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트포스터
CJ ENM
열 명도 들지 않은 평론가 시사회
별 볼일 없는 영화에도 반쯤은 메워지던 평론가며 기자 대상 시사회 자리였다. 영 관심을 벗어난 때문인지 <카운트>를 보러 극장을 찾은 평론가와 기자는 채 열이 되지 않아 보였다. 아이고야 영화를 잘못 골랐구나, 절로 걱정이 들 정도였다. 올해 시사회를 본 십여 편의 영화 가운데 가장 적은 이가 들었으니 영화가 엉망이란 얘기가 일찌감치 새어나간 것은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본 영화는 기대 이상이었다. 기대 이상이란 말로는 부족하여, 비슷한 성격의 영화들 가운데선 이보다 나은 작품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였다. 사연 있는 복싱 코치와 그가 이끄는 고등학교 복싱부 선수들의 이야기는 흔하고 흔한 길만 따라 달리는 듯 보이는데, 어째서 이 영화가 그리도 감동적이었던 것인지 나는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 동안이나 따져 생각해보게 되었던 것이다.
영화는 고등학교 교사 시헌(진선규 분)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복싱 금메달리스트였지만 선수 은퇴 뒤엔 평범한 교사로 살아가는 그다. 그의 오늘엔 아픈 사연이 자리하는데, 결승전 경기에서 미국 선수에게 압도를 당하고도 판정에서 승리했다는 게 그것이다. 은퇴 뒤 복싱과는 담을 쌓고 살지만 완전히 풀려나가지 못한 애증이 진득하게 남아 있단 걸 그를 둘러싼 모두가 알고 있다.
영화는 시헌과 아이들의 이중 성장구도로 흘러간다. 시헌은 복싱부 감독이자 코너로서 성장하고, 복싱부 아이들은 저 나름의 과제와 마주하여 또 나름의 성장을 이뤄내는 것이다. 여기까지라면 평범한 스포츠 성장영화라 하겠는데, 편파판정의 승자가 마주하는 고통이며 또 그 고통에 맞서기를 기꺼이 선택하는 사나이다움, 나아가 교사와 학생들이 서로를 지탱해나가는 우정까지가 그 모든 성장을 진실하게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