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탄비스틸컷
엠레콘
총알이 날아가도록 두라... 그 의미는?
<양자탄비>는 중국어로 적자면 '让子弹飞', 즉 '총알이 날아가도록 두라'는 뜻이란다. 영화 속 대사이기도 한 이 말은 영화 속 이야기와 맞물려 특별한 의미를 드러낸다. 한 때는 잘 나갔던 과거가 있었다지만 현실은 마적에 불과한 장곰보다. 실제 현장인 것도 아니고 신분을 속여 부임한 사기꾼이니 상황은 갈수록 나쁘게 돌아간다.
그러나 어청은 황사랑의 횡포 속에서 민중이 시름하는 땅이다. 가진 자들만을 털어온 장곰보는 황사랑을 남겨둔 채 물러날 수 없다고 느낀다. 그리하여 민중의 분노를 깨워 그를 끌어내릴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총과 총알을 민중에게 주고, 그들의 분노가 폭발하길 바라는 계략을 짜는 건 그래서다. 양자탄비, 성공률이 채 삼할에 미치지 못할 그 계략에 모든 것을 건 장곰보와 그를 좌절시키려는 황사랑의 대결, 실제 역사 속엔 없는 작은 마을의 만화 같은 이야기가 두 시간이 넘는 이 영화를 가득 채운다.
<양자탄비>가 특히 흥미로운 건 막무가내로 펼쳐지는 파격적인 이야기다. 처음 탕비서와 현장의 아내가 부부란 사실을 장곰보는 물론 관객도 알지 못한다.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죽어나가고 이제까지의 설정을 뒤덮는 전환이 거듭해 일어난다. 현실과 달리 목숨은 가볍기 짝이 없다. 돈과 권력을 탐하는 이 대신, 이를 아무렇지 않게 내버리고 뜻을 취하려는 이가 당당히 활보한다. 심지어는 승리하기까지 한다.
통상의 영화라면 중요한 것들이 <양자탄비>에선 전혀 그렇지 않다. 평생의 사랑처럼 애달피 슬퍼하던 아내를 마방덕은 금세 잊어버린다. 아내의 목숨값으로 차고 넘치는 돈을 받았다면 된 거라며 어서 어청을 뜨자고 한다. 아내에 대한 그의 사랑이 진실하다는 사실을 아는 관객의 입장에선 민망하기까지 할 정도. 뿐인가. 아내를 두고 따로 사귀었던 다른 여자가 훌쩍 큰 아들까지 데리고 찾아오니, 사람 사는 것이 한 걸음 떨어져 이처럼 그려내면 코미디가 짝이 없구나 싶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