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프로젝트 시즌2: 다시, 바람이 분다스틸컷
다큐이야기
세상에 흩뿌려진 목소리는 하나같이 투명해진다. 피켓을 들고 대로 한 가운데 있어도 지나치는 이들 가운데 눈여겨보는 이가 한 줌도 되지 않는다. 사람이 아닌 배경으로, 목소리가 아닌 배경음으로 전락하는 존재들. 매체가 좀처럼 조명하지 않는 이들을 어느 바람이 감싸 우리 곁에 이르렀다. 올해로 두 번째를 맞는다는 바람이다.
<봄바람 시즌2: 다시 바람이 분다>는 모두 12개 짤막한 영상이 이어 붙은 다큐멘터리다. 학교 성폭력을 공론화했다 불이익을 당한 사건으로부터 강원도교육청이 혁신학교를 감사해 몇몇 교사를 부당하게 징계한 사례, 정부 지원이 끊긴 상황에서도 시민사회를 지켜나가려는 활동가들의 모습을 차례로 비춘다.
할매할배들이 농성한 밀양 송전탑 문제가 10년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음을 알리고, 가덕도와 제주도에서 이뤄지는 신공항 건설계획이 자연을 얼마만큼 훼손할 수 있는지를 경고한다. 10·29 이태원 참사 속 국가책임을 재차 조명하고 정권에 뿌리내린 뉴라이트 역사관과 반공주의 문제를 비판한다. 탈북민을 앞세워 여성가족부 폐지논란을 환기하는 한편, 장애인 평생교육법 제정의 필요, 이주노동자 사업장변경 제한규정의 해소 또한 촉구한다.
마지막은 이 모든 사안에 강력한 책임이 있는 윤석열 정부를 향한 비판으로 채웠다. 투쟁현장을 잇는 일의 중요성이 언급되는 가운데 서로 다른 12편의 다큐가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음을 알도록 한다.
<봄바람 시즌2>는 서로 다른 다큐멘터리를 이어 붙인 한 편의 장편이다. 각각의 투쟁현장을 여러 감독이 각자의 방식으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전작 <봄바람 프로젝트-여기, 우리가 있다>와 궤를 같이하지만, 전작과 같이 문정현 신부를 중심으로 한 봄바람 순례단이 각각의 투쟁현장을 찾아나서는 모습은 따로 보이지 않는다.
그 점에서 <봄바람 시즌2>는 서로 다른 주제와 형식의 짧은 다큐를 한 데 묶어 상영하는 일이 유효한지를 따져보는 작품이 된다. 시민사회, 또 투쟁의 기록이란 공통점이 있지만 동시에 서로 다른 층위에서 쟁점을 다루는 작품을 한 데 묶은 결과물이란 점에서 형식의 적절함을 논해볼 수는 있는 일이다.
엔딩 크레디트에 오른 작품은 모두 11편이다. 순서대로 <지해복 교사의 투쟁>, <차별없이 억압없이 배제없이 혐오없이>, <손잡으면 죽지 않으니까 온빛>, <지지않는 마음>, <가덕도 신공항 백지화하라!>, <대수산봉, 통한못, 그리고 숨골>, <Don't Look Again>, <사상전쟁>, <향아에게>, <동냥하지 않고 공부하기>, <이주노동자에게는 오지 않는 봄을 기다리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