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연포스터
미디어 아시아 디스터비션
셰익스피어를 변주한 아시아 영화
이렇듯 오래된 고전이며 역사적 사실을 예술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변주해 현대적으로 풀어내고는 한다. 이것이 단순한 착상을 넘어 구조적으로 드러날 때 이를 변주라 말하는 것이다. 걸출한 작품은 그저 한 차례 소모되고 끝나버리기엔 아까운 설정과 구조를 갖고 있기에, 이를 새로이 꾸며 새로운 수용자와 만나도록 하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많은 작품이 변주된 작가일 테다. 영화계에서도 일찍이 수차례나 그의 작품을 영화로 만든 바 있는데, 극을 그대로 옮긴 작품부터 현대적으로 바꾼 작품, 아예 적극 변주해 눈 밝은 이가 아니면 그 흔적을 알아보기 쉽지 않은 작품까지 수두룩하다 하겠다. 이중 대부분은 셰익스피어의 고향인 영국과 그 뿌리를 같이 하는 미국에서 이뤄졌는데, 셰익스피어의 영향을 받은 것이 어디 그들뿐이랴.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제 입맛에 맞게 재해석한 영화를 만들어냈으니 그중 빼어난 걸작도 찾을 수 있는 일이다. 대표적인 것이 일본을 대표하는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의 <란>이 되겠다. 1985년 당시 70대 중반이던 아키라가 만든 이 영화는 일본 센코쿠 시대를 배경으로 영주 이치몬지 히데토라와 그 아들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눈치 빠른 이라면 짐작하겠지만 영화는 4대 비극 중 하나로 꼽히는 <리어왕>을 변주한다. 히데토라의 첫째와 둘째 아들은 리어왕의 세 딸이 그러하듯 아버지의 믿음을 배신한다. 이로부터 이어지는 이야기는 이 시대의 작가들 가운데서도 저 셰익스피어에 견줄 만한 재능과 역량을 가진 이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음을 증명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