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년의 기다림스틸컷
무주산골영화제
갈망이란 무엇인가를 스스로에게 묻도록 한다
그로부터 <3000년의 기다림>은 세상 수많은 이야기보따리 가운데서도 드물게 멋진, <천일야화>를 연상케 하는 내용으로 흘러간다. 이야기꾼이라면 매혹될 밖에 없는 이야기는 무려 3000년 동안 병에 묶인 몸이 되어버린 정령 진과, 그를 깨워 소원을 빌 수 있게 된 인간의 이야기로 화한다. 이는 다시 3000년의 세월을 가로질러 만나게 되는 신화와 전설, 그리고 역사 사이의 이야기를 비집고 들어가 그 안에 담긴 어느 진실에 가 닿는다. 그리고 마침내는 오늘의 인간, 알리테아의 선택 앞에 그 모든 이야기를 풀어놓기에 이르는 것이다.
저를 구한 이에게 세 가지 소원을 받아내야 비로소 자유로운 몸이 되는 정령과, 그에게 아무 소원도 빌고 싶지 않은 인간의 만남은 그 자체로 흥미로울 밖에 없다. 정령은 거듭 설득하고, 인간은 오로지 그에게 이야기만을 듣고자 한다. 솔로몬과 시바 여왕, 다시 오스만투르크의 슐레이만 대제, 정령의 후예들과 그와 전혀 닿지 않는 인간들의 이야기가 현실과 상상을 자유롭게 건너가며 술술 풀려나온다.
인간에게 갈망이란 무엇일까. 또 단박에 그를 이뤄주는 소원은 어떤 것인가를 조지 밀러가 관객에게 묻는다. 소원과 관련한 온갖 이야기가 망라되고, 그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또 행복해지는 이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진정으로 갈망하는 무엇을 이루는 것, 그것이 과연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가. 진정으로 갈망하는 무엇을, 갈망하는 그 상태로 남겨두는 것, 그것이 인간을 불행하게 하는가.
갈망 앞에서 소원이란 쉬운 길을 꿈꾸는 수많은 인간들 사이에서 이 영화는 진지하게 길을 찾으려 든다. 당신을 진정으로 구원하는 소원이란 존재하는가를, 갈망이란 인간을 어디로 이끄는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