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쑤저우강
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주)
당신이 감독이라면 화자로 하여금 메이메이를 찾게 할 것인가, 아니면 포기하게 할 것인가. 이런 질문이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는 사랑의 문제집에 출제 예상문제로 들어있지 않을 것이기에, 관객은 영화 차원의 답변을 고민하면 된다. 답이 거의 나와 있다. 이 영화는 쭉 불모의 사랑을 표현했다. 무단과 마다의 이야기 또한 하나의 액자영화이자 영화 속 환상으로서 아름답지만 현실에서 실패하는 사랑으로 그렸다. 수면 아래에서만, 즉 인어가 되어서만 이룰 수 있는 사랑을 물 밖을 살아가는 사람이 어떻게 이룰 것인가. 강은 흐르고 인간은 강변에 남을 테니 말이다.
영화의 결말은 사랑이 무엇인가에 관한 젊은 감독의 해석이다. 그리스 신화의 탄탄로스가 받은 형벌처럼 인간은 완전한 사랑을 꿈꾸고 갈구하지만 이루지 못한다고. 결론은, 이루지 못한다는 게 아니라, 이루지 못함에도 갈구한다이다.
사랑의 서정시
두 개 서사를 교묘하게 엮어서 사랑에 관한 뚜렷한 성찰을 흥미롭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전체로서 사랑의 서정시이다.
강물에 뛰어든 소녀 이야기는 중국을 떠나 세계 각지의 신화나 민담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투신이 주요 소재였다면 이 영화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투신 이야기는 지렛대가 된다. 투신한 소녀 이야기를 바탕으로 메이메이가 떠남으로써 두 이야기가 겹쳐지고 순환하며 새로운 이미지와 의미를 산출한다. 메이메이는 강물에 뛰어들지 않고 강을 떠난다. 그의 떠남은 고단한 현대를 살아가는 도시인의 고립과 불안을 상징하고, 사랑을 포함하여 이 시대 인간관계의 파편화를 반영한다. 전통적 서사와 현대적 서사는 쑤저우강에서 만나 영화로 쓴 사랑의 서정시로 재탄생한다.
영화 제목이 쑤저우강(苏州河)이다. 강은 이 영화에서 상징의 핵심적 플랫폼이다. 강은 삶의 흐름, 시간의 흐름이며, 운명이다. 인간은 강안(江岸)에 머물 때만 사랑하고 미워하고 헤어지고 재회할 수 있다. 그러나 "죽도록 사랑해"와 같은 찰나에 구현되는 사랑의 열반은 강안을 떠나서만 가능하다. 죽을 만큼 사랑하고 싶지만 죽은 인간은 사랑하지 못하기에 우리 사랑은 언제나 근사치에 머문다.
인어가 영화에서 의미소로 작동한다. 쑤저우(苏州)의 쑤(苏)는 간체자로, 정체자로는 소(蘇)이다. 쑤저우(苏州)보다는 소주(蘇州)가 우리에게 더 익숙하다. 소(蘇)는 '소생(蘇生)하다'에서 사용한 소(蘇)자이다. 표의문자인 한자 '소(蘇)' 안에 흥미롭게 물고기(魚)가 들어있다. 영화에서 인어는 사랑의 소생과 연결된다.
쑤(苏)가 비슷한 뜻의 다른 소(甦)로도 읽히는 것에서 의미가 더 확실해진다. 소(甦)는 글자 구성상 다시(更) 살아난다(生)는 뜻이다. 그러나 그 소생, 혹은 재회는 아주 잠깐이고 곧 소멸해야 하는 물방울 같은 것으로 영화가 그린다.
쑤저우강은 세계 최대 도시 상하이를 통과하는 도시 하천이다. 평화로운 전원풍경 같은 건 없다. 현대 중국의 일상과 사회적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로예 감독은 다큐멘터리를 찍듯이 영상을 구성했다. 주로 핸드헬드 카메라를 사용하여 인물들과 주변 환경의 현장감과 긴장감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고, 역동적이고 혼란스러운 도시의 삶을 관객에게 날것으로 보여준다. 그곳이 사랑의 배경이다.
비극적이고 파괴적이며 운명적인 사랑은 아름다운 전설이 돼 쑤저우강을 흐르고, 전설을 상실하고 강안의 낡은 건물들을 떠나지 못하는 현실의 사랑은 낭만과 절망 없는 박제된 욕망으로 기억된다. 9일 재개봉.
안치용 영화평론가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문학, 영화, 미술 등 예술을 평론하고, 다음 세상을 사유한다.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과 문학과 인문학 고전을 함께 읽고 대화한다. 나이 들어 신학을 공부했다. 사회적으로는 지속가능성과 사회책임 의제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ESG연구소장.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영화평론가협회/국제영화비평가연맹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