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게임포스터
유니버설 픽쳐스
할리우드 영화가 무심코 범하는 오만
핵개발은 이뤄져선 안 되는 것으로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이를 파괴하는 조종사의 이야기로만 영화를 이해하면 그저 호쾌한 액션영화가 될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선전포고도 없이 타국 국경 너머 시설을 폭격하는 미국 군대의 군사행동은 국제법상 허용될 수 있는 것일까. 만약 타국 영화가 스스로의 잣대로 미국 본토를 폭격하는 이야기를 영웅적으로 다룬다면 미국 관객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놀랍게도 이와 같은 문제는 얼마 화제가 되지 않고 묻히고 말았으나, 이는 그저 가벼운 문제일 수만은 없는 일이다.
<매버릭>이 아니더라도 미국 영화에서 이와 같은 오만은 수시로 발견할 수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스파이 게임>과 같은 류의 영화가 되겠다. 할리우드 상업영화의 간판스타였던 토니 스콧의 작품으로 로버트 레드포드와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잘 만들어진 첩보물이다. 재미와 연출, 편집, 연기, 각본 등 여러 요소에서 합격점을 줄 만한 이 작품에 대하여, 그러나 나는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매버릭>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 역시 너무나 자연스러운 할리우드와 미국의 오만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스파이 게임>은 1991년 CIA에서 은퇴를 앞둔 요원 나단 뮈어(로버트 레드포드 분)의 마지막 근무일을 그린다. 모든 걱정을 내려놓고 은퇴 후만 생각해도 좋을 마지막 날이다. 그러나 아침 일찍 걸려온 전화 한 통이 그를 마음 편히 쉬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소식은 다름 아닌 제 부하였던 톰 비숍(브래드 피트 분)이 중국에서 체포됐단 내용이다. 스파이 혐의로 체포돼 24시간 뒤 사형에 처해질 예정이란다.
마침 며칠 뒤 미국과 중국은 양국 정상이 만나 경제협력을 논의하기로 한 상황, CIA 수뇌부는 경거망동하지 않고 일을 덮으려 한다. 겨우 회의에 참석한 뮈어는 CIA가 비숍을 구할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독자적으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뮈어의 후임자를 비롯해 그의 움직임을 견제하려는 이들이 없지 않지만, 뮈어는 현장에서 갈고 닦은 솜씨로 신출귀몰하게 일을 처리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