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2: 아득한 대지로포스터
도키엔터테인먼트
'킹덤' 시리즈가 갖는 현재적 의미
명분 없는 전쟁이 범죄로 여겨지고, 전쟁이 신분상승의 길도 되지 못하는 21세기가 아닌가. 만화며 영화를 보는 이들 대부분은 일생에 걸쳐 전쟁을 직접 경험하지도 못하기 마련이다. 이야기는 무려 22세기 전 중국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그 시대를 살아간 이들의 세계관을 오늘의 독자는 감히 짐작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를 영화화하는 것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가. 모든 사극이 과거의 역사로 오늘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라면, <킹덤> 시리즈 또한 그로부터 자유롭지는 않을 텐데 말이다.
전쟁을 다룬 콘텐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전쟁의 비극성을 비추어 인간으로 하여금 그와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심는 것이다. 소위 반전영화로 불리는 많은 작품이 이에 속한다. 선진국에선 전쟁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이들이 많다고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또 아프리카와 서아시아, 남아시아 일대에서 거듭된 내전과 분쟁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그를 겨냥해 그 문제를 환기하고, 혹여 있을지 모를 전란의 불씨를 꺼뜨리는 것이 반전영화의 주된 목적이라 하겠다.
반대쪽엔 전쟁을 다루는 또 다른 시선이 있다. 전쟁의 일면, 그러니까 전략과 전술, 전쟁 가운데 있는 영웅의 서사를 바탕으로 극적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전쟁 또한 사람이 하는 것이고, 그 안에는 전쟁을 더욱 잘 치르기 위한 수많은 결정과 고민들이 깃들어 있다. 누군가는 역경을 극복하고, 또 누구는 그렇지 못해 패퇴한다. 삶 전체를 걸어 제 운명과 맞서는 일이 전란 가운데는 수두룩한데, 어찌 이야기가 그를 다루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
누군가의 죽음이 그저 극적 재미로 환원되고, 또 이제는 범죄라 불리는 잔학한 행위 또한 영화를 만드는 수단으로 쓰인다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인간 이성의 정수라 해도 좋을 예술, 그 가운데 한 자리를 당당히 차지한 영화가 건드리지 못할 인간의 문제란 없는 것이다. 전란 가운데도 삶이 있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꿈이 있으며, 온갖 저열함과 아름다움이 전쟁 가운데도 있을 수 있다면, 그 이야기를 다루는 것 또한 가능할 테다. 하물며 지금으로부터 22세기 전,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