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밴드 '피네' 때문에 헷갈려? 예명 바꿔도 'I'm fine'

[인사이드인디 19] 웃음 많은 래퍼 알웨일

15.12.29 10:53최종업데이트15.12.29 14:07
원고료로 응원
'인사이드인디'는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인디 아티스트들을 소개하고, 그들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환기하여 인디·언더 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한 연재 시리즈입니다. '인사이드인디'를 통해 많은 아티스트의 좋은 음악을 독자분들께서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기사가 인디·언더 문화가 활성화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 기자말

▲ 래퍼 알웨일 래퍼 알웨일이 지난 6일 '신이버린얼굴쇼7'에서 라이브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 알웨일


힙합크루 '912'와 '5일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 래퍼 알웨일을 만나보았다. 알웨일은 최근 자신의 믹스테이프 < I'm Fine(아임 파인) >을 발매하면서 자신의 '생존신고'를 했다. 독자들에게는 피네(F2NE)라는 이름이 더욱 익숙할 수 있다. 최근 예명을 변경한 후에 왕성하게 활동 중인 그녀를 파헤쳐 보기로 했다.

이번 인터뷰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 래퍼 알웨일과 통화 가능한 시간을 맞췄다. 지난 23일 오전 10시, 졸린 눈을 비비며 유선 통화를 통해 인터뷰할 수 있었다. 아래 본문은 알웨일과 나눈 일문일답에 대한 요약본이다.

- 안녕하세요 '인사이드인디'입니다. 우리 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하겠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912에서 '여자'를 맡고 있으며, 5일장의 리더인 알웨일이라고 합니다."

"이름 바꿨지만, 여전히 예전 예명이 더 익숙해"

- 리스너들에게는 '피네'라는 예명이 더 익숙할 텐데, 예명을 변경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저도 아직 피네가 더 익숙해요. (웃음) 사실 피네라는 이름은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본격적으로 랩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부터 쓴 이름이에요. 저한테도 참 소중한 예명인데, 어느 날 피네라는 밴드가 공연을 왕성하게 하면서 사람들이 헷갈리더라고요. 밴드 페스티벌에 내가 나오는 거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죠. 저도 스트레스받고 그래서…. 거의 어쩔 수 없이 바꾼 거예요. (웃음)"

- 최근 발매된 < I'm Fine >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요. 이번에 나온 믹스테이프가 처음 나온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몇 년 전에 처음 믹스테이프를 생각했을 때부터 내 첫 믹스테이프는 'I'm Fine'으로 낼 거라고 마음먹었어요. 닉네임을 바꾸기 이전에 내려고 작업을 끝낸 상태라, 피네라는 이름으로 공개했었죠. 첫 믹스테이프를 너무 늦게 낸 것 같아서, 오랫동안 기다려주신 분들한테 죄송하고 또 감사합니다."

- 이번 믹스테이프는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나요?
"믹스테이프 재킷을 잘 보면 노란 배경에 가족사진들이 있고, 그 가운데 1993년 2월 21일에 생일 표시가 되어있는 달력이 불에 탄 흔적으로 있어요. 저는 남들이 볼 때 해맑고 밝은 모습으로 많이 비치는데, 사실 사람마다 숨기고 있는 아픔이나 그리움, 분노가 존재하잖아요.

내가 그동안 느껴온 것들, 지금 당장 느낀 것들을 감추지 않고 표현하고 싶었어요. 애초에 믹스테이프 제목 < I'm Fine >은 '아임 파인'(난 괜찮아, 난 좋아)라는 의미와 아임 피네('나는 피네다')라는 두 가지 뜻을 담은 거였고요. 그냥 그게 저에요."

- 타이틀곡은 어떤 곡인지 소개 부탁합니다.
"타이틀곡은 3번 트랙 'T.I.N'(Time Is Now)인데요(☞바로 듣기). 올해 음악적인 면도 그렇고, 일상생활에서도 이런저런 트러블이 많았어요. 그래서 더 마음이 급해지기도 했고…. 제가 젊은 나이이기는 하지만, 어린 나이는 아니니까 더 늦어지기 전에 뜨고 싶었어요. 쉽게 말하자면 '지금이 타이밍이야'라는 곡이에요. 원래 912의 네이버후드 오빠한테 피쳐링을 부탁했었는데 오빠가 사정이 생겨서 불참하게 됐고, 결국 저 혼자 작업해서 완성하게 됐어요."

- 마지막 트랙인 '연락해'는 모든 연령대의 리스너가 좋아할 수 있는 경쾌하고 빠른 템포의 곡입니다. 어떤 영감으로 작업하게 됐나요?
"제가 누군가한테 먼저 연락하는 성격이 못돼요. 그런데 어느 날 정말 오랜만에 친구한테 연락이 왔는데 '왜 이렇게 오랜만에 연락했어~' 그랬더니 '바쁠까봐 연락하기가 힘들었다'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변한 게 없었는데, 친구들은 제가 점점 다른 세상 사람이 되어간다고 느꼈대요.

자기들이 공감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친구. 그래서 해명하듯이 쓴 곡이에요. '그런 게 아니야 맘 편히 연락해, 난 너네랑 담 넘고 군것질했던 박현지 그대로야 보고 싶다 연락해' 사실 그냥 제가 먼저 연락하면 되는 거였는데, 그걸 못해서…. (웃음) 이 곡 작업하면서 제가 정말 부족한 게 많은 사람이란 걸 새삼 느꼈어요."

- 믹스테이프에 참여해주신 분들은 어떤 분들이 계신가요?
"블랭크 크루의 홍지, 치꼬. 이렇게 두 명이 피쳐링으로 참여해주셨어요. 4번 트랙 'Awesome Lady'(Feat. Hong-Zi)하고 9번 트랙 '열대야'(Feat. Chikko)를 들어보시면 피쳐링해준 두 아티스트의 목소리도 들어 볼 수 있어요."

- 이 자리를 통해 믹스테이프에 참여해준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부탁합니다.
"뭔가 매우 낯간지럽지만 고맙습니다. 술 한 잔 사겠습니다."

알웨일을 통째로 담은 앨범 < I'm Fine >

▲ 믹스테이프 < I'm Fine> 알웨일은 믹스테이프 < I'm Fine >을 통해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았다. ⓒ 알웨일


- 알웨일이 소속된 크루 '912'와 '5일장'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912는 제가 랩을 본격적으로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동기가 되어준 크루예요. 2009년 첫 시작부터 함께했고, 이젠 동료보다는 가족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앞으로도 쭉 함께할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5일장 크루는 만든 지 이제 두 달 정도 된 것 같네요. 멤버로는 저, 신얼, 엔티스트, 야마 그리고 얼마 전에 들어온 렛츠고히릿이라는 친구까지 총 5명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912를 할 때는 약간 비장한 마음으로 음악을 했다면, 5일장은 '놀자판' 이미지가 강합니다. '재밌어서 시작한 랩 끝까지 재밌게 하자!'라는 주의라서 5일장 내에서 작업하는 건 그냥 하고 싶은 대로 전부 다 해요."

- 각 팀 크루원들이 모두 알웨일과 잘 맞기 때문에 함께 활동하겠죠? 그중에서도 음악적인 성향이 가장 잘 맞는 멤버는 누가 있을까요?
"912에서는 네이버후드 오빠랑 같이할 때 비트 초이스도 금방 하고 사람들도 제일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5일장에서는 아직 파악 중이에요. 시장바닥 같은 느낌이라 정말 이런저런 곡들을 작업하고 정신이 없어서…. (웃음) 굳이 한 명을 꼽자면 지금은 엔티스트랑 작업할 때가 제일 편한 것 같아요."

- 최근 '신얼쇼'를 비롯하여 여러 공연 무대에 오르고 있는데, 어떤 마음가짐으로 함께하고 있나요?
"무대를 부숴버리겠다는 마음? (웃음) 농담입니다. '여기 있는 사람 중 절 모르시는 분, 그중 한 명이라도 공연이 끝난 뒤 제 이름을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무대 위에 올라가요."

- 공연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무대 위에서 엄청나게 놀랐을 때가 있었어요. 제 기억에는 '양민학살쇼'였던 것 같은데, 후드 오빠 곡 중에 제가 참여한 'Mad'라는 곡이 있어요. 그 곡 후렴에 'Yeah, I'm Maaaaaaaaaad'라고 네 마디 정도 숨을 안 쉬고 길게 끄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을 관객분들이 해주시더라고요. 저희가 따로 언급한 파트도 아니었습니다. 그때 순간적으로 소름이 돋았어요. 관객분들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활동한 지는 굉장히 오래됐는데, 아직 본인 이름으로 나온 음원이 없습니다. 언제쯤 싱글 이상의 앨범을 만나 볼 수 있나요?
"저도 앨범 욕심이 있는데 욕심이 너무 많아서 마음에 드는 곡을 내기까지 아마 더 걸리지 않을까 싶어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하루빨리 저도 제 이름으로 음원을 발매하고 싶어한다는 건 잊지 말아 주세요."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앞으로는 912보다 5일장으로 보이는 모습이 더 많을 것 같아요. 믹스테이프는 냈고, 음원 발매 쪽으로 신경을 더 쏟을 건데 어떻게 될지 확답은 못 드리겠네요. 공연은 불러주시는 대로 달려가니까 더 많이 불러주세요. 아 그리고 지금 몇몇 분들과 뭔가 작당하는 게 하나 있으니 눈에 불을 켜고, 제 SNS를 수시로 확인해주세요. 이것은 제멋대로 뿌리는 떡밥입니다. (웃음)"

- 마지막으로, 연말연시 독자분들께 인사 부탁하겠습니다.
"날이 상당히 추워지는데 모두 감기 조심하시고, 내년에는 한 살 더 먹고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기대 많이 해주세요."

알웨일과 인터뷰에서는 재치 있는 그녀 덕분에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기사 내용에 옮기지 못한 이야기도 참 많았다. 더 성숙해져 돌아오겠다는 알웨일의 각오가 기대되는 인터뷰였다. 2016년의 그녀가 행복하기를 기원해본다.

알웨일 피네 박현지 I'M FINE 5일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