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철영 PD
이영광
부동산이 가파르게 오르던 시기인 2021년 최주희(가명)씨는 친구로부터 10채 넘는 집을 소유하고 있다는 언니를 소개 받는다. 그 언니는 '아이들 앞으로 집 한 채는 해줘야 하지 않겠니', '어머니 모시고 살 거면 노후 준비는 해놓아야지'라고 조언한다. 게다가 '어려운 상황이 생기면 내가 (매물을) 책임질게'라는 말까지 덧붙인다. 이거 괜찮은 걸까?
지난 10월 29일 방송된 MBC <PD수첩> '분양 여왕, 언니가 부자 만들어줄게' 편은 투자자인 최씨와 이영선(가명)씨 이야기의 이야기로 시작됐다. 취재진은 주택 분양과 전세시장이 돌아가는 시스템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분양 여왕인 김은실(가명)의 행적을 추적했다. 자세한 취재 이야기를 듣고자 방송 다음 날인 10월 30일 해당 회차 연출한 조철영 PD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만났다. 다음은 조 PD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분양 브로커, 다단계 같은 느낌 있어"
- 분양 브로커에 대한 취재는 제보로 시작됐나요?
"사실 제보가 많았어요. 그러니까 한 사람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전국에 이런 분들이 굉장히 많은 거예요. 빌라왕 건축왕처럼 1000채, 800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문제는 많이 얘기했지만, 분양 시장에서 무자격자들이 돌아다니며 브로커 행세를 하는 게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제보자를 먼저 만났고 그 다음에 그 제보자로 비롯해서 제보자가 준 브로커에 대한 단서들이 있거든요. 그걸 계속 추적해 나갔어요. 왜냐하면 이분이 2022년 쯤부터 연락도 안 받고 어디 사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니까 찾아야 될 거 아니에요. 그래서 처음에는 일단 제보자들을 인터뷰해서 어떤 게 문제인지를 파악하는 동시에 그 브로커를 어디서 마지막으로 봤고 어디 가면 볼 수 있을 것 같냐는 식으로 역추적을 했던 거 같아요."
- 최씨나 이씨 말을 들어보면 지인의 소개로 김씨를 만난 거잖아요. 그럼, 지인과 김씨는 어떤 관계일까요?
"이게 약간 다단계 같은 느낌이 있어요. 최씨 같은 경우 17년지기 친구가 있는데, 그 사람이 어떻게 하다 보니 부동산에 관심이 가게 돼서 브로커를 만나게 된 거고, 이씨 같은 경우는 일을 하는 사람인데 거래처 사람이 왔다 갔다 하면서 '언니 혹시 부동산 관심 있어? 그러면 내가 연결시켜줄게'라고 되는 거죠. 이 지인과 저 지인은 서로 알지 않아요. 최씨랑 이씨도 서로 몰라요. 이번 일로 목소리를 같이 내야 했기 때문에 그제야 서로 알게 된 거죠."
- '돈 빌려줄게 빌라에 투자해'라고 김씨가 투자자들에게 얘기했나봐요?
"돈을 빌려줬죠. 그렇기 때문에 순수한 피해자가 아닌 거죠. 무이자로 빌려준 사람들도 많대요. 그 주장이 맞다고 하면 이 사람들이 채무자이기도 한 거죠."
- 왜 무이자로 빌려줬을까요?
"몇 가지로 생각하는데, 첫 번째는 이 브로커도 부동산 불패를 믿어서 내 지인들이 잘 되게 해줄 것 같은 거죠. 아니면 돈을 빌려주는 게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분양가를 마음대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말할 때는 500 갭이라고 얘기하지만 사실 무갭일 수도 있잖아요. 그 갭을 빌려주는 거거든요. '언니, 나 돈 없어 거기 못 들어가'라고 했을 때 '야, 이거 갭 500인데 왜 못 들어가? 내가 빌려줄 테니까 들어 가'라는 거예요.
근데 그거 이 브로커는 무갭으로 설정할 수 있는 힘이 있어요. 계약서는 갭으로 써 있지만 막도장 찍은 개 법적으로 검토가 많이 이루어진 계약서는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근본적인 의심이 드는 거예요. 돈을 빌려주고 갚는 모양새만 있어도 이 사람은 남는 장사거든요. 어차피 갭이든 아니든 아무도 관심 없어요. 그리고 그 분양가도 브로커가 정하기 나름이에요. 저도 몰랐는데 빌라나 오피스텔 같은 거 지으면 시세를 정하는 게 고무줄이더라고요."
"주택시장에 법 허점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