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노숙자에서 투자사 대표가 된 남자의 이야기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윌 스미스가 아들과 함께 출연한 <행복을 찾아서>

23.06.23 09:31최종업데이트23.06.23 09:31
원고료로 응원
지금은 70대 중반의 노인이 됐지만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1980~1990년대 실베스타 스텔론과 함께 할리우드를 주름 잡았던 최고의 액션스타였다. 보디빌더 출신으로 엄청난 피지컬의 소유자인 아놀드는 주로 '때리고 부수는' 액션영화에 많이 출연했다. 실제로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비롯해 <코만도> <프레데터> <트루 라이즈> <토탈리콜> <익스펜더블> 등 아놀드의 출연작 대부분이 '액션'에 몰려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아놀드라고 해서 평생 액션장르에만 출연했던 것은 아니다. 때로는 평소 이미지와는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관객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했다. 유치원 교사로 위장 취업한 LA형사의 이야기를 그린 <유치원에 간 사나이>와 대니 드비토와의 형제 연기가 돋보였던 <트윈스>, 아놀드가 아들에게 장난감 선물을 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평범한 아버지로 출연했던 <솔드아웃>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특정 장르에 이미지가 고정된 배우들은 평소 많이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면 관객들에게 찬사를 받기도 하지만 어울리지 않는 연기로 비난에 시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비난이 두려워 변신을 망설인다면 그 배우는 영원히 하나의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금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가 된 윌 스미스도 지난 2006년 실화를 바탕으로 한 휴먼 드라마 <행복을 찾아서>를 통해 과감한 연기변신을 단행했다.
 

<행복을 찾아서>는 제작비의 5배가 넘는 수익을 올렸을 정도로 흥행에서도 크게 성공했다. ⓒ (주)팝엔터테인먼트

 
가족이 함께 출연했던 영화들

아무래도 자식은 부모의 끼와 재능을 이어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연예계에는 대를 이어 연예계에서 활동하거나 형제, 자매, 남매가 함께 연예인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고 최무룡의 아들 최민수와 고 허장강의 아들 허준호, 고 독고성의 아들 독고영재, 김용건의 아들 하정우, 박남정의 딸 스테이시의 박시은 등이 대표적이다. 김태우와 김태훈, 엄정화와 엄태웅, 이채연과 잇지의 이채령 등 형제와 남매, 자매 연예인들 또한 상당히 많다.

사실 가족 연예인들은 초반 인지도를 올리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서로의 성장에 방해가 될 때도 있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같은 작품에 출연하거나 활동시기가 겹치는 것을 피하려고 하는데 때로는 가족이 같은 영화에 출연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가족이 같은 작품에 출연하면 관객들 입장에서는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하지만 영화를 감상하는 색다른 재미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고전동화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마녀의 입장에서 각색한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실사영화 <말레피센트>는 7억 58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안젤리나 졸리의 건재를 알렸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말레피센트>에는 졸리가 낳은 쌍둥이 남매 중 딸인 비비안 마셸린 졸리 피트가 오로라 공주의 아역으로 출연했다. 비비안은 마녀로 분장한 졸리를 보고도 울지 않은 유일한 아이라 오로라 공주의 아역에 캐스팅됐다는 후문이 있다.

7살 지능의 정신연령을 가진 아버지와 또래보다 훨씬 어른스러운 딸 루시의 감동스토리를 담은 영화 <아이 엠 샘>은 루시 역을 맡은 다코타 패닝의 동생 엘 패닝의 연기 데뷔작이다. 엘 패닝은 <아이 엠 샘>에서 언니가 맡은 루시의 아기 시절을 연기(?)하며 데뷔했고 이를 계기로 아역배우로 활동을 시작했다. 엘 패닝은 2006년 영화 <샬롯의 거미줄>에서도 언니 다코타 패닝의 아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

하정우는 아버지 김용건의 후광에 기대지 않고 자수성가한 배우로 유명하다. 하지만 하정우도 아버지와 같은 작품에 출연한 적이 있으니 바로 2009년 800만 관객을 동원했던 스키점프 영화 <국가대표>였다. 하정우는 <국가대표>에서 어린 시절 미국으로 입양됐던 스키점프 국가대표 차헌태를 연기했고 김용건은 영화 막판 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 역으로 특별 출연했다. 다만 김용건-하정우 부자가 연기호흡을 맞추는 장면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흑인 기업가 크리스 가드너의 성공 실화
 

윌 스미스는 크리스 가드너의 젊은 시절을 연기하기 위해 영화 내내 뽀글파마와 촌스런 단벌패션을 고집했다. ⓒ (주)팝엔터테인먼트

 
윌 스미스는 출세작 <나쁜 녀석들>을 시작으로 <인디펜던스 데이> <맨 인 블랙> <핸콕> <수어사이드 스쿼드> 등 액션장르의 영화에서 유쾌한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다. 그렇게 하나의 이미지로 굳어지던 윌 스미스는 지난 2001년 전설적인 복서 무하마드 알리의 일대기를 그린 <알리>를 통해 연기변신을 시도했다. <알리>는 흥행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윌 스미스는 <알리>를 통해 데뷔 첫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알리> 이후 다시 유쾌한 액션스타로 돌아온 윌 스미스는 2006년 둘째 아들 제이든 스미스와 함께 휴먼 드라마 <행복을 찾아서>에 출연했다. <행복을 찾아서>는 미국의 흑인 기업가 크리스 가드너의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윌 스미스의 진정성 있는 연기가 돋보였다. <행복을 찾아서>는 5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3억 7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쏠쏠한 흥행성적을 거뒀고 윌 스미스는 생애 두 번째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됐다.

세계 모든 아버지들이 그렇듯 <행복을 찾아서>의 크리스(윌 스미스 분) 역시 아들 크리스토퍼(제이든 스미스 분) 앞에서는 좀처럼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강인한 아버지 크리스도 영화 속에서 두 번의 눈물을 흘린다. 첫 번째는 돈을 내지 못해 여관에서 쫓겨나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잠을 잘 때 흘린 '슬픔의 눈물'이었고 두 번째는 주식중개회사 사장으로부터 정직원 합격소식을 들은 후에 흘린 '기쁨의 눈물'이었다. 

무일푼 노숙자에서 주식 중개인을 거쳐 '가드너 앤 리치 컴퍼니'라는 투자사의 대표가 된 인간승리의 주인공이자 영화의 실제 모델인 크리스 가드너는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화하는 것에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제작진의 설득 끝에 영화화를 허락했고 그 후엔 윌 스미스의 연기와 가브리엘 무치노 감독의 연출 등 영화 제작 전반에 걸쳐 많은 도움을 줬다. 그리고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는 카메오로 출연해 자신을 연기한 윌 스미스와 눈을 맞춘다.

<행복을 찾아서>를 연출한 무치노 감독은 미국이 아닌 이탈리아 출신으로 <행복을 찾아서>는 미국에서 만든 첫 번째 영화였다. 처음엔 '아메리칸 드림'의 정서를 유럽 출신 감독이 이해하기 힘들 거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무치노 감독은 외국인의 시선에서 크리스 가드너의 실화를 객관적이면서도 감동적으로 담아냈다. 윌 스미스는 <행복을 찾아서>로 맺은 무치노 감독과의 인연으로 그가 2009년에 만든 <세븐 파운즈>에도 출연했다.

윌 스미스의 차남, 영화에서도 부자 연기
 

<행복을 찾아서>에서 윌 스미스와 부자로 출연했던 제이든 스미스는 2013년 <애프터 어스>에서도 아버지와 연기호흡을 맞췄다. ⓒ (주)팝엔터테인먼트

 
윌 스미스의 차남 제이든은 아버지의 끼를 물려 받아 100:1의 경쟁률을 뚫고 <행복을 찾아서>에서 크리스 가드너의 아들 크리스토퍼 역에 캐스팅됐다. 물론 캐스팅 당시만 해도 영화의 제작을 맡기도 한 톱스타 윌 스미스의 아들이라는 후광으로 쉽게 배역을 따낸 거라 생각한 관객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제작사에서는 오히려 윌과 제이든이 실제 부자관계라는 사실이 영화의 정서를 해치지 않을까 우려했다고 한다.

하지만 제이든은 천진하면서도 귀여운 크리스토퍼 역을 기대 이상으로 소화하며 영화 속에서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해냈다. 제이든은 <행복을 찾아서>를 통해 블랙릴 어워드에서 최연소 신인남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올해로 어느덧 만 24세가 된 제이든은 배우 겸 힙합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만 지난 2020년 4월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폐쇄된 LA의 해변에서 서핑을 즐기는 모습이 포착돼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배우 브라이언 호우는 큐브 장난감을 정확히 맞춘 크리스가 주식중개인 인턴에 응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회사의 중역 제이를 연기했다. 제이는 일자리를 갈구하던 구직자 크리스에게 편견을 갖지 않고 면접을 볼 기회를 줬다. 그리고 인턴기간을 마친 크리스가 회사의 정직원으로 채용됐을 때는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브라이언 호우는 <행복을 찾아서> 이후 <에반 올마이티>와 <그랜 토리노> <아이 엠 넘버포> <애나벨> 등에 출연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행복을 찾아서 가브리엘 무치노 감독 윌 스미스 제이든 스미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