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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 브로커 제보 많은데... 규제가 너무 없다"

[이영광의 '온에어' 331] MBC < PD수첩 > 조철영 PD

24.11.04 14:22최종업데이트24.11.0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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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철영 PD
조철영 PD이영광

부동산이 가파르게 오르던 시기인 2021년 최주희(가명)씨는 친구로부터 10채 넘는 집을 소유하고 있다는 언니를 소개 받는다. 그 언니는 '아이들 앞으로 집 한 채는 해줘야 하지 않겠니', '어머니 모시고 살 거면 노후 준비는 해놓아야지'라고 조언한다. 게다가 '어려운 상황이 생기면 내가 (매물을) 책임질게'라는 말까지 덧붙인다. 이거 괜찮은 걸까?

지난 10월 29일 방송된 MBC <PD수첩> '분양 여왕, 언니가 부자 만들어줄게' 편은 투자자인 최씨와 이영선(가명)씨 이야기의 이야기로 시작됐다. 취재진은 주택 분양과 전세시장이 돌아가는 시스템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분양 여왕인 김은실(가명)의 행적을 추적했다. 자세한 취재 이야기를 듣고자 방송 다음 날인 10월 30일 해당 회차 연출한 조철영 PD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만났다. 다음은 조 PD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분양 브로커, 다단계 같은 느낌 있어"

- 분양 브로커에 대한 취재는 제보로 시작됐나요?
"사실 제보가 많았어요. 그러니까 한 사람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전국에 이런 분들이 굉장히 많은 거예요. 빌라왕 건축왕처럼 1000채, 800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문제는 많이 얘기했지만, 분양 시장에서 무자격자들이 돌아다니며 브로커 행세를 하는 게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제보자를 먼저 만났고 그 다음에 그 제보자로 비롯해서 제보자가 준 브로커에 대한 단서들이 있거든요. 그걸 계속 추적해 나갔어요. 왜냐하면 이분이 2022년 쯤부터 연락도 안 받고 어디 사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니까 찾아야 될 거 아니에요. 그래서 처음에는 일단 제보자들을 인터뷰해서 어떤 게 문제인지를 파악하는 동시에 그 브로커를 어디서 마지막으로 봤고 어디 가면 볼 수 있을 것 같냐는 식으로 역추적을 했던 거 같아요."

- 최씨나 이씨 말을 들어보면 지인의 소개로 김씨를 만난 거잖아요. 그럼, 지인과 김씨는 어떤 관계일까요?
"이게 약간 다단계 같은 느낌이 있어요. 최씨 같은 경우 17년지기 친구가 있는데, 그 사람이 어떻게 하다 보니 부동산에 관심이 가게 돼서 브로커를 만나게 된 거고, 이씨 같은 경우는 일을 하는 사람인데 거래처 사람이 왔다 갔다 하면서 '언니 혹시 부동산 관심 있어? 그러면 내가 연결시켜줄게'라고 되는 거죠. 이 지인과 저 지인은 서로 알지 않아요. 최씨랑 이씨도 서로 몰라요. 이번 일로 목소리를 같이 내야 했기 때문에 그제야 서로 알게 된 거죠."

- '돈 빌려줄게 빌라에 투자해'라고 김씨가 투자자들에게 얘기했나봐요?
"돈을 빌려줬죠. 그렇기 때문에 순수한 피해자가 아닌 거죠. 무이자로 빌려준 사람들도 많대요. 그 주장이 맞다고 하면 이 사람들이 채무자이기도 한 거죠."

- 왜 무이자로 빌려줬을까요?
"몇 가지로 생각하는데, 첫 번째는 이 브로커도 부동산 불패를 믿어서 내 지인들이 잘 되게 해줄 것 같은 거죠. 아니면 돈을 빌려주는 게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분양가를 마음대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말할 때는 500 갭이라고 얘기하지만 사실 무갭일 수도 있잖아요. 그 갭을 빌려주는 거거든요. '언니, 나 돈 없어 거기 못 들어가'라고 했을 때 '야, 이거 갭 500인데 왜 못 들어가? 내가 빌려줄 테니까 들어 가'라는 거예요.

근데 그거 이 브로커는 무갭으로 설정할 수 있는 힘이 있어요. 계약서는 갭으로 써 있지만 막도장 찍은 개 법적으로 검토가 많이 이루어진 계약서는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근본적인 의심이 드는 거예요. 돈을 빌려주고 갚는 모양새만 있어도 이 사람은 남는 장사거든요. 어차피 갭이든 아니든 아무도 관심 없어요. 그리고 그 분양가도 브로커가 정하기 나름이에요. 저도 몰랐는데 빌라나 오피스텔 같은 거 지으면 시세를 정하는 게 고무줄이더라고요."

"주택시장에 법 허점 많아"

 MBC 의 한 장면
MBC 의 한 장면MBC

- 김씨가 활동했던 시장 가보셨잖아요. 뭐라고 해요?
"'일수 찍었다'나 '시장 상인들이 그 사람 돈 많이 빌렸었다'라는 얘기를 한 거죠. 그리고 그걸 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포지션을 변경하셨던 것 같아요. 저희가 취재를 하기로는 2016년이 가장 최초의 거래인데 거래를 했다는 사람이 사실 상인이었거든요. 그때부터는 부동산에 좀 약간 맛을 보시지 않았나 하죠. 아니면 그전부터 했는데 저희가 취재 안 된 걸 수도 있고요."

- 법 때문에 팔 수도 없다면서요?
"임대 사업자 제도 때문에요. 여러 정보가 생략된 채로 이분들이 물건을 많이 떠안는 것 같기도 해요. '그건 알아야 돼. 임대 사업자를 하면 10년 동안 너 못 판다. 팔면 과태료가 한 채에 3천 5천 원씩 나와'라고 했으면 안 했을텐데 몰랐던 거죠. 근데 '멀쩡한 성인이 정부가 정보를 공개했는데 왜 너가 그걸 못 챙겨봤어?'라고 나온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이건 내가 피해 당했다고 얘기를 못 하는 거죠."

- 김씨가 투자자들에게 가스라이팅 한 건가요?
"김씨가 투자자들 나눴던 대화 전량과 녹취록 전량을 전문가에게 보낸 다음에 한 2주 정도 지나고 나서 인터뷰하러 갔더니 단정적으로 '이건 가스라이팅의 전형'이라고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 김씨가 계속하는 말이 '널 위한 거'라고 한 거잖아요. 그러니 더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그렇죠. 널 위한 거라고 하면 일단 마음이 엄청 누그러지게 되고 '저 사람이 저렇게 나를 생각해 주는데 내가 뭐라고'라고 되는 거잖아요."

- 김씨를 다른 PD가 만났던데 들으신 얘기 있나요?
"중개사가 아닌 분양 대행만 했다고 하는 거에 대해 변호사는 실질적인 중개 행위라고 주장하는 거고 이분은 '아니다. 중개사가 낀 거지 내가 중개하지 않았다'라는 거죠. 중계는 매수인과 매도인을 연결시켜주는 거잖아요. 근데 이분이 실질적으로 그걸 한 거라고 주장하는 거죠."

- 리베이트를 받았잖아요?
"리베이트를 받았지만 그것도 원론적인 대답에서 빠져나갈 수가 있어요. '원래 그렇게 다 해왔고 그거 특별히 문제 되지 않아요. 생각해 보세요. 이 사람이 53채를 다 팔았는데 그 사람에게도 뭘 줘야 되지 않겠어요?'라고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렇게 해도 됩니까?'라고 하면 '무슨 소리인가. 다 그렇게 하고 있는데'가 되는 거죠. 그러니까 만연하다는 얘기잖아요."

- 그러면 위법이 아닌가요?
"법적으로는 이 사람들이 컨설팅업, 홍보업, 분양 대행업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내가 이거 팔아 야 이거 엄청 좋아요'라면서 이걸 했다는 사람인 거예요. 그러면 빠져나갈 수 있어요."

- 법의 허점인가요?
"주택시장은 정말 법이 엄청나게 허점이 많아요. 저희가 계속 분양 브로커 만나려고 돌아다니면서 맨날 들었던 건 '이게 사인 간의 거래인데 뭐가 문제라는 거야'라는 거예요. 그게 국가의 논리죠."

"음지 브로커, 양지로 다 끌어올려야"

 조철영 PD
조철영 PD이영광

-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을 생각해 보셨을 것 같은데.
"음지에 계신 브로커를 전부 다 양지로 끌어올려야 된다고 저는 생각해요. 일단 누가 브로커를 하고 있는지 등록이 돼야 컨트롤이 되고 이 사람들이 소득에 대해서도 성실하게 신고하게 되면 수수료 부분도 정리가 될 거고요.

그보다 좀 더 문제는 전세라는 제도예요. 집주인이 세입자의 전세금을 무이자 대출받은 것처럼 마구 활용하면 안 돼요. 그러니까 전세금 활용할 수 있는 폭을 정해놓고 에스크로같이 제3의 계좌에다 그걸 보관하고 그중에 일부만 활용하다가 다시 에스크로 하는 계좌에 넣어놔서 세입자가 그걸 가지고 갈 수 있게끔 해야죠. 이거 어렵지 않거든요. 이것만 해줘도 이런 사기꾼들이 갭투자로 할 수 있는 토양들을 바로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부동산 전문가도 아니에요. 그냥 취재하다 이런 생각을 했거든요. 이것이 상위법에 어디에 충돌할지 시장에 어떤 효과를 불러일으킬지는 몰라요. 근데 그래도 뭐가 문제인지 정도는 파악이 되거든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이런 걸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국가가 일부러 개입을 안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규제가 없어요. 근데 그걸 잘 생각해 보면 국가가 손대서 좋을 게 없거든요. 땅이 어떤 노력을 하지 않아요. 그냥 그 자리에 있어요. 그럼, 민간 개발업자가 그거를 개발하겠다고 산 다음에 취득세를 국가엑게 내요. 그리고 건물을 세운 다음에 그 땅값이 올라가서 양도세를 또 낸대요. 여기는 세금을 계속 받을 수 있는데 국가가 굳이 왜 여기다 손을 대요? 그래서 국가는, 이 개발업자들이 너무 좋은 거죠. 이런 걸 많이 느꼈어요."

- 어려운 점은 뭐였나요?
"아무래도 원론적인 입장에서 이분이 불법을 저질렀다고 단언하기 힘들잖아요. 이런 분들을 함부로 접촉하고 저희가 많이 하는 행위처럼 취재를 강화하면 요즘에는 고소당해요. 그게 어려웠어요. 그리고 표현할 때도 이분들은 분명 피해 당했는데 피해자라고 자막을 쓸 것이냐가 힘들었어요. 분명히 피해인데 피해라고 얘기하기 힘들죠. 싸우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형법에서 생각하는 고전적인 피해-가해 구도에서 저조차도 타파가 안 되는 거죠."
조철영 PD수첩 분앵여왕 가스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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