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프랑스에서도포스터
(주)까멜리아이엔티
저예산 좀비영화가 말하는 예술론
미셸 아자나비슈스가 주목한 것도 바로 그 지점이었을 테다. 할 일 없는 시간에나 보는 그깟 영화가 무어가 중요하냐고, 어차피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니냐는 그렇고 그런 시선 가운데 그래도 이건 중요한 일이라고, 대중을 무시하지 말라고 외치는 그 모습에 매료됐던 것이리라. 피가 튀고 토사물이며 배설물이 곳곳에서 쏟아지는 이 어설프게 잔인하며 더러운 영화를 이토록 공들여 다시 찍은 데는 그런 관심이며 애정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일 테니까.
영화는 프랑스 어느 외딴 건물에서 시작된다. 좀비로 변한 사내가 옛 연인이었던 여자에게 다가서는 장면으로부터, 그 촬영을 하는 이들과 그들이 직면한 소동까지 한달음에 내보인다.
주인공은 싸고 빠르게 영상을 찍는 사내 레미(로맹 뒤리스 분)로, 일본의 어느 제작자는 그에게 성공한 일본 논스탑 좀비물을 프랑스판으로 찍어보자 제안을 하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받아들인 제안이 바로 이 영화가 되는 것으로, 30여 분 동안 한 번의 컷도 없는 롱테이크 좀비물을 한달음에 찍어내야 한다는 과제가 그에게 주어진다.
세계적 감독이 저예산영화에 관심을 보인 이유
그러나 그것이 어디 마음처럼 되는가. 촬영현장에선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연달아 터져나온다. 누구는 취해 나자빠지고, 누구는 설사가 터져 촬영장을 뛰쳐나가며, 출연할 배우들도 제때 도착하지 않는 것이다. 동선은 꼬이고 촬영은 어긋나며 사람들의 마음 역시 상하는 게 다반사다. 레미는 과연 영화를 찍을 수가 있을까.
어느 한 분야에 깊은 애정을 쏟아본 이는 안다. 노력을 부어 성장을 거듭하다보면 제 기준치도 어느새 훌쩍 높아져 있게 마련이다. 누군가가 들인 노력이 대단치 않게 보이고, 어느 이의 마음가짐도 시시하게 여겨지기 일쑤다. 그러나 돌아가 가만히 들여다보면 과연 그러한가. 대단하거나 엄청나진 못해도 어느 작품들엔 제법 귀한 미덕들이 담겨있고는 한 것이다. 미셸 아자나비슈스가 주목한 3000만 원짜리 저예산 일본영화가 그러했고, 그 영화를 새로 만든 프랑스 영화도 어느정도는 그러하다. 영화계 거물이 그 작품을 알아보기 전 이름없는 대중들이 그 영화를 알아보았다. 그 이야기가 그대로 세계 영화의 중심지에 우뚝 섰다.
이제 나는 한 번쯤 더 생각하곤 한다. 그 시시한 어느 작품조차 나름의 치열함 가운데 쓰였을 수 있겠다고.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