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장> 포스터
리틀빅픽쳐스
영화 <화장>은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영화다. 102편은 무려 50여 년 간 70편이 넘는 작품을 만든 미국 서부영화의 거장 존 포드와 비교해도 월등한 수치다. 뉴저먼 시네마의 기수로 손꼽힌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가 존 포드가 아니라 임권택을 먼저 알았다면 감히 작품 수로 최고가 되겠다는 강박적 야심은 품지 못했으리라.
때문에 임권택은 무시할 수 없는 한국 영화계의 자산이다. 과거 한국의 열악한 영화제작 환경 속에서 누구보다 많은 영화를 찍으며 고군분투해 온 그가 기술적으로나 환경적으로 급변한 2015년에 신작을 발표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단순히 영화 이상의 배움을 얻을 수 있다.
모두가 공감하겠지만 노장에 대한 예우는 결코 무조건적 찬사가 아니다. 카메라 앞에서 그는 다른 감독과 같이 진지한 열의로 가득찬 한 명의 연출자이고, 모든 연출자에 대한 최고의 예우란 작품을 진지한 자세로 바라보고 냉철하게 비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임권택의 99번째 영화 <하류인생>과 100번째 영화 <천년학>의 개봉 당시 평단이 그의 영화를 사실상 특별 취급한 것은 그래서 예우가 아닌 모욕에 가까웠다.
<화장>은 4년 만에 찾아온 임권택 감독의 신작이다. 개봉 3주 째인 27일까지 13만 8,229명의 관객수를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1위에 올라 있다.
지금까지의 흥행성적은 기대보다 못하다. 당초 같은 날 개봉한 <장수상회>와 함께 한국영화 쌍끌이 흥행을 이끌 것으로 전망되었으나 지속적인 관객의 호응을 받지 못했다. 김훈의 원작소설을 임권택 감독이 연출하고 안성기가 주연으로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관심을 받기 충분했으나 무거운 주제와 분위기, 부족한 상영관 등이 발목을 잡았다.
본능과 양심 사이의 치열한 갈등을 그려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