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웨이(왼쪽)와 양조위의 섬세한 심리변화야말로 노출과 배드신에 가려진 영화 <색, 계>의 진정한 재미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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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색, 계>는 1938년부터 1942년까지 홍콩과 상하이에서 벌어진 대학 연극부와 항일 단체의 친일파 간부 암살작전을 그린 영화다. 멜로와 첩보, 심리스릴러 등 여러 장르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영화지만 국내에서는 중국 신인배우 탕웨이의 파격적인 노출만 집중적으로 홍보가 됐다. 덕분에(?) 전국 186만이라는 쏠쏠한 흥행성적을 올렸지만 많은 관객들이 영화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탕웨이는 <색, 계>에 출연했다는 이유로 중국에서 3년 동안 활동이 금지됐다. 사실 탕웨이는 열심히 연기한 죄(?) 밖에 없지만 일제강점기를 겪었던 한국 입장에서 봐도 중국이 <색, 계>에 좋지 않은 시선을 보인 것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다. 만약 한국에서도 일제시대 때 친일파 고위간부를 미인계로 접근해 암살하려던 독립단체 여성요원이 친일파와 사랑에 빠져 동지들을 배신하는 영화가 만들어졌다면 엄청난 비난여론에 시달렸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민감한 부분을 떠나 영화 자체로만 보면 두 주인공의 섬세한 심리묘사를 표현한 이안 감독의 연출과 이를 완벽하게 소화한 양조위와 탕웨이의 열연은 그 어떤 극찬도 아깝지 않았다. 2000년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과 홍콩 금상장 남우주연상 7회 수상에 빛나는 중화권 최고의 배우 양조위는 자신에게 접근하는 왕치아즈를 극도로 경계하다가 서서히 그녀를 사랑하게 되는 복잡한 감정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양조위는 <색, 계> 출연 당시 이미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연기파 배우였다. 그런 점에서 보면 <색, 계>에서 정말 관객들을 놀라게 한 배우는 탕웨이였다. 이안 감독을 만나 <색, 계>에 출연하기 전까진 신인에 가까웠던 탕웨이는 막부인으로 변신해 연기에 몰두하다가 이모청에게 사랑을 느끼는 역할을 멋지게 소화했다. 특히 항일단체에 이모청 사살을 요구하다 묵살 당하고 우영감(탁종화 분)에게 복잡한 심정을 토로하는 연기는 단연 일품이었다.
이처럼 <색, 계>는 157분의 짧지 않은 런닝타임 동안 긴장을 늦추지 않고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스토리에 영화가 끝난 후에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수작이었다. 하지만 정작 한국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수위 높은 배드신과 탕웨이의 파격적인 노출, 그리고 제모를 하지 않은 탕웨이의 겨드랑이였다. 이를 두고 중국여성들에 대한 오해(?)가 생기기도 했지만 이는 오히려 1930~1940년대 중국의 시대상을 제대로 고증한 장면이었다.
탕웨이를 불행으로 인도한 못된 선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