 중 핵심이 되는 사항들을 갈무리해서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들려주며, 중간중간에 애니메이션 효과도 집어넣어 지루하지 않게 구성했다. 그리고, 책의 저자 라이시가 거의 매 장면마다 직접 출연해 현실감과 생동감을 더한다. 뿐만 아니라, 작금의 자본주의체제 아래에서 1%의 부자가 아닌 99%에 속하는 사람들이 시원하게 느낄 만한 사이다 농담들이 툭툭 나와서, 작품의 분위기가 늘어지거나 가라앉을 새가 별로 없다.
다큐멘터리 엔딩 크레딧에도 소소한 재밋거리가 예정돼있다. 까만 화면에 하얀 엔딩 크레딧 글자들이 올라가는 도중 네모낳고 작은 화면이 하나 뜨는데, 거기 라이시가 나타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이다. 뭔가 약간 '막춤'스럽긴 하지만, 그의 자유로운 몸동작이 꽤 귀엽고 깜찍(!)하다. 74세 경제학 박사님이 자기대로 리듬을 타며 그렇게 흔들흔들 춤을 추는 데에는 중요한 이유가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이 글 마지막에 가서 언급하려 한다.
자본주의를 왜 구해야 돼?
<자본주의를 구하라>에서 라이시는 자본주의를 왜 구해야 되는지부터 이야기한다. 이유인즉 자본주의가 위험해졌기 때문이다. 위험의 징후 중 하나는 '자유시장경제'에서 자유가 희귀해진 현상이다. 라이시는 작금의 자유시장에서는 1%의 사람들만 자유롭고, 99%의 사람들이 부자유스럽게 지낸다고 설명한다. 다들 현상으로는 아는 이야기지만, 왜 그런 일이 생기는지에 대한 경제학자의 설명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를 포함해 대부분의 나라들이 그렇겠지만) 정부가 대기업에게 정규적으로 금전적 혜택을 부여한다. 이를 충당하기 위한 재원은 어디에서 나올까? 중산층과 최하층, 심지어 빈곤층의 주머니를 샅샅이 털어, 각종 명목으로 거둬들인 세금에서 나온다. 대기업의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위하여 은행도 애를 쓰고, 주식시장도 애를 쓰고, 하청업체들도 애를 쓰고 각종 연구소들과 대학들까지도 애를 쓴다. 그 과정에서 대기업CEO를 비롯한 부유층은 나날이 자유로워지고, 대다수 국민들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은 상당한 정도로 제한을 받는다.
그뿐이 아니다. 정부는 편리한 기업운영을 위하여 각종 규제조치를 소폭 혹은 대폭 완화해준다. 정부가 알아서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해주지 않으면 기업들은 직접 요구하거나 로비를 벌인다. 필요하다면 입법기관인 국회의원들에게 기업활동 세부내용을 적극 홍보하면서, 옆구리로는 격려성 기부금을 듬뿍 제공한다. 국회의원들은 막대한 정치자금에 유혹당하지 않기, 아니 지배당하지 않기가 사실상 어렵다. 기부금을 주된 자원으로 삼아 자유롭게 홍보도 하고 선거도 치르지만, 실제로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자유는 대기업의 자유로운 기업활동 보조 명목으로 허락된 자유다.
나의 자유가 너의 자유로 인하여 제한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